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이 알도스테론과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하는 신규 화합물 기술을 확보하며 당뇨병성 신장질환 치료제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표준 치료제로 군림하고 있는 바이엘의 블록버스터 신약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의 부작용과 한계를 극복한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을 내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HK이노엔은 독자적인 비스테로이드성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ns-MRA)와 이의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독점적 권리를 얻기 위해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출원 기술은 체내 알도스테론과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MR)의 결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다수 화합물을 도출하고 후보물질 발굴 작업에 나섰다.
알도스테론은 신장 위에 있는 부신의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지만, 당뇨 환자 등에서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촉진해 만성 신장질환을 악화시키는 주요 인자로 작용한다.
따라서 알도스테론과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결합을 얼마나 잘 차단하느냐가 질환 치료의 핵심 관건이다. 이에 제약사들은 알도스테론의 합성 자체를 억제하거나, 알도스테론과 경쟁적으로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결합하는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바이엘의 '케렌디아'가 가장 대표적인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로 꼽힌다.
케렌디아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신장 기능 악화 지연과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하며 국제 진료 지침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케렌디아는 '스피로노락톤'이나 '에플레레논' 등 과거 1·2세대 스테로이드성 약물에 비해 성호르몬 관련 부작용을 줄였으나, 신장의 칼륨 배출을 억제해 혈중 칼륨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칼륨혈증 발생 위험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간 대사 효소인 CYP3A4에 의해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면서 소실 반감기가 2~3시간 수준으로 짧고, 병용 약물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지목된다.
차세대 ns-MRA 정밀 설계 … '계열 내 최고' 노린다
HK이노엔은 이러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해 약효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인 차세대 '계열 내 최고 신약'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개된 출원 명세서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케렌디아의 중심 화학 구조 골격을 바탕으로 수용체 결합 부위와 대사 취약 부위를 재설계했다.
화합물의 주요 위치에 접촉 면적을 넓히는 구조를 도입해 수용체와의 결합력을 끌어올렸으며, 전자 밀도를 조절하는 술포닐기(설포닐기)를 적용해 결합 상태의 지속력을 높였다.
약물이 체내에서 너무 일찍 분해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결합력이 강력한 중수소를 배치하거나 불소 원자를 치환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이는 케렌디아의 짧은 반감기를 보완해 약물 복용 주기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설계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합물들은 실제 생체 외(In Vitro) 수용체 억제 활성 평가에서 기존 약물을 웃도는 결합 활성을 나타냈다.
케렌디아의 수용체 억제 농도(반수 최대 억제 농도인 IC50 값 기준)는 18~28nM 수준인데, HK이노엔이 합성한 주요 화합물들은 이보다 낮은 농도에서도 수용체 결합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특히 최적 활성을 나타낸 특정 화합물의 경우 억제 농도가 0.2nM까지 낮아져, 세포 시험 수치 기준으로 기존 약제 대비 90배에 이르는 차단 효과를 기록했다.
이처럼 약물의 결합 활성이 크게 높아지면 투여 용량을 낮출 수 있어, 간 대사 부담을 줄이고 비표적 장기에 미치는 세포 독성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빅파마 개발 각축전 … HK이노엔의 새로운 승부수
현재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는 알도스테론 경로를 표적하는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 개발 경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선택적 수용체 조절제인 '발신레논(Balcinrenone, AZD9977)'의 임상 3상 시험을, 베링거인겔하임은 호르몬 생성 자체를 막는 알도스테론 합성효소 억제제 '비카드로스타트(Vicadrostat, BI 690517)'의 임상 3상 시험을 각각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13억 달러를 들여 비스테로이드성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후보물질 '오세듀레논'을 확보했으나, 임상 3상 시험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해 개발을 중단했다. 그만큼 임상적 검증이 까다로운 분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HK이노엔은 대표 신약 '케이캡'을 통해 입증한 저분자 합성신약 R&D 역량을 바탕으로 순환기 및 신장·대사 질환 영역으로 파이프라인 확장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이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다파엔(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만·대사 질환 관련 파이프라인도 갖추고 있다.
특히 국제 신장병 진료지침이 SGLT-2 억제제와 비스테로이드성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의 조기 병용 투여를 권고하고 있어, 향후 단일제뿐 아니라 복합제 개발 등 다양한 사업화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HK이노엔이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기술과 후보물질의 특허 등록 절차에 나선 만큼 후속 개발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동물 질환 모델을 통해 체내 대사 안정성과 고칼륨혈증 발생 억제 효과 등을 검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HK이노엔이 발굴한 신규 후보물질이 이러한 비임상 연구를 순조롭게 통과하고 본격적인 개발 궤도에 진입해 회사의 차기 파이프라인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