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면역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 유형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신약이 동물실험을 통해 그 효능을 입증하면서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저산소유도인자(HIF) 1형과 2형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기전의 약물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기존 면역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 유형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신약이 동물실험을 통해 그 효능을 입증하면서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저산소유도인자(HIF) 1형과 2형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기전의 약물이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및 메릴랜드 약학대학 공동 연구팀은 난공불락의 암을 정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신약개발에 성공, 상업화를 위한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주목한 HIF는 세포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처했을 때, 이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작동시키는 전사 조절 단백질이다. 일반적인 산소 농도에서는 곧바로 분해되어 사라지지만, 산소가 부족해지면 세포 핵 속으로 이동한 뒤 수백 개의 유전자 활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암세포는 급격한 증식 과정에서 만성적인 저산소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HIF를 활성화하여 신생 혈관을 생성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에너지 대사를 효율적으로 개조하며, 주변 조직으로의 침습과 전이를 촉진한다.
◆ 30년 만의 결실 '웰리렉' 능가한 이중억제제, 치료 패러다임 전환
HIF는 1990년대 초 처음 발견되어 그 기전이 규명되었으나, 오랜 기간 치료제 개발은 난항을 겪어왔다. HIF는 전형적인 '언드러거블(Undruggable, 약물 투여 불가)' 단백질로 분류되어 왔는데, 약물이 결합할 수 있는 표면 구조가 평탄해 표적 공격이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30년 만인 최근, 미국 MSD(Merck)의 HIF 2형(HIF-2) 억제제 '웰리렉(Welireg, 성분명 : 벨주티판·Belzutifan)'이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획득하며 치료제 개발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웰리렉' 역시 한계는 있었다. 암세포 내에서 HIF-2를 억제할 경우, 보상 작용으로 HIF-1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전체적인 HIF 농도와 그에 따른 암세포의 생존력이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존 치료의 보조적 옵션에 그쳤던 것이다.
◆ 면역항암제 병용 투여시 암세포 완전 사멸 … 재이식 암세포까지 퇴치
존스 홉킨스 의과 대학과 메릴랜드 약학 대학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제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개발된 약물은 첨단 약물 설계 기술을 통해 HIF-1과 HIF-2를 동시에 타격하는 이중 억제제다. 연구팀은 해당 약물을 기존의 면역 항암제와 병용 투여하는 생쥐 실험을 통해 그 효능을 입증했다.
실험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면역 항암제 단독 투여 시 반응률이 낮았던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모델에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 암세포가 완전히 사멸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특히 종양이 사라진 뒤 암세포를 재이식했음에도 면역 체계가 이를 즉각 제거하며 재발 방지 효과를 입증했다.
그간 업계는 면역 항암제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주로 면역세포의 활성에만 집중해 왔으나, 연구팀은 반대로 암세포의 회피 기전인 HIF를 무력화하는 역발상을 통해 면역 항암제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그레그 세멘자(Gregg L. Semenza) 교수는 "이 병용요법은 향후 다양한 암 치료에 효과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새로운 신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당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실험 의학(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JEM)'에도 소개돼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임상 시험을 통해 해당 신약의 치료 효과를 검증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