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질정화 요충지 '강변완충식생대'를 갈아엎다니!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4-08 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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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요즘 중랑천 변에서는 수질정화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강변생태계를 갈아엎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랑천은 그 상류에는 개별 규모는 크지 않지만 모두 합치면 제법 크고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들이 다수 위치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자리 잡아 어느 하천보다도 오염부하량이 커 그 정화를 위해 강변 완충식생대가 절실히 필요한 하천임에도 말이다.


▲ 중랑천 공사현장 모습
하천은 수생태계와 강변생태계가 조합된 복합생태계이다. 따라서 하천은 환경을 구분하는 단위체계에서 생태계(ecosystem)보다 상위 단계인 경관(landscape)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하천은 과거에는 식량을 얻기 위한 농경지로 그리고 오늘날에는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지역으로 전환되면서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천을 그것을 이루는 두 생태계 중 하나인 수생태계, 즉 물길만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논으로 이용할 때부터 가능한 넓은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수로의 폭을 좁혀 수생태계마저 크게 단순해져 결과적으로 부양하는 생물의 종류가 크게 감소해 있다. 또 확보한 농경지를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방을 높게 쌓아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은 강변생태계가 사라진 불완전한 경관으로 전락해 있다. 


이와 같이 하천부지가 논이나 도시지역으로 전환된 것은 해당지역의 토양이 충적토인 것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국 전쟁 후 70여 년간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북방지역에 가보면 실제로 과거의 논 지역에서 강변생태계가 되살아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북방지역을 거쳐 농촌지역으로 흐르는 강원도 양구의 수입천 유역에서 지난 70년간의 경관구조 변화를 분석한 필자의 연구결과를 보면, 농업활동이 계속되는 지역의 논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북방지역의 것은 강변생태계로 바뀌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강변생태계는 하천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대중의 관심이 큰 수질정화기능을 들 수 있다. 강변생태계를 이루는 강변식생은 그들이 부양하는 미생물군집과 함께 작용하여 오염물질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경지에 뿌려주는 비료는 보통 이용하는 양 이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남은 양이 그 주변의 하천으로 흘러들면서 하천의 부영양화를 유발한다. 이렇게 이용하고 남은 질소를 제 위치인 대기 중으로 되돌려 보내 부영양화를 줄이는 과정인 탈질과정이 바로 강변생태계에서 일어난다. 

 

또 하나의 비료성분인 인은 토양입자에 부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강변생태계가 붙잡아 둔 퇴적물이 주변 육지로부터 수생태계로 인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 준다. 부영양화된 하천에서 용존산소 부족으로 혐기성 분해가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독성물질 황화수소(H2S)가 발생하는 것도 막아준다. 

 

강변식생이 그늘을 만들어 수온을 낮춰주면서 용존산소량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하천을 따라 강변식생이 성립하면 발달한 뿌리의 지지기능을 통해 홍수 피해를 줄여주기도 하고, 많은 동·식물의 서식처 및 이동통로 역할도 하며 생물다양성 부양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렇게 부양된 생물다양성이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발휘하여 우리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강변생태계가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유지 및 조성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높은 관심은 수질정화에 모아졌다. 지하수 오염으로 멸종위기종이 사라지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행된 네덜란드의 연구에서는 지하수 오염문제 해결과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150 m의 강변완충식생대 확보를 권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수행된 연구결과는 충적토상에 30m 폭으로 확보된 강변식생이 질산염을 하루에 ha당 500g의 분자상 질소로 탈질시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완충식생대 확보를 조례로 정하고 있는데, 그 폭을 토양입자가 거친 상류의 23m에서부터 그 입자가 고운 하류의 138.5m까지로 지정하여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처럼 의미있는 강변생태계의 역할을 바르게 인식한 선진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기존의 강변생태계를 지키는 것은 물론 그 기능을 더 크게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보강하고 추가하는 생태적 복원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으로 삼은 수생식물 벼를 재배하기 위해 아주 제한적인 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강변생태계까지 갈아엎고 인위적 공간으로 전환하는 우리의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어 그것이 가져올 영향이 우려된다. 

 

게다가 예년의 사례를 보면 갈아엎은 일부 공간에 쏟아붓는 수준의 비료까지 공급하고 있으니 수질오염과 그것으로 인한 우리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의 피해가 심히 우려된다. 보이는 환경행정보다 바른 환경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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