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꽁초, 남자들이 쉬야 하는 습하고 축축한 뒷골목 전봇대, 버려진 자재창고, 폐가의 녹슨 철문 등 인간의 손이 닿은 사물들은 사람 떠난 흔적으로 외로워집니다.

버려지는 것들에게서는 외로움의 악취가 가득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의 거리‘에서 멀어지면 따스함을 잃어버린 채 외로움에 떨며 철썩이는 빈 섬이 되어 버립니다.

인간관계에 관해 독일의 철학자인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가 1851년에 '소품과 단편집(독어:Parerga and Paralipomena, 영어: a collection of philosophical relections)'이라는 책에서 가족이든 타인이든 관계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했는데요.

이 책에서는 인간이 애착 형성을 할 때 가지는 불편함을 고슴도치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고슴도치들이 날이 추워서 서로 몸을 밀착해서 물리적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만 몸에 붙어 있는 가시들이 서로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고슴도치의 관계를 인간의 관계성으로 적용해서 설명한 용어가 바로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 입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사람이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애착형성의 욕구와 동시에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자율성의 욕구가 서로 상충되면서 일어납니다.

프로이트는 1921년에 자신의 책 '집단 심리학과 에고의 분석(Group Psychology and the Analaysis of the Ego)'에서 고슴도치 딜레마를 인용해 인간관계를 설명했습니다.

부부관계, 친구관계, 부모-자식 관계 등 모든 관계는 이런 고슴도치 딜레마와 같고,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 관계는 엄마와 아들의 관계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둘의 '양가감정(ambivalence)'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녀들은 부모인 내 앞에서는 짜증내고 화내고 부정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오히려 처음 보는 타인이나 심리적 거리가 먼 공동체에서는 이타적이면서 부드럽고 타인과 애착형성을 하려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부모조차도 자녀에게 가까운 거리의 애착관계와 멀리하고 싶은 자율성의 관계의 양가적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양가적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강압적이거나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자녀와 심리적 거리가 좁혀진 상태에서 또 다시 힘든 상황을 겪지 않으려고, 불편한 마음을 겪지 않으려고 미리 강하게 밀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만 그렇게 양가적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이런 말들을 하죠. ‘우리 집 신랑은 남에게만 잘해!’ 사람이 태어난 시점부터 6개월이 될 때까지, 양육자와 애착형성이 건강하게 된 사람은 가족이든 타인과의 관계에서 애착형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애착 형성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 중 어떤 이미지를 더 많이 형성하게 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부모와 함께 가지게 되는 이 이미지는 다른 타인과의 관계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부정적인 불안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은 남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변화될 수 있는데요. 항상 나만의 긍정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렇게 한 쪽은 좋고 한 쪽은 좋다는 식의 편협된 인간관계의 틀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외로움을 벗어 던질 수 있는 것입니다. ‘긍정’이란 이러한 양가적인 자신을 끊임없이 달래고 어르는 과정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등을 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란 어쩌면 ‘간극과 간격’의 차이 입니다. 자극이 올 때 인간은 반응하는 동물인데요. 이렇게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나는 간극을 경험하는지, 간격을 두는 사람인지 우선 먼저 자신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The space between stimulus and reponse)

Between stimulus and reponse there is a space.

In that space is our power to choose our response.

In our response lies our growth and freedom. - Victor Frankl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하나의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러한 반응 안에 성장과 자유가 있다 - 빅터 프랭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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