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 미국 뉴저지주 뉴브런즈윅 본사 전경. [사진=존슨앤드존슨][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의 다발성 골수종 병용요법 '텍베일리'(Tecvayli, 성분명: 테클리스타맙·Teclistamab)+'다잘렉스 파스프로'(Darzalex Faspro, 성분명: 다라투무맙/히알루로니다제-fihj·Daratumumab/Hyaluronidase-fihj)를 2차 치료제로 전격 승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적응증 확대를 넘어 존슨앤드존슨의 묘수가 통한 것으로 분석한다.
2029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매출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다잘렉스'의 수명을 더욱 연장하는 동시에, '텍베일리'를 단숨에 초기 치료 라인으로 끌어올려 매출 신장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두 제품을 하나의 병용요법으로 묶어 각각의 한계를 동시에 돌파한 존슨앤드존슨의 전략이 FDA 승인으로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과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승인으로 '텍베일리'가 수년 내 연매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는 동시에, '다잘렉스'의 처방 기간과 매출 규모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데이터 "텍베일리, 2031년 약 7조 원 … 2024년 대비 7배 이상 성장"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텍베일리'의 연간 매출이 2024년 5억 4900만 달러(약 8125억 원)에서 2031년 45억 달러(약 7조 원)까지 7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의 핵심 전제는 바로 이번 2차 치료제 승인이었다. 다발성 골수종 2차 치료제로 승인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나온 예측이었던 것이다.
실제 '텍베일리'는 2025년 연매출 6억 7000만 달러(약 9916억 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기대에는 약간 못 미쳤다. 4분기 매출만 보면 1억 7600만 달러(약 260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지만, 글로벌데이터의 예상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대대로 2차 치료 라인 진입에 성공하면서 '텍베일리'는 이른바 '라인 당기기(Line Extension)' 전략을 통해 처방 가능 환자 수를 기존 대비 3~5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글로벌데이터의 예측을 현실로 만들 공산이 커졌다.
◆다잘렉스, 특허 만료 전까지 매출 정점 약 25조 원 예상
'텍베일리'의 병용 파트너인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Daratumumab)' 역시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다잘렉스'는 현재 존슨앤드존슨 전체 의약품 중 단독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제품으로, 2025년 연간 매출은 143억 5100만 달러(약 21조 2335억 원)에 달했다. 지난 4분기 매출만 39억 300만 달러(약 5조 7764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데이터는 2029년 미국 특허 만료 직전까지 '다잘렉스'의 연간 매출이 최대 169억 달러(약 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거베리는 이번 승인 직후인 6일, 존슨앤드존슨의 목표주가를 종전 227달러에서 253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텍베일리' 데이터가 '다잘렉스' 치료 기간 연장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 역시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50달러로 올렸다.
◆존슨앤드존슨 "2026년 총매출 약 148조 원 돌파, 2030년 항암 매출만 74조 원 목표"
존슨앤드존슨은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올해 기업 총매출이 1005억 달러(약 148조 7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자체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942억 달러(약 139조 4160억 원)에서 약 6.7% 성장한 수치다. 호아킨 두아토(Joaquin Duato) CEO는 지난 1월 21일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은 존슨앤드존슨을 새로운 가속 성장의 시대로 이끈 도약대 역할을 한 해였다"라면서,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와 파이프라인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아토는 다발성 골수종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2030년까지 항암 포트폴리오 매출 500억 달러(약 74조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번 '텍베일리'+'다잘렉스' 병용 승인이 그 목표를 향한 핵심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승인이 병용요법 임상 확대 기폭제 될 듯
이번 승인은 '텍베일리'의 매출 확대를 넘어, 존슨앤드존슨의 병용요법 임상 전략 전반에 강력한 탄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시선은 이미 그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현재 신규 진단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텍베일리'+'다잘렉스'+'레블리미드(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3제 병용요법을 표준치료와 비교하는 3상 임상(MajesTEC-7)을 진행 중이다. '레블리미드'는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Bristol-Myers Squibb, BMS)의 경구용 면역조절제(IMiD)로, 수십 년간 다발성 골수종 1차 표준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해온 약물이다.
이번 연구는 사실상 1차 치료 라인 진입을 겨냥한 것으로, 초기 안전성 코호트에서 이미 전체 반응률(ORR) 92.3%를 기록했다. 이번 2차 치료 승인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진 만큼, 존슨앤드존슨이 다발성 골수종 1차 라인 진입을 겨냥한 후속 임상들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허 절벽·약가 협상 등 리스크 대비 필요
다만 장밋빛 전망에만 기대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다잘렉스'의 미국 특허가 2029년 만료될 예정인 데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약가 협상 합의로 인해 2026년 관세 관련 비용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약 5억 달러(약 7400억 원)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면역학 부문의 블록버스터 '스텔라라(Stelar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Ustekinumab)' 매출이 특허 만료 이후 48% 급감하면서, 항암 부문이 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 구조적 부담도 여전히 안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2차 치료 승인은 존슨앤드존슨 항암 사업 성장을 앞당기는 가장 강력한 단기 촉매임은 분명하지만, 특허 절벽과 약가 압력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잘 해결해야 승인 파급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암 포트폴리오 장기 성장 구조 탄탄히 다져"
그럼에도 '텍베일리'+'다잘렉스' 병용요법 승인을 통해 존슨앤드존슨이 향후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특허 절벽과 약가 압력이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도 두 제품을 하나의 병용 전략으로 묶어 치료 라인을 끌어올린 이번 행보는 존슨앤드존슨 항암 포트폴리오의 장기 성장 구조를 한층 탄탄하게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