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1일(현지시간) 승인한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이셈빌드(Isembyld, 아피테그로맙-mstn)'. 기존 SMN2 표적 치료제에 추가해 사용하는 약으로, SMA에서 근육 손실을 직접 표적하는 최초의 치료제다. [사진=스칼러록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가 운동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약해진 근육 자체를 직접 치료하는 단계로 확대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스칼러록(Scholar Rock)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이셈빌드(Isembyld, 아피테그로맙-mstn·apitegromab-mstn)' 주사제를 승인했다.
사용 대상은 현재 SMN2(척수운동신경 생존 유전자 2) 표적 치료제를 투여받고 있는 2세 이상 소아와 성인 SMA 환자다. 기존 치료제를 대신하는 약이 아니라, 기존 치료에 추가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FDA는 "이셈빌드가 SMA에서 근육 손실을 직접 표적하는 최초의 약물"이라고 소개했다.
SMA는 신생아 1만 명당 약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하고 진행성인 신경근육 질환으로, 영아 사망의 주요 유전적 원인 중 하나다. 이 질환은 운동 신경 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는 SMN1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며, 진행성 근육 약화와 위축을 초래한다.
인체에는 SMN1을 보완하는 보조 유전자 SMN2도 있지만, 이 유전자가 만드는 SMN 단백질 대부분은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 기존 SMA 치료제 가운데 상당수는 SMN2 유전자에 작용해 정상적인 SMN 단백질 생성을 늘리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치료제가 바이오젠(Biogen)의 '스핀라자(Spinraza, 누시너센·nusinersen)'와 로슈(Roche)의 '에브리스디(Evrysdi, 리스디플람·risdiplam)'다. 노바티스(Novartis)의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Zolgensma, 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onasemnogene abeparvovec)'는 정상 SMN1 유전자를 몸속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들 치료제의 등장으로 SMA 환자의 생존과 운동기능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치료를 받더라도 이미 약해진 근육 때문에 걷거나 몸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남는 환자들이 있다.
이셈빌드는 바로 이 근육을 직접 겨냥한다.
이 약은 완전 인간 단일클론항체로,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미오스타틴(myostatin)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차단한다. 미오스타틴은 근육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을 억제하면 근육의 성장과 기능을 높일 수 있다.
이셈빌드는 미오스타틴이 활성형으로 바뀌기 전 단계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 미오스타틴의 생성을 막는다.
기존 SMA 치료제가 주로 부족한 SMN 단백질을 보충해 운동신경세포를 보호한다면, 이셈빌드는 근육 자체를 직접 표적해 운동기능 개선을 노리는 셈이다.
52주 치료 후 운동기능 개선…3점 이상 향상 환자 34.2%
FDA 승인은 무작위배정·이중맹검·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된 3상 임상시험 'SAPPHIRE'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임상에는 스스로 이동하거나 독립적으로 걷기 어려운 2~21세 SMA 환자 188명이 참여했다. 모든 환자는 이미 승인된 SMN2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환자들은 아이셈빌드 10 mg/kg, 20 mg/kg 또는 위약을 4주마다 한 번씩 정맥주사로 약 1년 동안 투여받았다.
주요 유효성 분석은 이 가운데 2~12세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운동기능 평가는 '해머스미스 확장 운동기능척도(Hammersmith Functional Motor Scale-Expanded, HFMSE)'를 이용했다. SMA 환자의 앉기, 구르기, 일어서기 등 여러 동작을 평가하는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운동기능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FDA는 "10 mg/kg을 투여한 2~12세 환자에서 1년 후 운동기능이 개선된 반면, 위약군에서는 운동기능이 악화돼 두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HFMSE 점수가 3점 이상 증가한 환자는 이셈빌드 10 mg/kg군에서 34.2%로, 위약군 13.5%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FDA는 3점 이상 증가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운동기능 개선으로 평가했다.
스칼러록이 공개한 세부 분석에서는 10 mg/kg 투여군의 52주 HFMSE 변화가 위약군보다 2.2점 더 좋았다. 명목상 p값은 0.0121이었다.
HFMSE가 3점 이상 개선될 가능성은 위약군보다 약 3.8배 높았다. 이 분석의 명목상 p값은 0.0125였다.
SAPPHIRE는 앞서 10 mg/kg과 20 mg/kg 투여군을 합친 분석에서도 위약군보다 HFMSE 점수가 1.8점 더 개선되며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한 바 있다.
FDA는 이번 승인에서 10 mg/kg을 권장 용량으로 정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상기도 감염, 구토, 기침, 바이러스 감염, 두통, 위장염, 인두염 등이었다.
이셈빌드 투여 환자에서는 중대한 골절을 포함한 골절 위험 증가도 관찰됐다. FDA는 "임신 중 투여할 경우 태아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상부터 장기 추적…기존 치료에 '근육 치료' 추가
아피테그로맙은 앞서 2상 'TOPAZ' 연구에서도 기존 SMN 표적 치료를 받고 있는 2형·3형 SMA 환자를 대상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칼러록은 이후 장기 연장시험 'ONYX'를 통해 TOPAZ와 SAPPHIRE 참가자들의 장기 안전성과 운동기능 변화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개발 전략은 처음부터 기존 SMA 치료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었다. SMN 표적 치료로 운동신경세포를 보호하면서, 근육을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를 추가해 운동기능을 더 개선하겠다는 방식이다.
SAPPHIRE 역시 걷기 어려운 2형·3형 SMA 환자 가운데 누시너센 또는 리스디플람을 기존 치료로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제조시설 문제로 한 차례 승인 불발…대체 시설로 FDA 문턱 넘어
이셈빌드의 미국 허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FDA는 지난해 9월 아피테그로맙의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BLA)에 대해 보완요구서한(CRL)을 발행했다.
문제가 된 것은 약의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 데이터가 아니었다. 완제 의약품의 충전·포장을 담당하던 카탈런트 인디애나(Catalent Indiana) 제조시설에서 문제가 확인된 것이 이유였다.
이 시설은 이후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 인수됐다.
FDA는 올해 4월 해당 시설을 다시 실사했고, 8월 이를 '공식조치 필요(Official Action Indicated, OAI)'로 분류했다.
스칼러록은 FDA와 협의해 카탈런트 인디애나 시설을 허가신청에서 제외하고, 다른 충전·완제 생산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계속했다. FDA는 결국 이 대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이셈빌드를 승인했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스칼러록(Scholar Rock) 로고. [사진=스칼러록 제공]유럽에서도 제조시설 문제가 허가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스칼러록은 지난 8월 13일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한 이셈빌드 허가신청을 철회했다. EMA에 따르면 당시 허가신청에 포함된 제조시설이 정해진 기간 안에 유럽연합(EU)의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을 준수한다는 사실을 확인받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스칼러록은 문제가 된 시설을 신청서에서 제외하고 대체 충전·완제 시설을 포함해 유럽 허가신청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회사는 일본에서도 올해 말까지 아피테그로맙의 신약허가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추가적인 일본인 대상 임상시험 없이 신청할 수 있다는 입장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FDA는 이셈빌드에 패스트트랙, 희귀의약품, 희귀소아질환 치료제 지정을 부여했다. 이번 승인과 함께 스칼러록은 희귀소아질환 우선심사 바우처도 받았다.
스칼러록은 미국에서 이셈빌드 상업 출시를 시작했으며 수일 내 제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