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살면
이상현
속초 살면
속 촉촉해져요
닻 내린
만선 오징어 배
펄펄 뛰는 웃음
빙그레 반기는
혹시나 하여
밤 지새운 설악산
실향민 이주민
어우러지는 눈길
이젠 외롭지 않아
갯배 아바이 마을
국제여객선 터미널
행선지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속초 초등학교
원산 중학교
걸어서도 갔던
바로 옆 금강산
원산항 표시는
왜 어디로 갔나
동쪽 바다
파도 끝자락 주고 간
새로 태어난 모래톱
오늘도 북쪽으로
부지런히 걷는
주인인 나그네
이젠 죽더라도
함께 넘어가면서
꼭 이어야 할 땅
기다리고 있어서
촉촉해져요 오늘도
2023년 1월 30일
겨레돌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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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이 푸른 바다 속초를 내려다본다. 삶의 애환이 어우러진 곳. 두고 온 북의 땅, 그리움의 발걸음을 금강산,원산항으로 옮겨 보지만, 마음만 부지런히 걷고 있다. 동해 바다 끝자락 새 모래톱을. 내 나라 내 땅의 영원한 이방인이 아닌 주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도 마음 속 눈가가 촉촉해진다.
==이상현 시인 =========
2007년 등단, 2018 서대문 문학상 수상.함석헌 선생 씨알사랑 사사. 서울 묵동야학 설립 지도.한국시인협회, 서울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현재 서울 서대문구 문인협회 회장
시집 : 『미소 짓는 씨알』 『밤하늘에 꽃이 핀다』 『살굿빛 광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