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일 전 종료된 리베이트 행위, 급여정지 안 돼"
재판부 "소급적용? 법치행정 · 신뢰보호 · 형사/행정법 위배"

[Hit-Check] 동아ST - 보건복지부 급여정지(처분 취소) 행정소송 판결문 보니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동아ST 사옥

"개정법 시행 전에 종료된 리베이트 행위를 이후 행위와 묶어 '하나'로 평가해 급여정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치행정 원칙과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 개정법 조항(급여정지)은 (시행 기간인) 2014년 7월 2일 이후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 2014년 7월 1일 이전 행위에 대해 소급적용할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지난 13일 동아ST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급여정지 행정소송(요양급여 적용정지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이 같이 판시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 15일 내린 동아ST 87품목에 대한 2개월 요양급여 적용정지 처분, 51품목에 대한 138억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소송에서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동아ST 리베이트 기간에 따른 보건복지부 급여정지 처분의 정당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은 "복지부가 급여정지 시행 이전 행위까지 처벌을 소급적용한 것은 법치행정 원칙과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돼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치행정 원칙은 행정의 자의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행정작용의 예견가능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일갈했다.

또 개인이 법규를 위반할 당시 어떤 제재가 따를지 예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종류와 범위를 벗어나면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했다.

히트뉴스는 리베이트 급여정지 소송 쟁점인 소급적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동아ST(원고)와 보건복지부(피고)의 주장과 재판부가 내린 판단을 정리해봤다.

"급여정지 시행 전의 리베이트 제공행위, 개정법 조항의 소급적용 가능 여부"

'리베이트 급여정지'를 규정한 개정 전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기간은 2014년 7월 2일부터 2018년 9월 27일까지다.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 2018년 9월 28일부터 약가를 최대 40% 인하하는 '요양급여비용 상한금액 감액처분(약가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원고(동아ST, 동아에스티)=직권 상한금액조정(약가 인하)은 리베이트가 반영된 약가의 거품을 제거하는 제도일 뿐 제재처분이 아니다. 급여정지는 제재처분이다.

급여정지 제도를 시행 전에 발생한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적용하는 것은 소급금지 원칙 상 허용되지 않는다. 제재처분은 별도의 경과규정이 없는 이상 제재처분 사유가 발생한 날 시행 중이던 법령을 적용해야 한다. 

리베이트 행위가 개정법 조항 시행 이전·이후에 걸쳐 이뤄졌다고 해도 포괄해 급여정지로 삼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고 헌법 원리에 반한다.

피고(보건복지부)=직권 상한금액조정(약가 인하)도, 급여정지도 제재처분이다. 개정법 조항이 생겨 제재처분 종류만 변경됐을 뿐이다. 시행 이전·이후 리베이트 행위가 발생했다면 최종 시점을 기준으로 전체를 포괄해 급여정지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리베이트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 정지 · 제외 및 과징금 부과 세부운영지침(이하 '세부운영지침')도 이에 따라 마련했고, 형사관점에서 인정된 약사법 위반행위와 이 사건 처분의 약사법 위반행위는 다르지 않다. 급여정지 처분은 적법하다.

재판부 ① 직권 상한금액조정 제도=행정법규 위반행위임이 분명하고 개인에게 불이익한 만큼 법적 성격을 '제재처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법령 개정 이후 그 적용이 개정 시행 전에 완성 또는 종결됐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직권 상한금액조정이 이 사안을 해결하는 근거가 된다는 원고와 피고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재판부 ② 소급적용 여부(급여정지 시행 전·후 행위, 하나로 묶어 급여정지 처분을 내린 것)

 ㉮ 법치행정 원칙=법치행정의 원칙은 행정의 자의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아울러 행정작용의 예견가능성을 보장한다. 개인은 행정법규를 위반할 당시 어떤 제제가 있을지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처분의 종류와 범위가 이를 벗어나면 원칙에 위배된다. 
 
