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 응급실 진료를 받고 집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작은방에서 아내는 안방에서 마스크를 쓴 채 지내게 되었다. 모든 식기와 수저까지 일회용으로 준비하고 문 앞에 두면 아내가 가져갔다. 그리고 스마트 폰 통화로 필요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식자재와 빨래도 챙겼다. 돌아보니 주방과 거실이 소위 엉망이었다. 반찬이 어디에 있는지 양념 통이 어디에 있는지도 전화로 물어야 해결되었다. 아내는 방안의 답답함을 호소하였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아내의 역할이 이렇게 커 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타국에서의 격리 생활이 주는 허전함과 고독감이 계속되었다. 3일째 되는 날, 나도 고열에 기침이 나기 시작하였고 자가 진단 키트로 양성임을 알게 되었다. 대학병원 응급실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여권을 제출하고 간단한 절차로 접수가 되었다. 독립 병실에 누웠고 손가락에는 측정용 기기가 부착되었다. 모니터에 눈을 주시하다가 눈을 감았다. 남남이 만나 결혼하여 부부가 되어 살다가 언제인가는 혼자되는 것이 아닌가? 자식이라는 흔적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는 것이 인생인데도 아옹다옹 다툼도 있었고, 사랑도 미움과 혼재되어 살아온 시간이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여야 할 시간이 되었다. 지난 시간보다는 살아갈 시간이 짧음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짠한 생각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 눈앞을 가렸다.

한참을 지나고 나니 간호사가 나를 흔들었다. 의사는 귀찮을 정도로 많은 질문을 하였다. 감염을 극히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였다. 의사는 기저질환이 없고 측정된 결과들이 좋아서 회복하는데 문제가 없겠다며 격려도 하여 주었다. 그러나 염려는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회복 후에도 미각과 후각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후유증은 없을까? 염려가 염려를 재생산하였다. 친절한 간호사와 의사의 진료 그리고 그분들의 말 한마디에 나는 조그마한 희망과 더불어 팍스로비드(PAXLOVID) 처방을 받고 병원을 나섰다. 부부가 같이 코로나 양성 환자가 되었다. 격리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대면하며 지내기로 하였다.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처지가 되었지만 약보다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람의 온기가 더 소중하였다. 마스크를 쓰고 먹는 물도 따로 관리하지만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이 힐링이고 치료효과도 높이는 것 같았다. 복약지침에 따라 진통제와 치료제를 시간에 맞추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지 5일 후에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국내와 국외에 있는 우리 가족 모두가 코로나19 확진의 과정을 거쳤고, 이제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종착점을 향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코로나19의 막차를 탄 셈이다. 외국 생활에서는 고독과의 싸움을 하여야 하고 질병이 나타나면 큰 걱정이 된다.

미국 대학병원에서의 응급실 진료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치료비와 약값 청구 없이 퇴원하였다. 10일이 지났을 때 설문조사와 재정상태에 대한 조사지가 우송되어 답하였다. 병원비는 총 3,400,000원이 청구되었고 그중 한나절의 응급실 이용료가 2,100,000원이었다. 병원비 중에서 환자의 재정 사항 등을 감안하여 선제적으로 1,200,000원을 뺀 2,200,000원을 부담하라는 청구서를 받았다. 고령 은퇴자로서 병원에 재정지원을 요청하자 병원에서 미국 사회보장국(SSA,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을 방문하여 증빙서류를 받아 오라는 조언을 받았다. 사회보장국은 은퇴, 장애 및 생존자 혜택 등으로 구성된 사회보험 프로그램인 사회보장제도를 관리하는 미국 연방정부 산하의 독립기관이다. 사회보장국을 방문하여 관련 서류를 받았다. 대학병원 재정지원 창구에 해당 자료를 접수하고 심사를 받았다.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며, 총 10 단계 중에서 8단계에 해당되어 대학병원 약제비만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최종 비용으로 1,452원(1.21달러)으로 코로나19 치료는 마무리되었다. 코로나19의 강을 건넌 셈이 되었다. 대학병원의 특성과 미국 의료 체계에 대한 조금의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환자는 누구든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복지국가가 선진국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5,000달러 시대가 되었고 OECD 가입국가로 원조를 주는 선진국으로 변모하였다. 이제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이 없는 나라가 되는 소망을 하여도 되지 않겠는가?

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 방문학자
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 방문학자

 

정한식(수필가) : 동아대학교 공학박사, 태국 라자망갈라기술대학교 명예박사, 2019년 8월 경상국립대학교 정교수로 정년퇴임,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미국)콜롬비아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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