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언 하워드가 발목 부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뒤 청구받은 진료비 1000달러를 납부하지 않겠다고 밝힌 틱톡 영상. 해당 영상에는 10일 현재 약 9000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비싼 병원비에 대한 불만과 진료비 미납 경험담이 쏟아졌다. 배탈 났는데 7만 5000달러라는 댓글도 달렸다. [사진=이언 하워드 틱톡 영상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미국에서 발목을 삐어 응급실을 찾았다가 1000달러의 병원비를 청구받은 남성이 진료비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영상이 화제다. 이 영상은 틱톡에서 300만 회 넘게 조회됐고, 댓글은 9000개 가까이 달렸다. 댓글에는 자신도 비싼 병원비를 청구받았거나 의료비를 내지 않았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은 최근 병원비에 반발하는 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료비 납부 거부와 할인 협상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병원 청구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28세 남성 이언 하워드(Ian Howard)다. 하워드는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1000달러의 진료비를 청구받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 돈 약 134만 원이다. 그는 청구 금액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신 아예 진료비를 내지 않았다. 하워드는 틱톡 영상에서 "발목을 삐어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발목을 살펴보고 삐었다는 말만 했다"며 "그 돈은 절대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워드는 WSJ에 "병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청구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고 영상 게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영상에는 자신이 청구받은 병원비를 소개하거나 미납 경험을 공유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 틱톡 이용자는 "배탈 났는데, 7만 5000달러라니"라며 황당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언 하워드가 발목 부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뒤 청구받은 진료비 1000달러를 납부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이언 하워드 틱톡 영상 갈무리]병원비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청구 금액을 낮추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출산 후 높은 병원비를 받은 여성들이 청구 내역을 확인하고 병원과 협상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출산비 1500달러→1100달러…병원비 할인 협상법 공유
인플루언서 리나 허프먼(Lina Huffman)은 출산 후 청구받은 병원비 1500달러를 1100달러로 낮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병원에 항목별 청구서를 요청해 오류나 중복 청구가 있는지 확인하고, 전화로 전액 납부할 경우 할인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라고 조언했다. 허프먼은 이런 과정을 거쳐 10분 만에 400달러를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로런 메도스(Lauren Meadows)는 "출산 5개월 뒤 병원비가 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갔다"며, "해당 업체에서 채무액의 25%를 할인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병원비를 둘러싼 불만과 대응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물은 빠르게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스프라우트소셜(Sprout Social)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엑스(X), 블루스카이, 유튜브, 레딧 등에서 병원비와 납부 거부, 할인 협상 등을 언급한 게시물은 42만 6000건을 넘었다. 전년 같은 기간 1163건보다 약 366배 증가한 수치다.
보험료·공제액 동반 상승…환자 의료비 부담 가중
미국에서 환자들이 병원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높은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 때문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사가 진료비를 부담하기 전에 환자가 먼저 내야 하는 공제액이 있고, 보험상품에 따라 추가 본인부담금도 발생한다.
미국 병원 전문매체 베커스 호스피털 리뷰(Becker's Hospital Review)에 따르면 미국 건강보험개혁법(ACA)에 따른 보험시장에서 가입자가 보험 혜택을 받기 전에 먼저 부담해야 하는 연간 공제액은 평균 3786달러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월평균 보험료도 113달러에서 178달러로 58% 올랐다.
병원 악성 미수금·자선진료 비용 16% 증가
병원비 미납 증가로 의료기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의료기관 경영분석업체 카우프만홀(Kaufman Hall)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병원의 하루 평균 악성 미수금과 자선진료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병상 수 100~199개 병원의 증가율은 25%에 달했다.
미국 의료재무관리협회(HFMA)의 릭 건들링(Rick Gundling) 수석부회장은 WSJ에 "어떤 종류든 부정적인 인식은 우려스럽다"며 "병원과 진료비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와 지역사회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료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병원비 청구 내역 확인과 비용 협상을 환자의 권리로 안내하고 있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환자에게 청구서의 진료 항목을 확인하고, 잘못된 금액이 있으면 의료기관에 설명과 정정을 요구하도록 권고한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는 병원에 분할 납부나 진료비 감면을 요청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높은 의료비는 국제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5'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1인당 연간 보건의료비 지출은 구매력 기준 1만 4885달러로, 한국의 4797달러보다 약 3.1배 높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도 미국은 17.2%, 한국은 8.4%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전 국민 대상 국민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어 건강보험 급여 진료에 정해진 본인부담률을 적용한다. 반면 미국은 가입한 보험상품과 자기부담금, 의료기관의 청구가격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