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위원장 하태경)가 서훈 前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자진 월북 몰이의 핵심 배후로 지목하면서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서훈 전 실장을 중심으로 나왔던 남북 관계 사건 중 일명 '북한 원전 추진 문건 사태' 또한 풀리지 않았던 주요 사건 중 하나인 만큼, 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재조명되는 것.

우선 28일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서훈 전 실장은 지난 27일 기준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다. 국민의힘은 그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한 우리나라 공무원 A씨에 대해 구조 의도가 없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서훈 전 실장은 이날 언론에 입장문을 배포하는데, 여기서 "최선을 다했으며 원칙에 어긋남 없이 최선을 다했다"라고 도미(逃美)설을 부인했다.

서훈 전 실장에 대해 도미설이 나오는 데에는 비단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의혹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했던 백운규 前 장관이 지난 15일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건은 '블랙리스트'로 국한되나, 문재인 정부 초창기 물밑에서 진행됐다가 들통난 일명 '북한 원전 추진 의혹'이 그들의 공통점이다.

<펜앤드마이크>의 취재를 종합하면, 주목할 만한 부분은 ▲ 실체적 문건 ▲ 서훈 전 실장 이력 ▲ 백운규 전 장관 이력 등 총 3가지다.

먼저 지난해 2월1일 <펜앤드마이크> 기사 <관련기사 : [속보]산업부,폐기했던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전격 공개>에 따르면, 산업부는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pdf> 문건 등을 공개했다. 이 문건이 공개된 데에는, 월성 원전 폐기 추진(탈원전) 과정에서 산업부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 3명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검찰이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북한 원전 추진 의혹'에 휩싸인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pdf' 문건을 공개했다.2021.02.01(사진=산업부, 편집=조주형 기자)
'북한 원전 추진 의혹'에 휩싸인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pdf' 문건을 공개했다.2021.02.01(사진=산업부, 편집=조주형 기자)

'북원추(북한 원전 추진 추정)'라는 제목의 폴더에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라는 파일이 복구됐는데. 이들을 포함한 17개 파일이 모두 '60 pohjois'이라는 상위 폴더에 담겼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北)'을 의미한다.

문제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에서는 '금호지구에 APR1400 건설', '과거 KEDO 부지 인근에 APR1400 2기', 'DMZ에 APR+ 건설', '신한울 3,4호기 건설후 북한으로 송전' 등의 안건이 담겼다.

두번째, 이같은 내용의 문서에서 KEDO가 거론된다. KEDO라 함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약자로 문재인 정부 첫 국가정보원(국정원) 수장이었던 서훈 전 실장의 이력과 연계된다. 서훈 전 실장은 지난 1997년경 북한의 신포 경수로 건설을 위한 KEDO의 한전 측 실무 관계관 직함으로 현장에 투입된 바 있다.

지난해 1월29일자 <펜앤드마이크> 보도 <관련기사 : [北 원전 추진 의혹-①] '북한 원전 건설-BH' 막후 서훈 靑 안보실장?>에 따르면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은 서훈 전 실장에 대해 "북한 전력에 대한 박사로, KEDO 근무를 했는데 그때 국정원에서 진급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사람 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라고 회고했었다. 또 다른 이는 "당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자 서훈 실장이 투입됐는데, 그는 북한 전문가라기 보다는 남북관계 전문가로 이런 사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세번째, 서훈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첫 정보기관장으로, 2017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했다. 백운규 산업부 전 장관 또한 서훈 전 실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중이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문재인 정부 산업장관으로 재직했었다.

이들의 재직기간이 겹치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8년9월 사이에는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이 있었고, 산업부는 문제의 문건 공개에 대해 "18.4.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고 밝힌다. 당시 통일부는 서면브리핑을 통해 "2018년 이후 남북 협력사업으로 북한 지역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라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시작된 백운규 전 장관의 문제 수사에 이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서훈 전 실장 사이에는 '북한 원전 추진 의혹 사태'가 껴 있는 모양새다.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훈 전 실장이 귀국하게 될 경우,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만큼 이와 연관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사령탑으로 활동하던 중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0.11.2(사진=연합뉴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0.11.2(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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