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흩날리는 눈발을 뚫고 후암동 가파른 골목을 올랐다. ⓒ천지일보 2020.2.19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흩날리는 눈발을 뚫고 후암동 가파른 골목을 올랐다. ⓒ천지일보 2020.2.19

 

골목 성격 살린 '도시 재생'

‘후암가록’… 인생도 함께 기록

‘공유공간’ 개념에 발길 이어져

후암동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집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길고 긴 겨울을 지나 봄의 문턱에서 만난 또 한 번의 겨울. 입춘이 2주 정도 지나 전국적으로 내린 눈과 뚝 떨어진 기온에 저마다 이제야 “겨울이구나” 싶던 날.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흩날리는 눈발을 뚫고 후암동 가파른 골목을 올랐다.

요즘은 전국 방방곡곡 각 지역마다 각각의 골목이 갖는 의미와 상징을 살려 골목길 투어 형식의 이벤트를 여는 곳이 많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후암동도 그렇다.

특히 이곳은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무소(이하 도시공감)의 도시 재생 사업으로 활기를 되찾은 곳으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일명 ‘핫플레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지도앱을 켜놓고 낯선 골목골목을 지나 찾아갈 만큼의 매력을 지닌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동네 주민들로 시작해 근처의 직장인들, 학생들이 후암동 골목을 즐겨 찾는다. 도시공감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재탄생한 후암동 그 골목길을 들여다보자.

‘도시공감’은 각각의 동네와 그 골목만이 가진 빛깔을 지켜내고 싶은 젊은 건축가들이 모여 탄생한 협동조합이다. 주로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도시‧지역 재생 관련 용역사업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건축사무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유공간과 가록 등의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도시 재생에 관심이 많은 다섯 청년들의 눈에 ‘후암동’은 정말 매력적인 동네였다. 그렇게 후암동에 둥지를 튼 도시공감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암가록’을 시작으로 후암동 공유공간 만들기에 나섰다.

 

‘후암주방’은 10㎡ 남짓한 작은 공간에 가정집 주방처럼 냉장고, 전자레인지, 싱크대, 전기밥솥, 각 식기 등이 마련돼 있어 일정 사용료를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이다. ⓒ천지일보 2020.2.19
‘후암주방’은 10㎡ 남짓한 작은 공간에 가정집 주방처럼 냉장고, 전자레인지, 싱크대, 전기밥솥, 각 식기 등이 마련돼 있어 일정 사용료를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이다. ⓒ천지일보 2020.2.19

‘후암가록’은 동네의 오래된 집의 내부와 외부를 실측하고 평면도와 입면도로 만들어 기록하고 그 도면을 명패와 액자로 만들어 신청자에게 선물하는 프로젝트다. ‘후암가록’은 단순히 집의 도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 그 집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추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도시공감의 ‘공유공간’ 만들기 사업을 통해 후암동은 이제 동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집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걸어서 5분 거리에 각각 주방, 서재, 거실을 만들어 사람들을 맞는다.

먼저 ‘후암주방’은 10㎡ 남짓한 작은 공간에 가정집 주방처럼 냉장고, 전자레인지, 싱크대, 전기밥솥, 각 식기 등이 마련돼 있어 일정 사용료를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이다. 2017년 3월 문을 연 이래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곳을 찾는다. 옛 의류 수선집을 개조해 가정집 부엌으로 재탄생된 후암주방은 하루 두 팀만 이용할 수 있다.

주방을 구경했으니 이제 서재로 들어가 보자. 후암서재는 후암주방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방에서 서재까지 5분 거리라니 참으로 큰 집이긴 하다. 후암서재도 인터넷으로 신청해 하루 동안 빌릴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작은 공간 안에 책꽂이와 책, 5인 테이블과 1인용 소파, 커피메이커, 싱크대 등이 구비돼 있다. 안쪽에는 열선이 깔린 작은 방도 있어 피곤한 몸을 잠시 뉠 수도 있다. 보통 4인, 8시간 기준 5만원 정도의 대여료가 발생하지만 대여 시간 동안은 온전히 개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찾는 이가 많다.


 

3층 건물로 된 후암거실은 파스타와 와인, 맥주, 음료 등을 파는 작은 식당이다. 2층 테이블에 앉으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여 운치를 더한다. ⓒ천지일보 2020.2.19
3층 건물로 된 후암거실은 파스타와 와인, 맥주, 음료 등을 파는 작은 식당이다. 2층 테이블에 앉으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여 운치를 더한다. ⓒ천지일보 2020.2.19

이제 주방과 서재 사이에 위치한 거실을 한 번 들여다보자. 3층 건물로 된 후암거실은 파스타와 와인, 맥주, 음료 등을 파는 작은 식당이다. 2층 테이블에 앉으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여 운치를 더한다. 시야를 가리는 큰 건물이 없어서인지 눈의 피로가 덜하다. 이곳 거실의 매력은 스크린과 홈시어터, 소파 등이 갖춰진 3층에 있다. 영화감상과 독서모임 등 소모임이 가능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 편하다.

후암동에 들어선 공유공간 ‘후암주방-후암서재-후암거실’을 제일 반기는 이들은 아무래도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점에서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 또한 공유공간들이 생겨나면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젊은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으니 골목이 훤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더욱이 후암동 골목(후암동 두텁바위로40길 일대)이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가파른 계단과 하수관로 등이 재정비될 계획에 있다. 이외에도 비상벨과 조명, CCTV 등을 더 많이 확대해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골목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어 기대가 되는 곳이다. 

 

후암거실의 매력은 스크린과 홈시어터, 소파 등이 갖춰진 3층에 있다. 영화감상과 독서모임 등 소모임이 가능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 편하다(왼쪽). 후암거실에서 주문한 파스타와 음료가 지친 몸과 마음에 힐링을 더한다(오른쪽). ⓒ천지일보 2020.2.19
후암거실의 매력은 스크린과 홈시어터, 소파 등이 갖춰진 3층에 있다. 영화감상과 독서모임 등 소모임이 가능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 편하다(왼쪽). 후암거실에서 주문한 파스타와 음료가 지친 몸과 마음에 힐링을 더한다(오른쪽). ⓒ천지일보 20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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