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2] 선생과 스승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2] 선생과 스승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17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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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며칠 전에 장인어른을 모시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J 호텔 온천장에 갔다. 
내가 매일 다니는 O 호텔 온천장이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에 휴무이기 때문에 그날은 장인어른을 모시고 장인어른이 다니시는 온천장에 간다. 

온탕에 몸을 담그고 보니 건너편에는 장인어른을 포함하여 나이 지긋한 세 분이 나란히 온천을 즐기고 계셨다. 온탕욕장이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건너편 어르신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그대로 귀에 들려왔다. 

가운데 자리 잡은 어르신이 오른편에 계신 분에게 나이를 묻는다. 82세라고 하니 자신은 89세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당신보다 낫고 더 높이 여김을 받아야 한다는 권위 의식이 은연중에 묻어 나온다.
 
그러더니 왼쪽으로 몸을 돌려 장인어른께 나이를 묻는다. 아버님이 “여섯이요”라고 하니 “여든여섯?” 하며 당연한 듯 되묻는다. 이에 아버님이 “아흔여섯이요”라고 하니 잠시 말문이 닫히더니만 “아흔여섯이요?”라고 되물으며 못 믿겠다는 듯이 장인어른을 찬찬히 흝어본다. 

그러더니 풀이 조금 죽은 목소리로 “대단하시네요”라고 한마디하고는 입을 닫았다. 아마도 당신의 나이가 제일 많을 거로 생각해서 나이 많은 것을 내세우며 좀 우쭐해지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 어르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르신 중에는 “늙으면 죽어야지” 하면서도 나이 먹은 것을 은근히 내세우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먼저 태어났다’라는 의미의 선생(先生)이라는 말에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일차적인 정의도 있지만,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개 경험이 다양하고 삶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지식이 많기 때문에 선생으로 존경받고 대접받았다. 같은 이유로 더 많은 지식을 갖고 가르치는 선생이 우러름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앎이나 지식이 나이와 비례하는 시대가 아니고 단지 더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선생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아니다.

선생을 교사 또는 스승이라고도 부르는 데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교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고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선생이나 교사는 단편적인 정의로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스승은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인도하는 역할까지 포함되어 있다.

내 학창 시절을 뒤돌아보면 이 용어들의 정의에 맞는 선생들이 기억난다. 
고등학교 때로 기억되는 데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수학 선생이 학교에 부임하셨다. 소문에 의하면 실력 있는 유명한 학원 강사라서 학교에서 스카우트해 왔다고 했는데 정확한 소식통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여간 내 기억으로 이 선생이 수학 하나는 기가 막히게 가르쳤었다. 설명도 명쾌하고 공식 풀이도 깔끔했다. 하지만 수학 선생 그 이상은 아니었다. 학원 선생 출신이라 그런지 오로지 학생들의 수학 실력과 점수 그리고 입시에만 관심을 두었던 그냥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일 뿐이었다.

또 한 분은 윤리를 가르치셨던 담임 선생님이시다. 
당시 변변찮은 오락거리도 없었던 시절에 유행했던 놀이가 책상 위에서 구슬을 굴려 목적지까지 가는 놀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무 책상을 파서 길을 만들고 군데군데 더 깊게 골을 파서 함정을 만들어야 했다. 

나도 친구들을 따라 내 책상을 파서 길을 내고 놀이터를 만든 것이 들켰을 때 선생님은 나무라시기보다는 “난 상익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 믿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 실망인데”라고 하셨던 그 말씀은 엉덩이를 얼얼하도록 때리는 회초리보다 더 매섭고 아프게 내 마음을 후벼팠고 지금까지 생생하게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말씀과 가르침은 내 삶에 지침이 되어 오늘날 내가 있게 해주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은 단지 가르침을 주신 것뿐만 아니라 나를 이끌어주신 진정한 스승이셨다.

직업 중에는 스승 사(師)자를 쓰는 직업이 있다. 교사(敎師), 의사(醫師), 약사(藥師), 간호사(看護師), 목사(牧師)가 그렇다. 모두 누군가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사람들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쳐 좋은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고, 의사, 약사,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하여 건강한 사람으로 이끄는 사람이고, 목사는 종교적으로 교인들을 구원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두 스승 사(師)자를 붙였다. 

반면에 판사(判事), 검사(檢事)는 일 사(事)자를 쓰고 박사(博士), 변호사(辯護士), 변리사(辨理士) 등은 선비 사(士)자를 쓴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난 사람’, ‘든 사람’ 그리고 ‘된 사람’으로 구분하여 말하기도 한다. ‘난 사람’은 재주가 많거나 능력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게 능력 발휘를 하는 사람을 말하고, ‘든 사람’은 아는 게 많고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며, ‘된 사람’은 고귀한 성품과 올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진정한 스승은 난 사람이나 든 사람이 아니라 된 사람으로 모범을 보이며 이끌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스승의 날로 제정한 5월 15일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어린 백성이 말하고자 하여도 뜻을 펼치지 못함을 가엾게 여겨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은 백성들을 가르쳐 올바로 이끌고자 하는 스승의 마음을 지녔기 때문에 그날을 스승의 날로 제정했다. 

해마다 임용 시험을 거쳐 많은 교사가 탄생하고 있다.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성품과 인품을 지니고 비전을 제시하며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진정한 스승이 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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