 ㉯ 규정의 시행 시기=구법은 "2014년 7월 2일부터 시행한다, 시행 후 위반한 행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개정된 부칙은 "개정규정은 2014년 7월 2일 이후 약사법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했다.

법령의 해석에, 개정법 조항이 시행된 2014년 7월 2일부터 2018년 9월 27일까지 발생한 리베이트 제공행위는 급여정지만 할 수 있고 직권 상한금액조정을 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 2014년 7월 1일 이전 행위는 어디에?=그러나 2014년 7월 1일 이전 리베이트 제공행위는 어느 법령을 적용할지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복지부는 7월 1일 이전에 시작됐으나 시행 이후까지 위반행위가 계속된 경우도 급여정지 처분을 하라는 의미로 주장하나, 그 주장은 문언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복지부의 세부운영지침도 내부규칙에 불과하고 법규가 아니므로 7월 1일 이전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개정법 조항을 적용하는 근거나 이 사건(급여정지와 과징금) 처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소급적용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 개인에게 불리하게 신설·개정된 법령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되는 소급입법에 해당해 적용되지 않는다. 

2014년 7월 1일 이전 종료한 리베이트 범위는 2014년 9월 1일에 개정돼 직권 상한금액조정(약가인하) 제도가 폐지됐다고 해도, 직권 상한금액조정 처분만 할 수 있다. 신설된 급여정지 처분은 할 수 없다.

 ㉱ 범죄사실 포괄? 포괄일죄?=복지부는 2009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게 형사재판에서 된 범죄사실로, 이 사건 각 행위도 하나의 위반행위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단 형사법 원리와 행정법 원리는 같지 않다. 법치행정의 원칙과 헌법상 금지된 소급효에 해당하는지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급여정지는 제재처분이다. 급여정지와 직권 상한금액조정(약가인하)은 위반행위만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같을 뿐이다. 법적 근거와 제재 내용, 처분 절차 등이 달라 전혀 다른 성격의 조치다.

급여정지는 직권 상한금액조정(약가인하)보다 개인에게 무거운 처분이다. 약제 자체의 공급을 불가능하게 한다. 동아ST로서는 리베이트를 제공 시, 제제적 조치로 직권 상한금액조정안을 예견할 수 있었지 개정법 조항의 급여정지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조치를 받을 것으로 예견할 수 없었다.

만일, 법령의 개정으로 직권 상한금액조정 자체가 엄해지거나 직권 상한금액조정과 유사한 제도가 도입되었다면, 원고가 이를 예견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요양급여정지 제도는 원고가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더욱이 2014년 7월 1일 이전 리베이트 행위는 급여정지 대상이 될 것으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

 ㉲ 복지부의 자의적 행정작용=제1, 2차 리베이트 사건의 리베이트 제공행위 기간은 2009년 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개정법 시행 전 모두 끝났다.

그러나 이 사건 리베이트 제공행위(2007년 5월)는 제1, 2차 리베이트 사건보다 먼저 발생했음에도 피고는 1, 2차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직권 상한금액조정만을 했고, 이 사건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해서는 급여정지를 했다.

같은 종류, 같은 기간에 발생한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해 우연히 정해지는 법령 시행일을 기준으로 처분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은 자의적 행정작용에 해당한다.

 ㉳ 신뢰보호원칙=신뢰보호 원칙은 법령이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어떤 그 법령에 상응한다는 의미다. 국가가 이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된다.

개정법 조항으로 신설된 요양급여정지를 개정법 조항 시행 이전 리베이트 제공 행위도 소급적용하는 것은, 2014년 7월 1일 이전까지 시행된 법령에 대한 동아ST의 신뢰를 침해한다.

개정법 조항 신설 취지가 의약품 리베이트 제제 수단을 강화함으로써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고 공저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국민 의료비의 감소 및 국민건강의 보호에 이바지함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파괴된 원고의 신뢰를 정당화할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은 "개정법 조항 시행 전 · 후의 리베이트 행위를 묶어 급여정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치행정 원칙과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돼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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