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출처: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한국의 대량 검사 방식, 일본의 제한 검사 방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동아시아에서 두 라이벌(한국, 일본)이 ‘대량 검사’와 ‘제한 검사’라는 정 반대의 방식으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며 두 나라를 비교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신속하게 코로나19 검사를 널리 이용하게 만들어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으며 39만 4천명 이상이 검사를 받았다. 한국은 이날 기준 확진자가 9583명으로 늘었다.

반면 한국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은 2만 8천여명을 대상으로 4만 8천여건의 검사를 한 데 그쳤다.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총 이날 기준 1724명이다.

이에 일본의 검사 방식에 대해서는 몇주 동안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의도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게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게 골자다.

미국과 같이 일본 정부는 발병 초기 몇 주 동안 검사 능력 확대에 실패해 비난을 받았다. 그 후 일본은 검사 능력을 확대했으나 일본의사회는 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권했어도 보건소가 거부하는 사례가 29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지침에 따르면 노인이 아닌 환자들은 4일간 열이 지속되지 않는 한 의사에게 방문조차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의사의 권유 없이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일본의 검사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시스템이 진짜 아픈 사람들에게 한정된 자원을 집중하고 사망자 수를 비교적 낮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이날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55명이다.

지난 27일 일본 도쿄의 한 다리 위에서 마스크를 쓴 남녀가  벚꽃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7일 일본 도쿄의 한 다리 위에서 마스크를 쓴 남녀가 벚꽃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많이 아픈 게 아니라면 보건시설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시타니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걸린 모든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상태가 위중한 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검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병원 대기실이 바이러스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한국식과 일본식 검사를 두고 선택에 직면해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검사가 점진적으로 늘어 지난주 토요일까지 총 89만 4천건의 검사를 완료했다고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가 밝혔다.

동시에 관계자들은 관리하기 쉬운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집에 있어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고 있다. 검사 키트 구성 물품뿐만 아니라 작업자가 안전하게 샘플을 채취할 수 있는 보호 장비가 부족한 만큼 해당 물품을 가장 필요한 곳에 공급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가벼운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모든 코로나19 검사는 마스크와 가운을 소비하고, 중환자실에 필요한 의료진들을 감염시킬 위험이 있다고 의사들은 전했다.

이달 초 “모든 미국인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진단 자원은 증세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어떤 방식으로 볼 때 일본은 성공적이었다. 지금껏 한국과 미국, 유럽을 강타한 감염의 확산 가속화를 피했으며 의료 시스템도 확진자 수에 압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의료정책연구소 카미 마사히로 이사는 검사 수의 부족으로 정부가 일본 내 코로나19의 감염 정도를 전혀 모르게 됐으며 국민은 잘못된 방역 의식에 빠졌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만들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의 상황은 그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달 들어 도쿄 시민들은 공원에 모여 벚꽃을 구경하고 술집과 식당에도 손님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10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에게서 방역당국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으로 최근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다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10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에게서 방역당국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으로 최근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다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20.3.10

한편 서울에서는 정부가 민간 부문 진단을 신속하게 허가하고 병원과 정부가 지정한 민간병원, 차에 탄 채로 검체를 채취하는 차량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검사도 가능하다. 가벼운 증상이 있는 환자를 격리시키고 가정에서 다른 식구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400개의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적절한 진단은 환자에게 위험을 알려 예방조치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자 동선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게 의료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환자들을 방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한국은 초기 발병 건수가 급증했으나 최근 몇 주 동안 감염 속도를 현저히 늦췄다”며 “일본은 지금까지 바이러스를 잘 통제해왔지만 지난 며칠 동안 200건의 새 감염 사례가 기록적으로 증가하면서 확산의 가속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 정부 전문가 위원회는 ’걷잡을 수 없는 전염 위험이 높다‘고 보고하고, 도쿄 거리는 마침내 텅 비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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