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폐가 점차 굳어 숨쉬기 어려워지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기존 치료제를 복용하던 환자도 포함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폐기능 감소를 늦춘 경구용 신약 '자스케이드정'이 국내 허가를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월 15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자스케이드(Jascayd, 성분명 네란도밀라스트·nerandomilast)' 9mg과 18mg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에 사용하는 수입 희귀의약품으로 허가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처음 허가된 뒤 일본과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허가 지역을 넓힌 약물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IPF)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폐 조직의 섬유화가 진행하면서 폐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폐포 주변 조직이 두꺼워지고 뻣뻣해져 호흡곤란과 기침이 나타나며, 일부 환자는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는 급성 악화를 겪는다. 치료는 폐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폐섬유증 치료제 '자스케이드(네란도밀라스트)' 9mg 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월 15일 성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이 약을 승인했다. [사진=베링거인겔하임]자스케이드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4B(Phosphodiesterase 4B·PDE4B)를 우선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다. 세포 내 신호전달물질인 고리형 아데노신일인산(cAMP)의 분해를 억제해 항섬유화·면역조절 작용을 나타낸다. 기존 항섬유화제인 '닌테다닙(nintedanib)'·'피르페니돈(pirfenidone)'과 작용기전이 달라, 이들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추가 투여하는 방식도 임상에서 평가됐다.
허가의 핵심 근거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지난해 5월 발표된 'FIBRONEER-IPF' 임상 3상이다. 연구진은 IPF 환자 1177명을 네란도밀라스트 18mg군, 9mg군,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하루 두 차례 투여했다. 등록 당시 전체 환자의 77.7%가 닌테다닙이나 피르페니돈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 52주째 노력성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FVC)의 기저치 대비 보정 평균 변화량은 18mg군 -114.7mL, 9mg군 -138.6mL, 위약군 -183.5mL였다. 위약군과 비교한 폐활량 감소폭 차이는 각각 68.8mL와 44.9mL로, 두 용량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FVC는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뒤 힘껏 내쉴 수 있는 공기량으로, 폐기능을 평가하는 지표다.
이 시험은 기존 약물을 복용하던 환자의 치료에 네란도밀라스트 또는 위약을 추가하고, 항섬유화제를 복용하지 않던 환자도 함께 평가한 구조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기존 치료를 유지하면서 폐기능 감소를 추가로 늦추는 치료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네란도밀라스트 치료군은 52주 동안 위약군보다 노력성폐활량 감소폭이 작았다"고 결론지었다.
용량별 결과는 병용하는 약물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미국 처방정보는 "피르페니돈 병용 시 네란도밀라스트의 체내 노출량이 감소하며, 임상시험에서 9mg 하루 두 차례 병용 용량의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피르페니돈과 함께 사용할 때 18mg 하루 두 차례 용량을 권고한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설사로, 18mg군 41.3%, 9mg군 31.1%, 위약군 16.0%에서 보고됐다.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은 세 군에서 비슷했다. 앞서 2022년 발표된 환자 147명 대상 임상 2상에서 12주간 폐기능 유지 효과를 확인한 뒤, 3상을 통해 평가 기간과 환자 규모를 확대한 결과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폐섬유증 치료제 '자스케이드(네란도밀라스트)' 18mg 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월 15일 성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이 약을 승인했다. [사진=베링거인겔하임]해외에서는 허가와 상업 공급이 진행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5년 10월 7일 성인 IPF 치료제로 자스케이드를 허가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크레도(Accredo), CVS 스페셜티(CVS Specialty), 월그린스 스페셜티 파머시(Walgreens Specialty Pharmacy) 등 전문약국을 통해 자스케이드를 공급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환자의 약제비 부담과 보험 적용 지연 등에 대응하는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허가 범위는 진행성 폐섬유증(Progressive Pulmonary Fibrosis·PPF)까지 확대됐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PPF 적응증을 추가했으며, 일본은 올해 5월 성인 IPF와 PPF 치료제로 허가했다. EU도 올해 7월 15일 두 적응증에 대한 판매허가를 부여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10월 13일 캐나다에서도 두 질환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PPF는 여러 간질성 폐질환에서 폐 조직의 섬유화가 계속 진행하는 상태를 포괄한다. 별도로 진행한 'FIBRONEER-ILD' 임상 3상은 성인 PPF 환자 1178명을 대상으로 네란도밀라스트의 효과를 평가했으며, 52주째 FVC 감소폭이 위약군보다 작았다. IPF와 함께 다른 섬유성 폐질환으로 치료 범위를 넓힌 근거다.
식약처가 이번에 발표한 국내 허가 대상은 특발성 폐섬유증이다. 식약처는 자스케이드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제16호로 지정해 신속심사를 진행했으며,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기전을 통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자스케이드는 1회 18 mg을 1일 2회, 12시간 간격으로 경구 투여며,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 내약성이 좋지 않은 경우 1회 9 mg을 1일 2회로 감량할 수 있다. 다만, 피르페니돈과 병용하는 경우는 감량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