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암은 환자만의 병이 아니다. 가족도 함께 앓는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치료의 동반자이자 또 다른 희생자다. 그러나 우리의 의료는 아직도 환자 중심에만 머물러 있다.
서울대병원과 가톨릭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는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암 환자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단순한 의료비가 아니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져오는 심리적 스트레스였다. 그 스트레스는 삶의 질을 무너뜨리고, 불안과 우울을 키우며, 건강마저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우리 의료가 놓치고 있는 지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경제적 심리 스트레스가 큰 보호자는 삶의 질 저하 위험이 8배 이상 높았다. 불안 위험도 7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지출보다 '앞으로 어떻게 버틸까'라는 불안감이 사람을 더 무너뜨린다는 의미다.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도 문제였다.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사회활동에서 멀어질수록 우울과 불안은 더욱 커졌다. 가족들은 환자를 위해 자신의 일상과 인간관계를 포기한다.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사회는 암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했고, 신약 접근성도 점차 개선하고 있다. 의료기술 역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탱하는 가족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이 돌봄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다. 간병비 부담은 여전히 크고,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치료가 길어질수록 경제적 압박과 심리적 피로는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암 치료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 환자만 치료하는 시대는 지났다. 보호자의 정신건강을 살피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시선을 넓혀야 한다. 암 환자 가족을 의료의 주변부가 아니라 돌봄의 핵심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 가족이 무너지면 환자의 치료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환자 중심 의료는 더 이상 환자만 바라봐서는 완성될 수 없다. 가족까지 함께 돌보는 의료가 진정한 환자 중심 의료다. 가족을 지키는 일은 결국 환자를 지키는 일이다. 이제 의료의 시선도 그곳을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