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세월호 유가족 단체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협의회)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하고 내부에 설치돼 있던 전시물과 사진 등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공간 내 전시물과 기록물 등은 유가족들이 직접 정리해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옮겨 임시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억공간 내에 있는 단원고 아이들을 비롯한 희생자들과 관련한 기록물과 전시물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족들이 직접 정리할 것”이라며 “내부 기록물들이나 작품들을 정리한 뒤에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기억공간을 해체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억공간은 건축사·시공사·시민들 모두 정성을 모아 함께 만든 건물이고 작품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부수고 폐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가족들과 기억공간을 직접 시공했던 시공사가 정성스럽게 해체한 뒤 안산 가족협의회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체한 기억공간의 추후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기억공간을 안산으로 아예 옮기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광장 재구조화 사업 이후 광장 내 기억관 재설치를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유 위원장은 “광장 재구조화 사업 이후 재구조화 사업 취지에 맞으면서 동시에 세월호 참사는 물론 광장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민주주의 의미의 역사를 담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해 서울시 측과 협의회, 시민들이 함께 논의해보자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여전히 기억공간 건물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수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는 이유에 대해선 “기억공간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어떻게 책임감 있게 응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러 아이디어와 방안이 나온 것”이라며 “서울시의회가 정치적 공방이나 입장 차이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참사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 열망을 담기 위한 프로그램을 열고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시의회 차원의 노력을 할 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한 철거는 당연히 해야 하고 협조하겠다”며 “하지만 철거에는 전제될 부분이 있다. 우리는 작년 7월부터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열린 기억공간을 공사 이후에도 어떻게 잘 운영할지에 대해 협의체 구성이 반드시 있어야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서울시 측에 전해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는 어떤 고민이나 대안이 없이 1년 뒤 철거를 통보했다”며 “광화문 조성 취지는 광화문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민들을 위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가야할지 고민하는 열린 소통공간이 왜 지워져야 하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억공간 내에서 추모를 진행하고 서울시의회로 전시물 등을 옮기기 위해 본격적인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