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유전자의 잘못된 염기서열을 원하는 서열로 직접 바꿔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프라임 편집(Prime Editing)' 기술을 이용한 알파-1 안티트립신 결핍증(AATD) 치료제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프라임 메디신(Prime Medicine)은 24일(현지시간) 알파-1 안티트립신 결핍증(AATD) 치료 후보물질 'PM647'의 임상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PM647은 환자의 간세포 안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직접 교정하는 체내(in vivo) 프라임 편집 치료제다. 한 차례 정맥 투여로 유전적 원인을 바로잡아 AATD에서 나타나는 폐와 간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라임 메디신은 이번 IND 승인에 따라 미국에서 PM647의 임상 1/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는 2027년 첫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프라임 메디신의 체내 프라임 편집 치료제 'PM647'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PM647은 알파-1 안티트립신 결핍증(AATD)을 일으키는 SERPINA1 유전자 변이를 간세포에서 직접 교정해 폐와 간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생성이미지]잘못된 DNA 염기서열 직접 '검색·교체'
AATD는 'SERPINA1'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질환이다. 이 유전자는 주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알파-1 안티트립신(AAT) 단백질 생성에 관여한다.
AAT는 혈액을 통해 폐로 이동해 염증 과정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분해효소로부터 폐 조직을 보호한다. SERPINA1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정상 AAT가 부족해지면 폐 조직이 지속적으로 손상돼 폐기종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비정상 AAT 단백질이 간세포 안에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에서는 간섬유화와 간경변, 간부전 등 간질환까지 나타난다.
PM647은 AATD의 가장 흔한 원인 변이인 SERPINA1 유전자의 'E342K(Pi*Z)' 변이를 정상 서열로 되돌리도록 설계됐다.
치료제는 지질나노입자(LNP)를 이용해 프라임 편집 시스템을 간으로 전달한다. 간세포에 도달한 편집 시스템은 잘못된 DNA 염기서열을 찾아 정상 서열로 교체해 정상적인 M-AAT 단백질 생산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프라임 편집은 흔히 DNA의 '검색·교체(search-and-replace)' 기술로 설명된다. 표적 DNA를 찾은 뒤 원하는 염기서열을 새로 써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CRISPR-Cas9 유전자편집은 일반적으로 DNA 이중가닥을 절단한 뒤 세포의 자체 복구 과정을 이용한다. 반면 프라임 편집은 DNA 이중가닥을 완전히 절단하지 않고 특정 염기를 치환하거나 짧은 DNA 서열을 삽입·삭제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이다.
PM647은 프라임 메디신이 자체 개발한 간 표적 LNP 전달 플랫폼을 이용한다.
회사에 따르면 완전 인간화 마우스 모델에서 PM647을 투여했을 때 높은 수준의 유전자 교정이 나타났으며, 교정된 정상형 M-AAT 단백질 농도는 임상 적용이 가능한 용량에서 건강한 사람의 범위까지 회복됐다.
폐질환 환자부터 투여…간질환으로 확대
이번 임상 1/2상은 공개·단일군 방식으로 PM647의 단회 투여를 평가한다.
회사는 먼저 AATD로 인한 폐질환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간질환은 없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이며 안전성과 내약성, 약력학적 효과 및 초기 치료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초기 환자군에서 안전성이 확인되면 간질환을 동반한 AATD 환자로 임상을 확대한다.
이 같은 임상 설계는 PM647이 가진 특징과 관련이 있다. 현재 AATD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AAT 보충요법은 혈중 AAT 농도를 높여 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환자의 SERPINA1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비정상 단백질의 간 축적 문제까지 해결하기 어렵다.
PM647은 변이 자체를 정상화해 정상 AAT 단백질 생산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간에 축적되는 비정상 단백질의 발생 원인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라임 메디신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약 20만 명의 AATD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교정하는 질병변경제나 완치 치료법은 승인돼 있지 않다.
개발권 놓고 빔과 중재분쟁도
PM647은 임상에 진입하기 전 개발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겪기도 했다.
프라임 메디신과 유전자편집 기업 빔 테라퓨틱스(Beam Therapeutics)는 2019년 체결한 협력·라이선스 계약을 둘러싸고 PM647의 개발권이 어느 회사에 있는지를 놓고 중재 절차를 진행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 7월 PM647이 양사 계약에서 정한 프라임 메디신의 개발 영역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프라임 메디신이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빔 테라퓨틱스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프라임 메디신은 PM647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유지하게 됐다. 회사는 당시 올해 3분기 IND 또는 임상시험계획 제출과 2027년 초기 임상 데이터 공개를 예고했다.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지 약 두 달 만에 FDA의 임상 진입 승인을 받은 셈이다.
PM647은 프라임 메디신의 두 번째 체내 프라임 편집 임상 프로그램이다.
FDA는 앞서 지난 7월 이 회사의 윌슨병 치료 후보 'PM577a'의 IND를 승인했다. PM577a는 ATP7B 유전자의 H1069Q 변이를 간에서 직접 교정하도록 설계된 체내 프라임 편집 치료제로 현재 임상 1/2상 진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프라임 메디신은 두 후보에 동일한 간 표적 LNP 전달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 PM577a에서 확보하는 제조·임상 경험을 PM647 개발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PM647의 임상 진입으로 프라임 편집 기술이 동물모델에서 확인된 유전자 교정 능력을 실제 AATD 환자의 간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