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의 경계’ 미술로 풀어내다
담양해동문화예술촌 5월 6일까지
‘마법같은 현실, 매트릭스’ 展
서영기·조은솔·정덕용·윤상하 참여
‘진짜 같은 가짜’ 실체 파악 시도
매월 마지막 토요일 ‘앙코르 해동’ 공연

전남 담양의 문화공간 ‘해동문화예술촌’이 4명의 청년 작가를 초청, ‘마법 같은 현실, 매트릭스’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전시작품./담양해동문화예술촌

1999년 5월 국내 개봉한 ‘매트릭스’가 보여준 영화속 상상은 지난 20여년간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일상화하면서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초고속인터넷, 휴대전화, 벤처 열풍 속에서 뉴밀레니엄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부풀렸다. 특수효과와 볼거리로 영화 제작기법에도 영향을 끼쳤지만, 다양한 철학적 개념을 동원해 미래 모습과 인간 삶을 상상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과 평가를 받았다.

영화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을 위한 생물학적 에너지 공급원으로 감금당한 처지이지만 뇌에는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이 심겨져 있어, 완벽한 가상현실을 실재라 믿고 살아간다. 플라톤‘동굴속 죄수’ 예화에서 족쇄에 묶인 죄수는 동굴 벽에 비친 사물 그림자만 볼 수 있을 뿐 실재를 인식할 수 없고 동굴밖 세상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전남 담양의 문화공간 ‘해동문화예술촌’이 4명의 청년 작가를 초청, ‘마법 같은 현실, 매트릭스’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전시작품./담양해동문화예술촌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디지털과 인공지능은 사이버 세상을 만들어내 현실의 문턱과 마찰을 없앴다. 가상세계를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게 해주는 기술로 인간 생활과 관계는 점점 더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은 현실을 완벽하게 모방한 가상현실(VR)을 넘어 현실에 없는 것까지 보여주는 증강현실(AR)을 구현하고 있다. 진짜와 식별불가능한 가짜를 손쉽게 만들어내는 딥페이크 기술은 가짜 뉴스의 도구가 되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더 흐리게 만들고 있다.

현실 속 무엇이 진짜이고, 또 무엇이 가짜일지 모르는 세계를 미술로 살펴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전남 담양의 문화공간 ‘해동문화예술촌’이 4명의 청년 작가를 초청, ‘마법 같은 현실, 매트릭스’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초청 작가는 서영기·윤상하·정덕용·조은솔 씨 등이다.

전남 담양의 문화공간 ‘해동문화예술촌’이 4명의 청년 작가를 초청, ‘마법 같은 현실, 매트릭스’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전시작품./담양해동문화예술촌

영화 ‘매트릭스’가 현실의 세계와 가상의 세계(매트릭스) 세계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비해, 이번 전시는 현실 그 자체의 매트릭스를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실과 환상(허상)의 관계에서 가짜가 진짜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역설적 현상을 찾아가는 전시다.

전시는 지난 28일 오픈식을 갖고 5월 6일까지 계속된다. 전시는 지난 14일부터 시작됐지만 코로나 확산에 따라 전시 개막 행사는 당초 예정보다 2주 연기돼 열렸다. 개막 행사에서는 ‘앙코르 해동’ 올해 첫 공연이 열렸다.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인 ‘상상나래’도 진행했다. 앙코르 해동 공연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상상나래 프로그램 신청은 3월 16일부터 해동문화예술촌 페이스북에서 신청 가능하다.
 

전남 담양의 문화공간 ‘해동문화예술촌’이 4명의 청년 작가를 초청, ‘마법 같은 현실, 매트릭스’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전시작품./담양해동문화예술촌

해동문화예술촌은 1960년대 문을 열어 한때 성업했다가 10여년 전 폐업 후 방치돼 있던 옛 주조장 건물을 담양군이 개조해 문화예술 복합시설로 되살린 이색 공간이다.

5천여㎡ 부지와 옛 양조시설·창고·교회 등 14개동을 사들여 2년여 리모델링을 거쳐 탄생한 해동문화예술촌은 과거 술 제조 역사를 간직한 기록전시관과 주조 체험장, 현대미술전시장, 현대음악·영화·융복합미디어 실험공간, 어린이 놀이도서관, 아트숍 등으로 꾸며져 있다.

각각의 건물들은 붉은 벽돌과 양철 지붕 등 세월의 흔적과 현대적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독특한 멋을 풍긴다. 옛 누룩창고를 개조한 기록관 안에는 술을 빚을 때 사용했던 22m 깊이 우물이 바닥 통유리를 통해 들여다 보인다.

양초롱 해동문화예술촌 예술총감독은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기획 전시를 선보였다”며 “전남·광주 청년예술인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문화교류의 장을 형성하는 첫 발을 내딛는 행사다”고 말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담양/이경신 기자 lk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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