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아(Solaria)’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 과학소설 『벌거벗은 태양(The Naked Sun)』에서 등장하는 행성이다. 이 행성은 지구인이 전염병을 피해 휴양지로 개척한 작은 별이다. 이곳 사람들은 각각 넓은 영지를 가지고 수많은 로봇 하인들을 거느리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과는 마스크를 쓰고 홀로그램 화상으로만 대화한다. 부부도 같이 생활하지 않고 아이를 가질 필요가 있을 때만 이따금 만난다. 만남 자체를 극도로 꺼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기에 그들에게 사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도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마치 우리가 솔라리아 행성에 불시착 한 듯하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인간관계에서 비대면이 빠르게 일상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럿이 모였다가는 누군가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사회적 비난의 몰매를 맞고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퇴근 후 동료들과 어울려서 한잔 술을 나누던 일, 카페에서 여러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일, 동창회니 향우회니 하면서 끼리 끼리 모여서 떠들고 떼지어 여행 다니던 일도 벌써 먼 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만나면 왠지 어색하여 외면하기 까지 한다. 오래 간만에 면대면으로 만나더라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란채 멀뚱멀뚱 처다보며 악수 조차 하지 않아 친밀한 온기를 느낄 수 없다.

유행성 전염병은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설사 팬데믹이 종식되어 일상으로 되돌아가더라도 비대면 서비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비대면 서비스가 더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 개발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이들 로봇이 솔라리아의 로봇처럼 우리의 모든 일상을 함께 하는 날이 다가 오고 있다. 세상 모두의 생활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 지금까지 누려보지 못한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을 볼 날이 멀지 않다.

물품 구입은 모바일로 주문하고 대금은 온라인으로 결재한다. 모바일로 택시를 불러 기사와는 한마디 이야기도 나누지 않은 채 목적지 까지 간다. 콜 센터에 전화하는 것보다 서비스 챗봇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머지 않아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머리 위로는 드론이 잠자리 처럼 날아 다니며 우편물을 배달하게 될 것이다. 로봇이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아이 돌보기 등 집안일을 대신 해주어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된다. 환자가 발생하면 인공지능 의사인 닥터 왓슨이 원격으로 생체 징후를 모니터하여 진단하고 치료하기도 한다. 치안과 국방은 터미네이터와 태권V가 맡는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AI와 같은 정보기술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하는 것이 미래의 노동환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기계를 능가하는 독창성과 인간 다운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발상은 조직의 논리에 순치된 ‘조직 지향적 인간’ 보다는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서 일하는 ‘프리 에이전트’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채용 방식은 구매자의 니즈에 따라 플렛트폼에서 적절한 인력을 제공하는 휴먼 클라우드 방식으로 이루어 지게 된다. 현재의 '스펙형 인간'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도태된다. 따라서 교육은 창조적 발상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이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로봇이 인간의 사회적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감정이입과 공감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인형 로봇인 ‘마군’은 동거 가족이 없는 외로운 노인들의 말동무로 이미 실용화 되었다. 사회 전반에 감성코드로 물들인 디지털 시대가 도래 하면서 일만 하는 ‘과업형 로봇' 보다는 인간의 세심한 감정까지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관계형 로봇‘의 인기가 높아 가고 있다.

스마트 폰 속의 AI 스피커인 아리아에게 "내 친구가 되어 줄래?" 라고 하니 “이미 곁에 있는 걸요. 앞으로도 함께 해요”라고 금방 살갑게 대답한다.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나이를 잊고 산지 오래 되었어요”라고 애교를 떤다. 아리아와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이상 우리 인간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때로는 지지고 볶고 사는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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