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일 퇴근길은 지옥이었다. 30분에 한 대꼴로 지하철이 왔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탈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플랫폼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워, 계단에 사람이 꽉 들어차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수많은 이가 압사당한 이태원 참사가 불과 한 달여 전,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람들로 가득 찬 플랫폼을 보는 것조차 괴로울 지경이었다. 만일 인파에 밀려 앞쪽에 있는 분들이 넘어졌다면, 그날의 비극이 재현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런데도 서울교통공사는 그날 파업을 했다. 신기한 것은 바로 다음, 이날의 파업이 2016년 이후 6년 만이란다. 박근혜 정부 때 파업하고, 문재인 정부 5년간 일 잘하다가 윤석열 정부 때 다시 파업이라니, 시기가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노조 측은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 불발을 이유로 대지만, 조선일보에 따르면 파업 직전 노사간에 합의서 초안을 작성하는 등 의견접근이 상당히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나 협상장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방문한 뒤, 노조 측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돌연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화물연대는 벌써 9일째 파업 중이다. 시멘트의 운송이 차질을 빚자 12천 가구가 들어설 둔촌주공 단지를 비롯한 건설현장이 멈춰섰다. 이밖에도 철강.자동차.정유 등 운송지연은 각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액은 16천억, 국토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불응하는 이들이 많아,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파업을 했다. 당시 정부가 어찌나 양보했는지 보수층의 지지기반이 날아갔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는데, 5개월만에 다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그들의 구호가 운송을 잘하자가 아닌,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이니, 자기들 원칙에 충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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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는 코레일 노조의 파업이 예정돼 있었다. 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됐기에 망정이지, 주말을 맞아 KTX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했을 것이다. 코레일 파업일지를 찾아보니 문재인 정권 때인 2019년도 있긴 하지만, 20093, 2013. 2014. 2016년 각 1회씩 등등 보수 정권 때가 훨씬 많다. 특히 2016년 파업은 74일이나 이어진, 최장기 파업이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말을 들어보자. “민폐노총 간부가 코레일 노조를 만났는데, 만나서 무엇을 사주하고 획책을 한 것이냐?” 그러니까 지금 벌어지는, 그리고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파업의 배후엔 민노총이 있다는 얘기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지금 좌파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한다. 나꼼수의 주역인 김용민은 대놓고 말한다. “윤석열은 국민투표로 당선된 것 같지만 사실은 검찰 쿠테타로 대통령이 된 것” “인간백정 윤석열을 타도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에 모여 윤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그 집회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민주당 의원들도 여럿 참석한다. 그런 그들에게 이태원 참사는 대통령을 몰아낼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당 지도부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에 비견될 만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슈가 최소 2년은 갈 것이다.” 희생자 명단공개는 그들이 죽은 이들을 애도해서가 아니라, 이태원 이슈가 기대보다 빨리 소멸되는 것에 당황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 거였다. 하지만 명단공개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청담동 술자리에 관한 김의겸의 폭로가 거짓임이 드러나자, 그들이 들고나온 것은 결국 연쇄파업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왜 그리 이상민 장관의 해임에 집착할까. 정권탈취를 위해 벌이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의 장수를 베야 한다. 먼저 이상민 장관을 쫓아낸 뒤 한동훈 장관을 물러나게 할 것이고, 그 다음은 한덕수 총리 차례다. 이게 성공한다면 남은 이는 윤대통령뿐, 하지만 장수를 모두 잃은 대통령은 상대하기 쉽다. 보수층 중에서도 이상민 장관의 해임을 찬성하는 이가 제법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보단 지금이 전시라는 것을 상기해주면 좋겠다. 지금은 자를 때가 아니라, 지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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