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고픈 날
'원만'한 친구에게
- 차 승 진 -
제주도 산행을 떠나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다
산을 좋아하는 너럭바위 같은 남자,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지구 몇 바퀴를
돌아도 성에 차지 않아 25시 편의점처럼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친구의 발걸음을
그림으로 그리면 세계지도를
펼쳐 놓은 축약된 거리
날마다 하루의 시간은 흐르고
또 내일의 시간은 오겠지만,
다큐멘터리 기록 영화나
온 산을 물들이는 가을 단풍처럼
막걸리 한 잔의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 헤치고 싶은,
푸짐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면
가는 곳마다 실크로드가 열리는,
황금빛 들판처럼 풍성한 친구를 생각하며
한 편의 시를 쓰고 싶은 날
차승진 기자
artist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