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3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통영시의회 임시회 모습. 이곳 통영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그 모든 일이 일어났다.
지난 26일 3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통영시의회 임시회 모습. 이곳 통영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그 모든 일이 일어났다.

강혜원·이이옥·전병일 “孫이 먼저 배신, 당에 알렸지만 안 믿어줘”

‘이번엔 안 당한다’ 손쾌환 마침내 의장 당선, 모든 상임위 양보 ‘부담’

정점식 의원 “이前의원·종친회 총동원 단속했건만~” 상처 입은 리더십

미래통합당 “해당행위에 대해 7월중 경남도당 징계위원회 개최할 것”

더불어민주당, 상임위 싹쓸이에 ‘눈에 가시’ 田 낙동강 오리알 전락시켜

 

배신이 배신을 낳았다. 소속 정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과 철저한 비밀 속 007식 작전수행까지. 극명한 승패의 갈림길에서 제8대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는 어느 모로 보나 ‘역대급’이었다.

어느 누구의 입장에서는 막장드라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성취일지 모른다. 만일 온 세상사가 역학관계로만 결정된다면 전문가의 예측은 틀릴 리가 없을 텐데, 실상은 거의 모두 빗나가고 만다. 하긴 이런 불가측성이 인류 문명발전의 원동력 또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통영시의회 8대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놓고 ‘그 방에서 일어난 일(The room where it happened)’ 역시 일반적 예상과는 달랐다. 어쩌면 존 볼튼 마저 혀를 내두를지도. 최근 10년간 6번의 의장단 구성에서 절대다수인 미래통합당이 독식한 것은 2012년 후반기(당시 새누리당) 단 한 번뿐이었고, 나머지 5번은 이탈표가 반드시 나오며 무소속 연합 또는 반미래통합당 공동전선이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 6번 중 5번이나 발생한 일을 이변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지난 25일 열린 통영시의회 임시회 제8대 후반기 의장 및 부의장 투표에서 손쾌환 의원(미래통합당, 68)이 3수 끝에 의장에 당선됐고,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배도수 의원(미래통합당, 67)은 부의장에 당선됐다. 뜻밖에도 개표 결과는 둘 다 10대3이었지만. 시의회 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미래통합당은 당초 의장단 독식을 노렸기 때문에, 25일의 의장·부의장 투표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면 안 된다.

다음날인 26일 계속된 기획총무위, 산업건설위, 의회운영위 3개 상임위원장 투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했다. 불출석한 강혜원 의원을 제외하고 12명이 표 대결을 펼친 끝에 기획총무위원장은 배윤주 의원(54), 산업건설위원장은 김용안 의원(58), 의회운영위원장은 정광호 의원(54)이 각각 선출된 것이다. 이변이라면 이 부분이 가장 이변일 것이다.

김용안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후반기 의장단 구성과 관련해 “독식은 곤란하다. 의석비율대로 통합당 3개, 민주당 2개가 가장 원만하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상임위원장 조차 건질 수 없을 것 같던 민주당이 오히려 의장·부의장은 놓쳤지만, 상임위를 전부 가져간 것은 미래통합당의 적전분열, 자중지란의 결과라는 평가다.

미래통합당 입장에서 사단이 난 것은 지난 20~21일 의장·부의장 후보 등록 때부터였다. 미래통합당 정점식 의원은 지난 15일 당소속 모든 도·시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후반기 의장으로 손쾌환 의원, 부의장으로 배도수 의원 추대를 결정하고, 상임위원장은 등록 마감 뒤 다시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점식 의원이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서 구두약속을 받는 등 이만저만 공을 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강혜원 의원과 이이옥 의원이 지난 21일 마감에 임박해 의장-부의장 후보로 등록하고 말았다. 강혜원 의원은 2년 전에도 김미옥·배도수 의원과 함께 당론 이탈을 주도하며 자신은 의장에, 김미옥 의원은 기획총무위원장에, 배도수 의원은 의회운영위원장에 당선시킨 전력이 있다. 당시 당론으로 결정한 의장후보 역시 손쾌환 의원이었다.

