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7년간 자사 고위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들에 8,051억원 규모의 일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전관 채용 업체들이 따낸 수의계약 금액 규모는 924억원이다.

특히 디자인공모·비밀 등 부적합한 계약 관행과 규정 위반에도 퇴직자 재취업 업체들과 수의계약이 횡행한데다 2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만 관리하고 있어 실상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3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LH는 최근 7년간(2016년~2022년 6월 말 기준)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0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체결 유형을 살펴보면 수의계약 924억(52건), 제한경쟁 5,017억(16건), 일반경쟁 2,101억(79건), 기타 9억(3건)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디자인공모(22건)는 심사·평가위원 사전접촉 등 심사·평가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데다 사전접촉을 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내부 위원들이 적발돼 감사원 지적도 받았다.

비밀·보안(21건)도 국가계약법상 명시하고 있는 국가안보나 외교관계, 공익목적 등의 사유가 아닌 국토부 보도자료 등 사전에 이미 알려진 사업에 대한 계약을 비밀보안 사유로 체결한 수의계약도 적발됐다.

또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일반경쟁입찰 보다 실적, 면허, 지역을 제한하는 제한경쟁입찰은 발주처인 LH가 입찰 참가자 자격을 제한할 여지가 열려있어 사실상 '전관예우' 불공정 관행이 그대로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경실련이 분석한 LH건설관리용역에서 입찰 참여 업체수를 제한하는 종합심사제 방식의 입찰 담합과 LH전관을 영입한 업체들의 계약 수주 의혹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함께 사업 유형별로는 공사계약 4,722억원(8건), 용역계약 3,329억원(142건)이었고 물품계약은 없었다.

이 기간 3급 이상 퇴직자는 849명에 달했지만 LH가 관리하는 2급 이상 퇴직자는 7명에 불과했고, 이들이 재취업한 업체들은 공교롭게 건설사 1곳, 감정·건축·경호 등 용역사 5곳으로 계약 실적과 일치하고 있다.

2급 이상 퇴직자들은 3년 이내 취업 제한에 걸리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통해 사외이사, 고문, 부회장, 부사장으로 재취업하는데 특히 올해들어 퇴직한 3명은 1~6개월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조오섭 의원은 "LH는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 업체들에게 지속적인 수의계약, 제한입찰 등의 방법으로 불공정 계약를 해왔다"며 "LH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관예우 관행을 청산하고 계약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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