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사진=SK바이오팜][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SK바이오팜이 자사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제네릭 제조사와 미국에서 첫 특허 소송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오리지널 신약의 시장 독점판매 기간을 둘러싼 핵심 변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합의한 인도 제네릭 제약사 MSN 래보라토리스(MSN Laboratories, 이하 MSN)가 선발 제네릭사가 아닌 후발 주자인 데다, 선발 제네릭에 부여되는 '180일 독점판매권' 향방도 아직 결론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후발 주자 MSN과 첫 타결… 핵심은 '선발 2개 사'와의 소송
SK바이오팜은 지난 19일 MSN과 세노바메이트 미국 특허 소송에 전격 합의하고 일정 조건에 따른 제네릭 출시 권리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구체적인 합의 조건과 제네릭 출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합의로 MSN의 제네릭 출시는 세노바메이트 원물질 특허 보호가 끝나는 것으로 예상되는 2032년 10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독점 기간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SK바이오팜이 2024년 6월 처음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선발 업체는 아우로빈도 파마(Aurobindo Pharma)와 제나라 파마(Zenara Pharma) 두 곳이며, MSN은 같은 해 11월 뒤늦게 피소된 후발 업체이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24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3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고, 그중 후발 주자인 MSN 1곳과 합의를 마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릭 180일 독점판매권' 발동 시점… 후발 진입 속도에도 영향 줄 듯
시장의 이목은 선발 제네릭사에 부여되는 '180일 제네릭 독점판매권' 향방에 쏠려 있다. 미국 제네릭 허가 규정상 신약 특허 무효·미침해를 주장하는 '파라그래프 IV(Paragraph IV)' 인증을 가장 먼저 신청한 최초 신청자(First Applicant)는 첫 출시 후 180일 동안 다른 후발 제네릭의 FDA 최종 승인을 차단하는 독점 판매 혜택을 받는다.
본지 취재 결과, 아우로빈도와 제나라는 모두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파라그래프 IV 인증을 같은 날(2024년 3월 11일) FDA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2003년 규정 개정 이후, 같은 날 파라그래프 IV 인증을 담은 약식신약허가신청(ANDA)을 낸 신청자가 여럿이면 이들 모두를 '최초 신청자'로 인정하고 180일 독점권도 함께 나눠 갖도록 하고 있다.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원칙을 아우로빈도·제나라 사례에 대입하면, 두 회사가 모두 FDA 최종승인을 받을 경우 180일 독점권도 두 회사가 함께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SK바이오팜은 첫 제네릭 진입 시점부터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의 제네릭과 동시에 경쟁해야 한다. MSN을 비롯한 후발 신청자의 최종승인은 두 회사 중 한 곳이 실제 판매를 시작한 날(또는 특허 무효·비침해를 확정하는 법원 판결일 가운데 이른 시점)로부터 180일 동안 판매를 제한받는다.
반대로 두 회사 중 한 곳만 남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180일 독점권의 상실(forfeiture) 사유(신청 후 30개월 내 잠정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승인 후 일정 기간 내 실제 판매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 등)는 신청자별로 개별 적용되기 때문에, 두 회사 가운데 한 곳만 이런 사유에 해당해 자격을 잃으면 남은 한 회사가 단독으로 180일 독점권을 갖게 될 수 있다.
두 회사가 모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독점권을 상실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는 180일 독점권이라는 장벽이 사라지면서 후발 주자들도 더 일찍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국 시장은 회사 버팀목…복제약 출시될 경우 타격 불가피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의 실적을 견인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다. 2019년 11월 FDA 승인을 받아 2020년 5월 미국에 출시된 엑스코프리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6830억 원을 달성했다. SK바이오팜 전체 매출(7067억원)의 96.7%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2분기에도 전체 매출(2474억원)의 90.7%가 엑스코프리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올해 2분기 미국 시장 매출은 2244억 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90.7%가 미국 시장에서 나온 것이다.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수노시)을 제외할 경우 특별한 수익원이 없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엑스코프리와 미국 시장은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핵심 자산인 셈이다.
결국 실적 방어의 핵심은 미국 시장에서 첫 제네릭의 시장 진입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선발 제네릭사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져야 엑스코프리의 독점판매 기간이 길어지고, 첫 제네릭 출시 이후에도 선발사의 180일 독점권이 유지돼야 후발 제네릭의 시장 난립을 순차적으로 늦출 수 있다. 반면 제네릭 경쟁이 확대될수록 오리지널은 가격과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MSN과의 합의는 장기적인 분쟁 리스크를 한 건 덜어냈다는 의미는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허 방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