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데이터 적극 공개 천명,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네이버의 데이터 적극 공개 천명,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 김신강
  • 승인 2020.09.19 0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빗장푼 네이버 … 데이터 공개하는 속사정?

쇼핑·지역 비즈니스 빅데이터 … 일명 돈 되는 정보 담긴 보물단지




[2020년 09월 19일] - 지난 17일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한 분야별 쇼핑 트렌드 데이터, 지역 비즈니스 관련 데이터를 금융 데이터거래소에 등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이자 비금융사 중 최초의 사례이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 데이터와의 시너지 효과로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AI 연구 및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내 ‘네이버 클라우드 데이터 샌드박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자사 데이터, 공공 데이터, 외부 기업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활용하는 일종의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는 지난 7월 14일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발표한 경제 기여 방향에 대한 첫 번째 후속 조치다. 한 대표는 금융 데이터거래소 참가와 AI 데이터의 공개 이외에도 소상공인과 창작자를 위한 편리한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와 온라인 창업, AI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지원, 소상공인과 사회 초년생을 위한 혁신 금융서비스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네이버가 금융 데이터거래소에 등록한 데이터의 예시로 제시한 사례를 보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이 트렌드나 지역 비즈니스 데이터를 유, 무료로 구독/구매해 자체 분석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 내 네이버 사용자들이 많이 검색한 비즈니스 키워드와 성별 및 연령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거나, 기존 사업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샌드박스의 경우 방대하게 모인 데이터를 보안성 높은 클라우드를 통해 활용하는 플랫폼 형식으로 제공된다. 네이버는 텍스트, 이미지 등 AI 학습용 데이터, 쇼핑, 지역, 검색 등 사용자 행동 데이터, 신사업 개발과 공익 연구를 위한 공공성 데이터 등을 제공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10월 중 CBT(Closed Beta Test, 비공개 베타테스트)를 실시하여 데이터 유용성을 점검해 연내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발표를 거창한 ‘네이버 판 뉴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네이버가 이야기하는 지역 비즈니스 데이터나 온라인 쇼핑 트렌드 데이터는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반인도 상당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한 번쯤 운영 또는 관리해 본 사람이라면 키워드 스테이션, 데이터랩, 네이버 애널리틱스 등의 용어는 이미 익숙할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조차 광고상품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될 만큼 이미 네이버는 거대한 광고판이 된 지 오래다. 파워링크, 네이버쇼핑, 파워콘텐츠를 거치지 않은 네이버의 검색화면이 이제는 잘 상상도 되지 않는다.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이도 상단 노출을 위해 공부도 하고 강의도 듣는 게 기본이 된 시대다. 네이버 수익의 핵심이 광고와 판매 수수료이기 때문에 네이버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와 비교해 폐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트렌드를 파악하고 지역 키워드를 발굴하는 일은 사실 이미 어렵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가 진정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경제적 기여를 하길 원한다면 검색 광고의 입찰가를 보다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광고비보다 객관적인 품질 지수에 더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도움을 주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네이버 쇼핑 플랫폼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마스크를 판매하는 최 모 씨는 “’KF94 마스크’ 키워드의 경우 클릭당 단가가 1,500원을 웃돌고 그마저도 대기업이 장악해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며, “그마저도 실시간 입찰가를 공개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광고비를 주먹구구로 내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최 씨의 말처럼 높은 광고비는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적 위기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네이버만 쓰는데 네이버를 떠날 수도 없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해외 플랫폼 역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광고비가 상승하며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비용부담 없이 품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꾸준히 활동하면 블로그, 카페 등에 상단 노출을 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파워콘텐츠라는 콘텐츠를 ‘가장한’ 광고상품이 블로그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상단에 노출해 검색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포스트 서비스의 경우는 사실상 블로그와 다를 바가 없고 점점 유명무실해지는 인상이 짙다.

꾸준히 네이버에 콘텐츠를 기재하던 많은 이들은 이미 유튜브로 떠났다.

네이버의 대국민 보고대회와 달리, 네이버 ‘통합검색’의 상업성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의 데이터 공개가 네이버의 또 다른 ‘수익구조’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이유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의 장점으로 다른 플랫폼 대비 월등히 낮은 수수료를 내세우지만, 이 역시도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쿠팡, G마켓 등 경쟁자들을 위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네이버가 민간 기업으로서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 대표가 말하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의 취지는 네이버와 같은 공룡기업이 자사의 이익보다는 한국 경제와 소상공인을 위한 어느 정도의 ‘희생’을 증명해야 그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적어도 네이버가 ‘상생’을 내세운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 중 네이버가 손해 본 상생은 없었던 것 같다.

‘인터넷 트렌드’에 따르면 2016년 85.8%에 달하던 네이버의 국내 검색점유율은 올해 58.2%까지 떨어졌고, 구글은 2016년 0.8%에서 33.1%까지 치솟았다. 유튜브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검색엔진이 순수하게 소화하는 총량도 대폭 줄었을 것이다. 네이버의 뉴딜 정책은 검색의 품질을 높여 떠나는 고객에게 신뢰도를 높이고, 쇼핑이든 콘텐츠든 품질 관리 기술에 더욱 투자하는 데 집중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를 위한 뉴딜인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