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3상에서 PFS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중간 OS에서는 대조군보다 불리한 신호가 나타났다. [사진=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의 1차 폐암 치료 시장 진입에 변수가 생겼다.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3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전체생존기간(OS)에서는 오히려 대조군보다 불리한 초기 신호를 보였다.
엔허투군의 사망 위험은 키트루다+화학요법군보다 15% 높았고, 중앙 OS도 29.3개월로 대조군 33.1개월에 못 미쳤다. 여기에 약물 관련 간질성폐질환(ILD) 사망까지 발생하면서, PFS 성공만으로는 1차 치료 진입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14일 서울에서 열린 2026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공개된 임상 3상 'DESTINY-Lung04' 중간분석에서 확인됐다.
DESTINY-Lung04는 HER2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와 현재 1차 표준요법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화학요법을 직접 비교한 시험이다.
PFS 6개월 늘리고 ORR 70%…1차 평가변수는 성공
효능 지표만 보면 엔허투의 성적은 분명 긍정적이다.
엔허투는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키트루다+화학요법 대비 37% 낮췄다. 중앙 PFS는 14.3개월로 대조군보다 약 6개월 길었다.
객관적반응률(ORR)도 엔허투군이 70%로 키트루다+화학요법군의 44.5%를 크게 앞섰다. 반응지속기간(DoR)은 각각 13.4개월과 9.7개월이었다.
완전반응률은 두 군 모두 1.8%로 같았다.
이번 연구를 발표한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줄리아 로토우(Julia Rotow) 박사는 이러한 PFS와 종양반응 결과를 근거로 엔허투가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새로운 1차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DESTINY-Lung04가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기존 1차 표준요법을 상대로 PFS 우월성을 입증한 첫 3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OS는 반대…사망위험 15% 높아
문제는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오래 생존했는지를 보는 OS였다.
중간분석 시점에 엔허투군의 중앙 OS는 29.3개월, 키트루다+화학요법군은 33.1개월이었다. 엔허투군의 사망 위험이 대조군보다 15% 높은 방향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가운데 213명(46.9%)이 사망했는데, 엔허투군에서는 115명(50.7%), 대조군에서는 98명(43.2%)이었다.
OS 곡선은 무작위배정 약 20개월 이후부터 대조군 쪽으로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후 추적기간에서도 격차가 뚜렷하게 좁혀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이번 OS 결과는 아직 공식적인 최종 분석 단계가 아니다. 통계적으로 사전에 정해진 시점에서 정식 검정된 결과도 아니어서 현 단계에서 엔허투가 생존기간을 떨어뜨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후속 치료의 차이가 OS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험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약 72%가 양쪽 군에서 후속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HER2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비율은 엔허투군이 39%에 그친 반면 대조군은 72%였다.
대조군 환자가 진행 이후 HER2 표적치료제를 더 많이 사용한 것이 OS 격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ILD 사망 4건+추가 1건…엔허투 고질적 위험 다시 부각
OS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엔허투의 대표적 안전성 문제인 간질성폐질환이다.
안전성 분석에서 엔허투와 관련된 Grade 5 이상반응 4건이 모두 폐렴 또는 ILD와 연관된 사망이었다. 안전성 데이터베이스가 잠긴 이후에도 엔허투 관련 ILD 사망 1건이 추가로 판정됐다.
반면 키트루다+화학요법군에서는 판정된 ILD 관련 사망이 없었다.
약물 관련 ILD 또는 폐렴 발생률은 엔허투군에서 20.8%였다. 이 가운데 78.7%는 Grade 1~2의 비교적 낮은 중증도였지만,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리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엔허투군의 Grade 5 ILD 사례 대부분에서 ILD 발견 후 스테로이드 치료 시작이 늦었거나 투여량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도 엔허투의 ILD 사례 중 약 66%가 회복됐지만, ILD는 여전히 중요한 위험요인인 만큼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체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에 알려진 엔허투의 특성과 대체로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차 치료 시장에는 이미 존거티닙·허뉴오 진입
엔허투가 1차 치료 진입을 추진하는 사이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시장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경구용 HER2 표적치료제 '허넥세오스(Hernexeos, 성분명 존거티닙·zongertinib)'는 올해 2월 미국에서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까지 사용 범위를 확대했다.
바이엘(Bayer)의 '허뉴오(Hyrnuo, 세바버티닙·sevabertinib)' 역시 올해 9월 9일 치료 전 환자까지 적응증을 넓혔다.
두 약 모두 경구용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로, 엔허투보다 투여 편의성이 높다. 허넥세오스는 1차 치료 환자에서 객관적반응률 76%, 허뉴오는 75%를 기록했다. 완전반응률은 각각 11%와 6%였다.
엔허투는 2022년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최초의 HER2 표적치료제로 FDA 가속승인을 받았지만 현재 허가는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엔허투가 1차 치료까지 영역을 넓히려면 PFS 개선뿐 아니라 OS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DESTINY-Lung04 데이터를 FDA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과 공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