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은 일시적인 기분 저하를 넘어, 일상을 유지하는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에 가깝다. 최근 국내 우울감 경험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한다는 통계는 팬데믹이 남긴 정서적 상흔이 여전히 깊게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본지가 질병관리청의 최근 10년 치 '시·군·구별 연간 우울감 경험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지표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된 후 회복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년 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감을 연속 2주 이상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2016년 5.65%였던 이 수치는 2018년 5.56%까지 낮아지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5.69%)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021년 6.78%, 2022년 6.85%를 기록하더니, 2023년에는 7.59%까지 치솟으며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2024년 6.27%, 2025년 5.76%로 완화 추세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임상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하는 '우울증상 유병률'(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상태)도 궤를 같이했다. 2017~2019년 3% 안팎을 유지하던 유병률은 2021년 3.16%, 2022년 3.69%에 이어 2023년 3.99%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5년 3.56%를 기록하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이 역시 과거 대비 높은 수치다.
두 지표 모두 팬데믹 시기의 사회·경제적 고립과 변화가 국민 정신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우울 증상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우울'이라는 단어 때문에 단순한 감정 기복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우울증은 협심증이나 패혈증처럼 신체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의학적 질병'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는 감정과 수면, 에너지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울증은 인내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약물과 전문 상담을 통해 회복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치료를 받는 것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