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로 재구성한 총선대첩광주 광산갑 편

■무협지로 재구성한 총선대첩<4>광주 광산갑 편

군 공항 이전·송정역 개발 완수, 누구 손에
이용빈 의협, 더민주 경선 천신만고 끝 본선 무대로
김동철 검자, 16년 내력 진가 발휘…세 결집 총력
정의문파 나경채 공자·민중문파 정희성 검객 출사표
 

#극적인 비무대회 진출, 기회가 왔다

어등산 중턱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한 무리의 사내들, 말 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고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깨고 일행 중 한 명이 말했다. “이용빈 의협(醫俠) 기운 내십시오. 아직 더민주 문파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이 때였다.

“기다리시오” 누군가가 무리들을 향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멀리서 들리는 낯선 이의 목소리에 일행들은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그들의 눈빛엔 기대감이 스쳤다.

잠시 후, 한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더민주 문파에서 보낸 파발이오. 이용빈 의협이 이번 비무대회에 나가게 되었소”

파발꾼은 가슴팍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무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를 펼치자 ‘광주 광산갑 비무대회 최종 출전자 변경, 이용빈 확정’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문장 아래에는 이해찬 더민주 문파 방주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와아~” 내용을 확인한 일행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꽉 쥔 주먹을 하늘 위로 들어올린 채 함성을 질렀다.

문파의 공식 문서를 확인한 무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는 ‘침봉술의 대가’ 이용빈 의협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기회…. 내 이번에는 큰 뜻을 기어코 펼치리라. 광주 군공항 이전 비술, 송정역세권 개발 권법, 이 모든 무술을 극강의 경지에 이르게 하리라’

누가 볼새라 조용히 소매춤으로 눈물을 훔친 이 의협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펼쳐진 더민주 문파 경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뒤집힌 결과, 더민주 문파 격랑에 휩싸이다

비무대회에 앞서 본선 진출자를 뽑기 위한 더민주 문파 내 경합은 치열했다.

더민주 문파 경선은 모두 두 가지 관문을 합격해야 했고, 가장 빠르게 통과한 이에게 비무대회 출전권이 주어졌다.

특히 광산갑 경선에 가장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현 무림맹 군주가 강호를 제패하기 4년 전, 그의 손에 이끌려 정치무림에 입문한 이용빈 의협과 ‘나비 권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맹위를 떨친 이석형 전 산립조합 총관의 맞대결은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드디어 경선 당일, 두 무인이 결의에 찬 눈빛으로 경선장 입구에 다다랐다.

허름한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왔고 그 주변에는 응원을 하기 위해 모인 구름인파가 이들을 반겼다.

“입장하시오” 심판관이 두 사람에게 소리치자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가볍게 포권을 취한 뒤 터벅터벅 경선장 내부로 들어갔다. ‘스르릉’ 문이 닫히며 두 사람의 모습이 관중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건물 내부로 들어온 두 무인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봤다.

갑자기 묘한 진동음이 들리며 특수 제작된 기관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사방의 벽에서 구멍이 생겼다. 그 사이에서 수 백개의 암기가 두 명의 고수에게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파바밧’ 공기의 변화를 감지한 이 의협은 급하게 내력을 끌어올렸고 주변에는 바람이 생성돼 그의 몸을 감싸안았다. 바람으로 갑옷을 만드는 ‘풍갑술’이 시전됐고 이 의협을 향해 쏟아지는 암기들을 모두 막아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 전 총관도 황급히 호신강기(護身强氣)를 일으켰다. 갖은 수련을 통해 얻은 도검불침(刀劍 不侵)답게 암기들은 그의 몸을 통과하지 못한 채 구부러져 팅겨 나갔다.

비슷한 시간대 첫 관문을 통과한 두 고수는 곧바로 연결된 문 하나를 덜컥 열었다.

이들이 들어간 작은 방에는 향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곧이어 향초가 스스로 피어올랐고 뿌연 연기는 금새 방을 채웠다.