강혜원 의원은 이번에도 김미옥 의원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후문이다. 통영의정 사상 최초의 여성지역구 의원이자 3선의 김미옥 의원은 후반기에 내심 부의장을 노렸지만, 전반기와 달리 이번에는 당론을 따른 것이다. 결국 강혜원 의원은 이이옥 의원으로 선회했고, 이 의원이 이탈표에 동참하고 전병일 의원까지 끌어들이면서 반란은 성공하는 것 같았다.

이들 3명이 5명의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전세를 역전시키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도 같다면 표대결 결과는 미래통합당 5, 더불어민주당 8이 나와야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3대10이었다. 통합당 이탈표가 3표인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 표 5개가 모두 손쾌환·배도수를 택했다고 봐야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선거전날 밤 ‘동상이몽’ 거사책모

소식통에 따르면 김용안 의원(원내대표)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날 저녁(24일) 긴급회동을 하고 3명 미래통합당 강·이·전 당론이탈파와의 연대를 지속할 것인지를 놓고 심도있는 토의를 했다고 한다. 연대를 계속하면 상임위원장 2자리 얻는 것에 그치는데, 오히려 손쾌환·배도수의 의장·부의장 계획을 지지하면 상임위원장 3자리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즉시 손쾌환 의원에게 연락해 의장투표에서의 지지와 3개 상임위원장 민주당 싹쓸이를 제안했고, 손쾌환 의원은 이를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상임위원장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넣는 손쾌환 8대 후반기 의장
지난 26일 상임위원장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넣는 손쾌환 8대 후반기 의장

 

선택의 여지없었던 손쾌환 의원

아마도 손쾌환 의원은 당에는 물론 다른 의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인 배도수 의원에게 알렸을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 당론이탈파가 나온 마당에 손쾌환 의원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만일 제안을 거절하면 민주당은 당론이탈파와의 연대를 통해 의장 자리를 뺏을 것이 분명하고, 이미 2년 전에도 본인이 직접 똑같은 피해를 당한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임위원장을 전부 잃게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침묵한 것은 ‘방조에 의한’ 해당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 미래통합당 통영사무국은 손쾌환 의원의 행위를 해당행위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한밤중의 역제안’을 당론이탈파에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투표당일(25일)까지도 당론이탈파에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면 된다’는 취지의 안심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투표결과는 10대3. 더불어민주당 5명 의원이 미래통합당 당론에 따른 의장·부의장 후보들에게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비판여론에 좀 더 귀 기울였어야

당론이탈파는 충격에 빠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반전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여론과 전략적 이익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강혜원 의원과는 오랫동안 밀월(蜜月)관계였지만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 의장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적잖았다. 2~4대에 걸쳐 10년 동안 의장을 역임한 정동배 전 의장(현 한산대첩기념사업회 이사장) 이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여기에 지역구도 아닌 비례출신에 초선인 이이옥 의원이 부의장이 되는 것에 대한 여론도 썩 좋지 않았다.

 

전투력 만렙 田의원 입지약화

전병일 의원의 경우 지난 4월 총선 캠프 최일선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한 핵심인사인데다, 김용안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례적으로 “통영시의회 품격을 손상시키는 갑질 의정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정도로 눈에 가시 같던 존재였다. 시정 질의를 통해 강석주 통영시장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하고, 산업건설위 소속의원으로 근해통발수협에 대한 통영시의 추경예산 지원을 비판하는 등 막강한 전투력을 과시하던 당사자였다. 미래통합당은 당론이탈파가 해당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작전으로 전병일 의원을 낙동강 오리알 신세, 고립무원의 처지로 만드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정점식 당협위원장의 요청과 당론을 따르지 않은 것이 해당행위인지 여부는 당사자 정당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행한 정치적 결단이 무조건 비난받아야 할 일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강혜원 전의장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당을 이용한 것이고, 이는 이이옥 의원이나 전병일 의원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도 상대 정당의 상황을 활용해 자당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했으니 이런 일이야 정치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 욕심은 정당! 하지만~

