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디이그제큐티브센터코리아에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민간위탁 적절한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화면 갈무리. <강예슬 기자>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들을 민간위탁하면서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디이그제큐티브센터코리아에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민간위탁 적절한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민간위탁의 부적절성을 알리는 장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막기 위해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허종식·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관했다. 고영인·최종윤·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콜수 압박 탓 서비스 질 저하, 정규직화해야”

한 고객이 소득 변경으로 인한 보험료 조정 문제와 피부양자 자격에 관해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와 공단 직원에 각각 문의했다. 해촉증명서를 떼면 보험료를 조정해 준다는 답변내용 그리고 응답에 걸린 시간은 4분50여초로 같았지만 고객센터 상담사는 공단 직원(146자)보다 3배가 훨씬 넘는 562자를 말해야 했다. 신분확인을 위한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고객에게 “소중한 정보 확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와 같은 감사표현과 호응어를 수시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공개한 사례는 콜수·응대시간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상담사의 감정노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눈물이 나네요. 우리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지 이런 비교는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전주희 연구원 발표를 시청하던 한 상담사는 감사의 마음을 토론 중 채팅으로 전했다.

전주희 연구원은 “목표 콜에 대한 압박은 초과성과 달성으로 이어진다”며 “회사는 프로모션을 수시로 개최해 상담사들이 더 많은 콜을 받도록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세한 상담은 오히려 저성과자로 가게 되는 지름길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해 한 번의 상담으로 끝낼 수 있는 경우도 고객에게 두세 차례 반복해 전화하도록 해 악성민원이 증폭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상담사들은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120건을 처리했다. 통화시간이 5분이 넘어가면 “빨리 끊으라”는 관리자의 압박이 시작되기 때문에 장시간 소요되는 콜을 피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공적 사회보험제도 알 권리는 침해된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담사는 담당자 연결이나 단순 안내만이 아닌 공단 고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가입자의 서비스 편의뿐 아니라 사회·건강 취약계층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의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의지 없어

진전 없는 정규직화”

직영화를 요구하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원청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물론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쪽은 원청인 공단과 복지부, 고용노동부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노동부만 참석했다.

이재훈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경우 위탁계약시 인건비 단가와 채용인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1단계 용역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단계 대상 중 ‘용역’은 계약명칭과 관계 없이 용역 계약시 공공기관이 인건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채용해야 할 근로자수를 정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개별기관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면서 건강보험공단의 의지가 없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콜센터 사무는 심층논의 사무로 선정돼 타당성 검토를 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도) 2019년 12월 타당성 검토를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한 것으로 아는데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더 이상 논의가 진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올해 안으로 타당성 검토가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부는 2020년 임금교섭이 결렬되면서 2월1일 파업을 준비 중이다. 1천600여명의 상담사는 7개 센터에서 11개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돼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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