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연구개발(R&D) 전문 바이오 벤처로 출발했던 신라젠이 안정적인 자체 수익 모델을 연이어 확보하며 종합 연구개발 제약사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수액제 전문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전통 제약사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매출 창출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최근 신신제약과 수액제 제품군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신라젠이 보유한 수액제 파이프라인의 국내 유통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과거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 등 단일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에 회사 전체의 운명을 걸었던 R&D 벤처 시절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했음으로 보여준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해 수액 전문 개발 및 제조업체인 우성제약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기초 필수의약품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신약 개발의 긴 호흡을 견뎌낼 수 있는 기초 체력, 즉 '캐시카우'의 필요성을 절감한 데 따른 과감한 투자였다.
우성제약 인수를 통해 생산 기반과 기초 제품 라인업을 확보한 신라젠은 이번 신신제약과의 공동판매 계약을 통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국내 영업 및 유통망'이라는 퍼즐을 맞추게 됐다. 신신제약은 오랜 기간 국내 약국 및 병의원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 온 전통 제약사다. 특히 외용제와 필수의약품 영역에서 강력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라젠의 행보는 신약 R&D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리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신약 R&D는 성공 시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지만, 임상 1상부터 3상에 이르기까지 수천억 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수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후속 임상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기술수출 반환 등의 악재를 만나며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신라젠은 이러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가동했다. 항암 파이프라인인 'BAL0891'과 'SJ-600' 시리즈 등 고부가가치 신약 R&D는 글로벌 임상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수액제와 같은 안정적인 전문의약품(ETC) 사업으로 매달 고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수액제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입원 환자 증가로 인해 매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알짜 시장으로 꼽힌다. 기초수액제는 급격한 시장 변동 위험이 적고, 영양수액제 등 프리미엄 제품군은 수익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신라젠은 우성제약 인수 및 신신제약과의 공동판매 계약으로 수액제 생산 및 판매 체계를 완성, 원료 공급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전주기 수액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게 됐다.
이로써 신라젠은 '바이오 벤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R&D 역량과 제조·판매 능력을 모두 갖춘 '종합 연구개발 제약사'로 재탄생하게 됐다는 평가다.
단일 파이프라인의 성패에 회사 전체가 흔들리던 과거를 딛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 신라젠의 승부수가 국내 바이오 벤처 업계에 성공적인 자립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