하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벌어진 일은, 아직 추측에 불과하지만 만일 그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도(政道)를 넘은 것이 아닐까? 지난 26일은 3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날이었다. 전날의 충격적인 결과로 인해 강혜원 의원은 아예 하루 휴가를 신청했고, 전병일·이이옥 의원은 손쾌환 의원과 민주당을 싸잡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은 “손쾌환 의원이 배반할 것을 미리 알고 당에 알렸지만 믿어주지 않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손쾌환 의원이 의장되고 싶은 욕심에 3개 상임위원장을 놓고 민주당과 딜(Deal)을 했다는 애기까지 돌며 본회의장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했다.

 

기총위원장 2개 무효표 미스터리

그러자 최초의 지역구 여성의원인 자신이 최초의 여성부의장이 되겠다는 꿈을 접은 김미옥 의원은 “낙선해도 좋으니 기총위원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장과 부의장표가 민주당 후보로 갈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자신을 포함한 당내 5명의 의원으로부터 지지약속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총위원장을 놓고 벌인 배윤주 의원과의 표대결은 7대3에 무효표가 둘(2)이었다. 배윤주 위원장의 당선은 예상한 대로였지만, 김미옥 의원을 지지한 표가 3표인 점과 두 개의 무효표가 나온 점은 미스터리였다.

 

지지표는 5명인데 무효가 2개?

이와 관련 전병일·이이옥·유정철·문성덕 의원은 모두 자신들은 김미옥 의원 지지표를 던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미옥 의원을 포함해 지지표를 던진 것은 5명인데 실제로는 2개의 무효표가 나왔으니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혹시 무효표를 던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전병일 의원은 “그런 오해를 안 받으려고 준비했다”면서 김미옥 의원을 위해 기표한 투표용지의 스마트폰 촬영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진촬영이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유주얼서스펙트급 반전에 반전

유정철 의원은 “분명히 김미옥 의원을 지지했다”고 밝히면서 ‘두 후보 모두를 위해 기표된 무효표가 두 장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결과에 대해 이런 시나리오를 취재진에 제시했다.

우선 김미옥 의원을 위해 기표한 선거용지를 촬영한 다음, 무효표로 만들기 위해 추가기표를 하고 투표함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도대체 누가 왜 무효표를 던진 것일까?”라는 의심을 남겨 상임위원장 선거와 관련해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 뿐이고 한쪽의 주장일 수 있다. 다만 의회운영위원장 선거를 끝으로 임시회가 폐회된 뒤 김미옥 의원은 늦은 점심식사를 유정철 의원, 문성덕 의원과 함께 하러 갔고, 전병일 의원은 이이옥 의원과 함께 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인간은 욕구의 동물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것,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싶은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고분고분하기만 한 사람을 유권자들은 선호하지도 않을 게 뻔하다. 그런 점에서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해당행위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칠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을 선택함에 있어서 명분이 있느냐, 정당한 방식으로 그 명분을 실행하느냐 여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반기 의장에 이어 후반기 의장까지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 지나쳤고, 초선의 비례의원이 부의장을 하겠다는 것도 명분이 적었다. 특히 동료의원들의 자중지란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에서인지 누가 무효표를 찍었는지 모르도록 만든 것은 도의(道義)를 잃은 행동이었다.

강혜원 의원이야 2018년 전례도 있으니 제쳐두고라도, 이이옥 의원에 대해서 미래통합당은 설득작업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군현 전의원뿐 아니라 심지어 종친회에서까지 나서서 설득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는 후문이다.

 

싹쓸이가 문제, 협치정신 필요

안타깝게도 미래통합당 경남도당은 오는 7월 중순 쯤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징계수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시의회후반기 의장단 선거는 지금까지 이변을 모두 합친 것에 충무로 최고의 미스터리서스펜스 작가들을 총동원해서 만든 업그레이드 종결판이라 할 정도의 역대급 드라마였다. 물론 민주당 김용안 원내대표의 요청대로 의석수에 비례해서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3대2로 협의 배분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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