[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동국제약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마데카' 상표권 분쟁 2차전에서도 승리했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애경산업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동국제약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1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5부는 동국제약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애경산업의 상표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 83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애경산업이 동국제약에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인용한 손해배상액 1억 7500만 원 가운데 8300만 원을 초과하는 피고(애경산업) 패소 부분은 취소했다.
이번 상표권 분쟁의 발단은 애경산업이 지난 2020년 구강용품으로 출시해 판매한 '2080 진지발리스 마데카딘' 치약이다.
동국제약은 애경산업이 자사의 등록상표인 '마데카(MADECA)'와 유사한 표장을 치약 용기와 포장 등에 무단으로 표시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국제약은 1970년부터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을 유통해 왔으며, 2015년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론칭하고 대표 품목인 '마데카 크림'을 비롯한 파생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
'마데카' 독자적 식별력 인정 … "단순 원료 약칭 아냐"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애경산업의 치약 제품(2080 진지발리스 마데카딘)에 사용된 표장에서 '마데카' 부분이 독립적인 출처표시 기능을 수행하는 '요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애경산업이 치약 용기에서 '마데카' 문구의 글자 색상과 크기를 차별화해 시각적으로 강조했고, '+' 기호나 하이픈을 넣어 '마데카'와 '딘(din)' 부분을 외관상 구별되게 분리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애경산업이 공식 웹사이트와 온라인 홍보 과정에서 "이제 잇몸에도 마데카하세요!"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마데카' 표장을 독립적으로 부각해 광고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마데카'가 병풀 추출 원료인 마데카소사이드(Madecassoside)의 단순 약칭에 불과해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애경산업 측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데카'가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조어이며, 관련 업계 전반에서 해당 명칭을 센텔라 원료의 관용적 약칭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치약 제품과 동국제약 등록상표의 지정상품 간 동일·유사성도 인정됐다. 동국제약이 '마데카' 상표의 지정상품으로 화장품뿐 아니라 치약류를 등록해 뒀으며, 실제 '덴트릭스' 등 치약 제품을 생산해 애경산업과 동종 영업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고의 침해 징벌적 배상 유지 … '2080' 기여도 참작해 배상액 감경
고의적인 상표권 침해에 따른 징벌적 배상 책임 역시 1심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동국제약은 2022년 8월 22일 애경산업에 상표권 침해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애경산업은 내부적으로 제품명 변경을 결정하면서도 2023년 10월까지 기존 포장재 재고를 전량 소진하는 방식으로 출고를 지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애경산업이 재고를 폐기하는 등 적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1년 넘게 제품 판매를 이어간 행위를 미필적 고의로 보고, 해당 기간 손해액에 대해 2배의 증액 배상을 적용했다.
1심과 비교해 최종 배상액이 9200만 원 줄어든 것은 재판부의 기초 손해액 재산정과 회계 자료에 기초한 안분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애경산업의 기존 대표 브랜드인 '2080'의 실질적 기여도를 참작해 기초 손해액을 1심의 1억 50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낮췄다.
'2080 진지발리스 마데카딘'의 총매출액인 8억 5865만 원 형성에는 20년 연속 브랜드파워 1위를 차지한 '2080'의 신뢰도와 영업망 영향이 컸다는 판단이다. 동국제약이 '마데카' 치약을 직접 판매하지 않아 발생 손해가 통상 실시료 상당액에 집중된다는 점도 짚었다.
고의 침해 기간 손해액의 산출 방식도 정밀해졌다. 1심 법원이 2022년 매출을 월할 계산(12분의 4)해 추정한 것과 달리, 특허법원은 애경산업이 제출한 월별 손익 세부 자료를 근거로 고의 침해 기간 실제 매출(1억 6289만 원)을 확정했다.
이를 근거로 도출한 고의 침해 기간 손해액 1300만 원(기초 손해액 7000만 원 × 고의 기간 매출/총매출)에 2배 징벌 배상(2600만 원)을 적용하고, 비(非)고의 기간 손해액 5700만 원을 더해 최종 배상액을 8300만 원으로 확정했다.
핵심 IP 방어 성공 눈앞 … '토털 헬스케어' 확장 가속 기대
동국제약 입장에서는 배상액이 일부 감경됐으나 핵심 상표권 방어 측면에서 실질적인 법리적 승소를 확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법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마데카' 표장의 독자적 식별력을 인정한 만큼, 경쟁사가 원료 성분명을 내세워 표장을 무단 모방하거나 보통명칭화하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특허심판원에서 애경산업의 '2080마데카딘' 등 4건의 등록상표가 동국제약의 취소 심판 청구로 최종 소멸된 데 이어 민사 소송에서도 애경산업의 상표권 침해 책임이 재차 입증되면서, 동국제약은 향후 구강용품 등 인접 헬스케어 영역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는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애경산업의 대법원 상고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결합상표의 요부 관찰과 상표 유사성을 판단했으며 손해액 산정 역시 법원의 재량 영역에서 객관적 회계 증거를 통해 이뤄진 만큼, 대법원행을 선택하더라도 결과를 뒤집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산업이 이미 분쟁 대상 치약 제품을 단종하고 포장재를 교체한 상태여서, 소송 장기화에 따른 지연손해금과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상고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형 유통기업을 상대로 한 상표권 분쟁에서 승기를 굳혀가고 있는 동국제약이 대표 브랜드 자산을 성공적으로 지켜내며 토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