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 5월 세계식량가격 발표
설탕 가격 올해 들어 34.9%↑
육류, 수요 급증에 영향 받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2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이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하며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곡물류의 가격이 크게 줄었지만 설탕과 육류의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3일 ‘식품 가격 지수’를 통해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24.3포인트(p)로 전월(127.2p) 대비 3.4p(2.6%) 하락했다”고 밝혔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인상, 낮으면 하락으로 평가한다.

식량가격지수는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지난해 3월 역대 최고치(159.7p)를 기록했다.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4월 설탕의 ‘공급 부족 우려’로 0.6% 상승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하락 전환해 2021년 4월(122.1p)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FAO는 “5월 식량가격지수는 식물성 기름, 곡물 및 유제품 가격의 급격한 하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면서도 “낙폭은 설탕 및 육류 가격 상승으로 부분적으로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식량 가격 그래프. (FAO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3.06.03.
세계 식량 가격 그래프. (FAO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3.06.03.

품목별로 곡물 가격지수는 4월(136.1p) 대비 6.5p(4.8%) 하락한 129.7p로 나타났다. 밀과 옥수수는 안정적인 생산량을 보이면서 각각 3.5%, 9.8% 하락했지만 쌀은 베트남과 파키스탄 등 일부 수출국 공급량 감소로 국제가격이 상승했다. 

잡곡 중 보리와 수수의 가격은 각각 9.5%, 9.7% 하락했다. 

식물성 기름(유지류) 가격은 한 달 전(130.0p)보다 11.3p(8.7%) 하락한 118.7p였다. 팜유는 주요 생산국의 생산 증가 기대와 맞물려 전 세계 수입 구매 부진이 장기화되며 4월 이후 크게 하락했다. 대두유, 유채씨유, 해바라기씨유 등은 공급량이 충분해 가격이 떨어졌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전월(122.6)보다 3.9p(3.2%) 하락한 118.7이었다. 분유 가격은 북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늘고 오세아니아 지역의 공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치즈는 북반구 지역의 우유 생산 증가 시기와 맞물려 가격이 하락했다. 버터도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으나 유럽산 버터 수출 가용량이 충분해 가격 상승 폭은 작았다.

한 시민이 대형마트 매장에 진열된 우유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 시민이 대형마트 매장에 진열된 우유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육류 가격지수는 117.9로 전월(116.7)보다 1.1p(1.0%)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5월 가금육 가격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공급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늘며 가격이 올랐다. 소고기 가격은 브라질산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미국산 소고기 공급량이 줄며 가격이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생산비 상승에 따라 생산 활동이 위축됐고 브라질산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며 가격이 올랐다. 양고기는 오세아니아 지역의 높은 수출 가용성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전월(149.4)보다 5.5% 상승한 157.6이었다. 올해 1월 가격지수 116.8과 비교하면 넉 달 동안 34.9% 상승했다.

설탕. (출처: 연합뉴스)
설탕. (출처: 연합뉴스)

FAO는 “국제 공급량이 예상보다 적었고 브라질에서 대두와 옥수수 수출에 밀려 설탕 선적이 지연된 것 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올해 브라질산 사탕수수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기상 여건이 개선되며 수확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가격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제 원유 하락도 설탕 가격 상승 폭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제 설탕가격 상승에 대응해 업계가 설탕 원료인 원당 수입선을 작황이 좋은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할 방침이다. 설탕 할당관세 물량 10만 5천톤을 원활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조치를 이달부터 시행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국내외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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