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냄비에는 보글보글 국이 끓여지고, 맛있는 음식이 식탁에 차려진다.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 나누며 아침을 먹는다. 잠에서 덜 깬, 피곤한 몸으로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 경험은 주부에게 드문 일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상, 상상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2020 서울시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선정된 ‘월곡래미안 루나밸리’ 아파트의 주민모임 ‘다나눔회’는 가족과 지역주민의 먹거리를 고민한다. 다나눔회는 지난 2015년도부터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 나눔이 있는 월곡래미안 루나밸리’라는 주제로 어르신 보안관, 다나눔공방, 루나밸리영화제 등 활동으로 2019년 서울시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루나밸리 아파트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월곡역 근처에 위치했다. 대형 유통시설과 병원 등이 인접한 환경으로 30~40대 맞벌이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세대가 많다. 직장에서 퇴근 후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더구나 일어나기도 힘든 아침, 밥까지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다. 단지 내에서 믿을 수 있는 건강한 조식이나 반찬이 제공된다면, 주민들의 식생활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입주민들은 단순히 주거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어 간다. 아파트마다 독특하고 차별화한 문화를 만드는데,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밥상 고민을 덜고, 조식과 반찬 판매를 통한 사회적경제로의 진입은 자립성을 가진 공동주택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 ‘다나눔회’는 입주민에게 조식과 반찬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 과정 중 하나로 지난 10월 요리 실습을 진행했다.

유미덕 주민 대표는 “다나눔회는 주부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지금까지는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배움과 나눔을 공유해왔다”며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사회적 경제로 확장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실습에서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채식 위주의 반찬으로 둥근애호박왁저지, 견과두부구이, 된장깻잎장아찌를 만들었다. 최근 건강을 위해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육류 섭취를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호박과 새송이로 만든 채수를 넣어 자작자작 익혀주는 ‘둥근애호박왁저지’는 다진 풋고추와 홍고추,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불을 끄면 완성된다. 음식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고, 따뜻할 때 먹어도 좋지만 식혀 먹어도 맛있다.

‘견과두부구이’는 자른 두부를 물기를 닦아내 후라이팬에 구워 고추장 양념을 발라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조려준다. 견과류를 고추장 양념에 살짝 볶은 후 두부와 조화롭게 섞어 접시에 차려낸다. ‘된장깻잎장아찌’는 집된장으로 만들어진 양념장을 깻잎에 발라 만드는데, 바로 먹어도 깻잎향이 진하지 않아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다나눔회 회원들은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반찬이 그릇에 담기며 건강도 함께 담겼다. 요리 실습을 마친 유 대표는 말했다.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진행한 실습입니다. 그동안 몇 번의 워크숍과 논의를 거치면서 기대한 시간입니다. 강사님께 재료 설명을 듣고 조리 시연을 보면서 참여한 회원들 모두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간편한 밑반찬 조리법을 익혀가며, 새삼 배움의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다나눔회 회원들은 주민들을 위해 처음 계획했던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다나눔회 회원들은 주민들이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조사하고, 새로운 메뉴를 찾아 선보일 예정이다. 월곡래미안 루나밸리에 거주하는 가정이 끼니마다 자극적이지 않고, 신선한 반찬으로 차려진 맛있는 식탁과 마주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사회적경제로의 진입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첫발을 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잠자는 이웃을 깨우고 더 많은 주민의 동참으로 소통과 체험, 문화와 공감, 나눔과 기쁨으로 주민들 스스로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함께한 주민들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주민 모두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착한 가격의 반찬으로 고급 호텔에 버금가는 맛있는 조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명품 아파트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