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 항체 'VYD2311'이 3상에서 mRNA 백신보다 낮은 이상반응을 보이며, 정맥주입이 아닌 250mg 근육주사 제형으로 정식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AI 생성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충분한 면역반응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염 전 사용할 수 있는 예방수단이 많지 않다. 백신은 몸이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야 효과를 내는데,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이 과정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이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예방용 단클론항체가 사용되고 있다. 인비비드(Invivyd)의 '펨가다(Pemgarda, 성분명: 페미비바트·pemivibart)'다. 다만 '펨가다'는 중등도~중증 면역저하 환자에게만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제품으로, 4500mg을 정맥으로 투여해야 한다.
인비비드가 이번에는 정맥주입 대신 근육주사로 투여할 수 있는 후속 예방 항체를 들고 나왔다. 개발 중인 'VYD2311'이 mRNA 코로나19 백신과 직접 비교한 3상에서 모든 1·2차 평가변수를 충족하면서다. 회사는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가속승인을 위한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제출할 계획이다.
인비비드가 29일 공개한 'VYD2311'의 3상 'LIBERTY' 톱라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임상에는 18~49세 건강한 성인 210명이 참여했으며, 'VYD2311' 250mg 근육주사 단독 투여군과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mRNA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Comirnaty)' 근육주사 단독 투여군, 두 제품 병용군에 1대 1대 1로 무작위 배정됐다.
그 결과 투여 후 6일 동안 새로 발생하거나 악화된 이상반응(TEAE), 주사부위 반응 또는 과민반응 가운데 하나 이상을 경험한 비율은 'VYD2311'군 56.5%, mRNA 백신군 91.4%였다. 두 군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001).
같은 기간 전신 이상반응 발생률도 'VYD2311'군 44.1%, mRNA 백신군 68.1%로 항체주사 쪽이 낮았다(p=0.008). 투여 후 56일까지 범위를 넓혀도 TEAE·주사부위 반응·과민반응 발생률은 각각 60.9%와 91.4%로 차이가 유지됐다.
'VYD2311'과 관련해 보고된 이상반응은 모두 2등급 이하였으며, 세 투여군 모두에서 과민반응이나 아나필락시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백신과 함께 맞아도 면역반응 방해 없어
'VYD2311'은 mRNA 백신과 함께 투여했을 때도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병용군의 전체 바이러스 중화항체 역가는 추적기간 동안 백신 단독군보다 약 2.5배 높았다.
연구진이 병용군에서 'VYD2311' 자체의 항체 기여분을 제외한 뒤 백신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반응을 분석하자 중화항체 역가는 백신 단독군과 비슷했다. 'VYD2311'을 함께 투여해도 백신이 만드는 면역반응을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회사는 LIBERTY에서 항체와 백신 병용 시 면역학적 간섭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는 'VYD2311'을 백신 대체용으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백신과 함께 투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신으로 체내 면역반응을 유도하면서 외부에서 중화항체를 추가로 공급하는 전략이다.
기존 '펨가다'보다 투여 부담 크게 낮춰
'VYD2311'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투여 방식이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 중인 '펨가다'는 4500mg을 정맥으로 투여하고 예방이 계속 필요한 경우 약 3개월마다 반복 투여한다. FDA는 2024년 3월 '펨가다'를 백신에 충분한 면역반응을 보이기 어려운 중등도~중증 면역저하 성인과 체중 40kg 이상 12세 이상 청소년의 코로나19 노출 전 예방용으로 긴급사용승인했다.
반면 'VYD2311'은 250mg 근육주사로 개발되고 있다. 한 번 투여해야 하는 항체량이 크게 줄고 정맥주입 시설도 필요하지 않아 실제 의료현장에서 투여하기가 훨씬 간편하다.
대상 환자도 넓히고 있다. 인비비드가 진행 중인 또 다른 3상 'DECLARATION'은 면역저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펨가다'와 달리 보다 폭넓은 성인과 청소년에서 코로나19 노출 전 예방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예방효과는 DECLARATION에서 확인
LIBERTY의 핵심 목적은 'VYD2311'과 mRNA 백신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VYD2311'이 백신보다 코로나19 감염을 더 잘 막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감염 예방효과는 위약 대조 3상인 DECLARATION에서 평가한다. 회사가 설정한 목표는 위약 대비 70~90%의 상대위험 감소다. 이 수치는 아직 확인된 결과가 아니라 임상에서 겨냥하는 목표치다.
그럼에도 이번 LIBERTY 성공은 FDA 허가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인비비드는 최근 FDA와 Type C 미팅을 진행한 뒤 LIBERTY와 DECLARATION을 기반으로 'VYD2311'의 BLA를 가속승인 프로그램을 통해 제출하기로 했다.
회사는 DECLARATION의 안전성과 중화항체 역가 결과를 다음달 공개할 예정이다. 이 결과가 뒷받침되면 실제 감염 사건은 눈가림 상태를 유지한 채 가속승인을 신청하고, 승인 후 무작위 대조군에서 감염 사건을 계속 축적해 예방효과를 확증한다는 방침이다.
긴급사용 넘어 정식 허가 제품 겨냥
'VYD2311' 개발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 코로나19 예방 항체와 허가 전략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펨가다'는 FDA 정식 허가 제품이 아니다. 코로나19 노출 전 예방용으로 EUA를 받아 공급되고 있다. FDA 자료에서도 '펨가다'는 어떤 적응증에서도 FDA 승인 제품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
인비비드는 'VYD2311'을 BLA를 통한 정식 허가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면역저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긴급사용 제품을 넘어 더 넓은 인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예방 항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VYD2311'은 기존 '페미비바트' 계열을 발전시킨 후속 단클론항체다. 최근 변이에 대한 중화활성을 강화하면서 투여량을 크게 줄이고 근육주사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코로나19 단클론항체 시장에서는 변이 대응력이 제품 생존을 좌우해왔다. 과거 여러 항체가 새로운 변이에 대한 중화능을 잃으면서 사용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인비비드는 이런 변화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항체 후보를 계속 갱신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국내 셀트리온도 예방용 항체 임상 경험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단클론항체를 예방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셀트리온은 2020년 'CT-P59(레그단비맙)'를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자에게 투여하는 노출 후 예방 임상을 진행했다.
이후 'CT-P59'은 '렉키로나'라는 제품명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됐다. 셀트리온의 예방 전략은 확진자와 접촉한 뒤 투여하는 '노출 후 예방'이었다는 점에서 감염 노출 이전부터 보호효과를 확보하려는 'VYD2311'의 노출 전 예방과 차이가 있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국내 개발 파이프라인에서는 'VYD2311'처럼 코로나19 노출 전 예방을 목적으로 후기 임상을 진행하면서 정식 허가까지 추진하는 국산 단클론항체 후보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