그 때였다. 이 의협 눈 앞에 4년 전 비무대회에서 패배했던 ‘또다른 자신’이 나타났다. 향초에서 새어나온 연기는 가장 후회되는 과거를 끄집어내는 환각 작용을 일으켰다

그의 눈초리가 슬며시 떨리며 동요했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 십명의 암흑인들이 이 의협을 공격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이 의협은 자신의 필살비술인 침봉술을 시전했다. 수 백개의 침을 사방에 던지자 암흑인들이 연기가 돼 사라졌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 전 총관은 보이지 않았다. 조급해진 마음에 서둘러 경선장 바깥으로 나갔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먼저 관문을 통과한 이 전 총관은 관중들의 연호를 받고 있었다. 승부는 2초 차이로 갈렸다.

‘졌구나…’ 이 의협은 깊게 탄식했다. 그리곤 조용히 경선장을 빠져 나와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펼쳐졌다. 경선 과정에서 이 전 총관이 금지된 사파 무공을 썼다는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고 심판관들은 장고 끝에 이 의협의 손을 극적으로 들어준 것이다.
 

# 이번엔 쉽지 않겠군

호남성 내부에는 비무대회 출전자들의 거처가 마련돼 있었다. 2층 작은 독방에는 일찌감치 짐을 푼 민생 문파의 대표 고수가 머물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새하얗고 눈은 매섭게 번쩍였다. 세월의 풍파와 관록을 경험한 듯한 외모의 소유자, 바로 김동철 검자였다.

똑똑. 야심한 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김 검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오거라”

조심스레 문이 열리고 녹색 무갑을 입은 수하가 그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김동철 검자, 더민주 문파의 출전 무인이 이용빈 의협으로 바뀌었다 하옵니다”

보고를 받은 김 검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더민주 문파가 이리 오락가락한 결정을 하면 호남성 민초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나마 호재가 되겠군’ 그는 찌푸렸던 미간을 펴고 오히려 잘 됐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권노갑 대좌에 무공을 전수받은 김 검자는 지난 4번의 광산갑 비무대회 불패신화를 이어간 필살의 고수였다. 그는 강호의 거친 풍파를 16년간 이겨내며 초절정의 반열에 오른 몇 안되는 무인 중 하나였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비무대회만큼은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았다. 숱한 세월 동안 갖은 일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호남성 내 더민주 문파를 지지하는 세는 강했다.

반면 3개의 다른 문파가 합쳐진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민생 문파는 상대적 열세로 느껴졌다.

“다시 한번 여의도에 입성해 정치무림 역사를 일구는 데 일조하고 싶은 게 내 바람일세. 비정규직 철폐, 군공항 이전 등 과업 완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네, 이낙연 전 무림맹 부군주와 인연을 강조했던 나의 한 수에 민초들의 반응은 어떤가”

김 검자의 물음에 고개를 들며 그의 수하가 답했다.

“중원에 떨친 공의 이름과 경험은 더민주 문파 출전자가 따라올 수 없다고 봅니다. 이 부군주와의 기연을 중원에 알린 것에 대해서는 더민주 문파 반발이 심합니다”

김 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상념에 젖었다.
 

# 수련의 대가를 얻으리라

출전자들 거처 반대편에는 여러 개의 수련장이 마련돼 있었다. 비무대회를 앞두고 무공 수련에 나선 몇 몇 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 곳에는 정의당 당주를 지낸 바 있는 나경채 공자가 격파술을 연마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수련장 바닥에 정의문파 깃발과 함께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쓴 깃발을 꽂아놨다.

‘청년무림인의 빚을 탕감하고 은퇴한 어르신들에 기초 생활비를 지원하자’. 봄바람에 나부끼는 그의 각오에 결연함이 느껴졌다.

마주해 있는 또다른 수련장에는 민생 문파 정희성 검객이 권법을 뿌리며 초식 완성에 여념이 없었다.

어두컴컴한 밤, 휘엉청 떠오른 달빛만이 그들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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