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에 속수무책” 이재민들 망연자실
<광주 광산구 임곡동 두정마을 가보니>
산사태에 마을·하천에 온통 진흙. 병원 입원중이던 주민 참사 피해
당분간 기약 없는 임시대피소 생활...주민들 “긴급재난지역 선포해야”

9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임곡동 두정마을의 한 주택이 산사태로 매몰돼 포크레인과 군장병들이 투입돼 긴급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새벽에 폭탄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산사태로 집 한채가 사라졌어요. 어르신이 이곳에 안계서서 다행히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9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임곡동 두정마을.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두정마을은 순식간에 쏟아져 내린 엄청난 양의 토사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됐다. 산기슭 일대는 푸르른 나무 대신 황토와 바위로 가득했고, 도로와 집 등을 쓸고 간 토사는 마을 앞 하천을 순식간에 시뻘겋게 만들었다.

60~80세의 어르신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두정마을은 40여가구 중 2가구가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한 주택은 전날 산사태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엄청난 흙더미에 깔려 있었다.

흙더미는 주택의 절반을 삼켰고, 간간히 버티고 있던 지붕도 곧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였다. 안방과 부엌 등은 성인 허리 높이까지 토사로 매몰된 상태였다. 집안의 가전제품과 집기들은 집 마당까지 쓸려내려와 흙더미와 함께 나뒹굴었다.

산사태가 집 한채를 덮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곳에 거주하던 노부부는 전날까지 군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참사를 피했다.

오공재 두정마을 통장은 “산사태가 발생한 날 집주인 부부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 참사를 피할수 있었다”며 “만약에 이곳에 계셨더라면 끔찍한 일이 일어 났을 것이다”고 놀란 가슴을 쓰러내렸다.

주택을 삼킨 토사는 대략 10t 가량으로 사람들이 손으로 퍼나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포크레인이 동원됐고, 군장병 22명과 마을 주민 등 총 30여명이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으나, 산사태로 피해를 본 주택은 진흙이 잔뜩 쌓여 있어 복구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오갈곳이 없어진 주민들은 향후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기상청 예보에 추가 산사태 피해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부분 필요한 생활용품과 귀중품을 챙기는 등 피난 준비를 하고 있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오공재 통장은 “온 동네가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것처럼 난리가 났다. 앞으로 장미가 온다고 하던데 급한 것만 복구해 놓고 우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다른 지역은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고 하는데 광주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신모(72)씨는 “서울에 사는 아들이 오늘 급하게 집으로 찾아와 같이 서울로 가려고 한다”며 “마을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하우스까지도 망가졌을 텐데 나중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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