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준의 ‘하숙생’, 당시 히트했던 트로트와는 전혀 다른 음악... 문화적 충격
전파사 앞에서 듣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가사가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아

 ‘강석 선배, 배철수 선배, 하지만 양희은은 선생님!’ 

MBC 라디오에서 PD로 근무할 때 양희은 선배님을 보면 늘 선생님이라고 불렀었다. 
당시에 MBC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배님들 중에는, 강석 선배와 양희은 선배 그리고 배철수 선배가 가장 어른이셨는데, 왜 유독 양희은 선배만 봬면, 무조건 ‘양 선생님~’ 이란 말이 튀어나왔었는지 모르겠다.      

강석, 배철수 선배에게는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이런저런 농담도하고 시시껄렁한 농담도 주고 받았는데, 양희은 선배만 보면, 진짜 학교 선생님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무 말이나 함부로 했다가, 양희은 선배가 ‘너 이름이 뭐니~!’하고, 야단이라도 치실 거 같은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라디오 PD로는 별 재능이 없어서, 양선배님이 진행하셨던 ‘여성시대’라는 MBC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을 기회는 없었다. 
그저 멀리서, ‘양희은 선배님! 제가 바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양선배님을 사모했던 이 아무개입니다’ 라고, 마음속으로만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MBC 라디오에서 1999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여성시대]를 진행하고 있는 양희은.
MBC 라디오에서 1999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여성시대]를 진행하고 있는 양희은.

‘...최희준의 [하숙생] 그리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어린 시절부터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어...’

[한국뉴스]에서 특별 기획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의 칼럼을 맡아서 써달라고 의뢰를 받았을 때, 양희은 선배님(이하 양희은)의 인터뷰는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희은에게, 입사 후 25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나의 짝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인생은 나그네 길 /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 정 일랑 두지 말자
미련 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양희은이 꼽은, 그녀의 가슴속에 가장 깊게 자리한, 한국 대중가요의 가사는 최희준의 [하숙생]과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였다. 이유를 물었다.      

“... 최희준 선배의 하숙생이 발표되었던 1964년 당시에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최희준은 ‘4클로버스’라고 [부모]의 유주용, [저녁 한때의 목장 풍경]의 위키리, [첫사랑 언덕]의 박형준 등과 함께, 미 8군 무대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하숙생]은 그전까지 듣던 음악인, ‘트로트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이었어요. 옷차림도 그렇고, 팝 음악에서 비틀스가 등장해서 충격을 줬던 것처럼, 젠틀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한국의 ‘냇 킹콜’(Nat King Cole)이라고도 불렸던 최희준은, 
1964년 실제로 냇 킹콜이 내한했을 때, 지방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냇 킹 콜을 만났다. 사진 속에는, 4클러버스로 함께 활동했던, 위키리(좌측 끝 스포츠머리), 유주용 (오른쪽 끝)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움에 지쳐서 /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 멍이 들었소      

“... [동백 아가씨]의, 꽃잎은 빨갛게 / 멍이 들었소 / 이 부분도 어린 시절부터 뇌리에 깊게 남아 잊히지가 않아요. 당시에 이미자 선배의 동백아가씨는 누구라도 불렀어요. 동네 전파사마다 다 이 노래가 흘러나왔으니까...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는, 오디오가 집집마다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길거리를 오다가다 전파사 앞에서 [동백아가씨]를 들었는데 머릿속에 진하게 남은 거지요...‘   

중학교 1학년, 14살의 양희은 가슴속에 ’가신 임이 그리워, 울다 지쳐 잠이 든 아가씨의 마음을‘ 붉은 동백꽃잎에 비유해서, ’ 빨갛게 멍이 들었소 ‘라고 시적으로 표현한 가사는, 어떤 울림으로 남았을까? 
양희은을 포크가수보다, 1983년에 발표한 ’[하얀 목련]의 양희은‘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얀 목련]은 앨범이 발표된 해 봄에, 암 투병을 하던 양희은이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애절한 심정으로 쓴 가사이다. 
아름다운 노랫말로 대한민국 가사대상을 수상한 명곡이기도 하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 슬픈 그대 뒷모습     

양희은의 어린시절 가슴에 새겨진, [동백아가씨] 속에서 붉은 눈물처럼 멍이 든 슬픈 동백의 감성이, ’ 슬픈 그대 뒷모습을 떠올리는 하얀 목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양희은의 [하얀목련]이 최초로 수록된 서라벌 레코드의 양희은 신곡집 앨범.

‘...나의 어린시절을 기억하게 해주는 타임머신 같은 노래 [백구]...’

양희은에게 본인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걸 언제부터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미취학 아동 때부터 동네 이곳저곳을 불려 다니며 노래를 불렀고, 학교에서도, ’ 희은아~ 너 노래 한곡 불러봐라 ‘하고,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이 노래를 시켰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깨닫고 있었다고 했다. 
그럼 앞의 두 노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와 최희준의 [하숙생] 뒤에 접속곡으로 가장 잘 어울릴 본인의 노래로는 어떤 곡을 추천했을까?      

“... [백구]죠. 나의 어린 날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타임머신 같은 노래니까... 나의 어린 시절 마음 깊이 남았던 두 선배의 노래와 [백구]가 잘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양희은 선배께, ’ 제가 사춘기 중학생 시절부터 선배님을 사모했습니다~‘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때로는 ’ 붉은 멍을 가슴에 안고 / 슬픈 그대 뒷모습/‘을 그리워하는 것도, 최백호 선배의 가사처럼 ’ 실연의 달콤함‘이 남아 있으니까.  

<Ⅲ편의 기사와 관련, 양희은 선배님께서 직접 꼼꼼히 수정을 봐주셨다. 지면을 통해서 대 선배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음악 PD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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