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의 과민성방광 치료제 '베오바(성분명: 비베그론)' [사진=제일약품 홈페이지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제일약품이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곧 급여 진입을 앞두고 있는 과민성방광 치료제 '비베그론(vibegron, 제품명: 베오바)'이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는지 평가하는 연구에 들어간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보건과학원(Wake Forest University Health Sciences)은 오는 10월 웨이크포레스트대 병원에서 만 45~75세 비만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비베그론의 에너지 대사·신체 기능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 3상에 들어간다. 임상 종료 시점은 2028년 7월이다.
이번 임상은 비베그론 75mg을 하루 한 번 12주간 경구 투여했을 때와 위약을 투여했을 때의 에너지 대사·심대사 위험인자·신체 및 인지 기능 변화를 비교하는 무작위배정·삼중눈가림·위약대조 시험이다.
1차 평가지표는 안정시대사율(RMR)로, 기저시점과 12주차에 각각 산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통해 산출한다. 2차 평가지표는 포도당 75g을 마신 뒤 2시간째 혈당 수치와 확장형 단축신체수행능력검사(eSPPB) 점수다. eSPPB는 균형·보행 속도·하지 근력을 측정하는 검사(12점 만점)로 점수가 높을수록 하지 기능이 좋다는 의미다.
지방조직 가운데 하나인 '갈색지방' 겨냥한 연구
이번 임상은 비만이 노화 시계를 앞당긴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비만한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며 신체 기능이 더 빨리 떨어진다고 보고, 그 원인으로 지방조직에 발생하는 기능 이상을 지목했다.
지방조직은 대부분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지방조직 가운데 하나인 갈색지방은 정반대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대신 태워 열로 내보낸다. 다만 갈색지방은 저절로 작동하지 않는다. 외부 신호가 들어와야 열을 내고, 그 외부 신호를 받는 곳이 갈색지방 표면에 있는 β3 수용체다. 비베그론은 이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되면 열을 만들기 위해 혈액 속 포도당과 지방산을 끌어다 쓴다. 실제로 비베그론과 같은 계열 약물인 '미라베그론'을 투여한 연구에서는 갈색지방이 혈중 포도당을 더 많이 흡수했고 인슐린 감수성도 개선됐다.
이를 근거로 갈색지방 활성화가 대사·심혈관질환은 물론 신경퇴행성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 이번 임상은 바로 이 갈색지방을 겨냥하는데, 임상 1차 지표인 안정시대사율이 갈색지방이 활성화됐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여기에 DXA(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와 CT로 체성분과 체지방 분포를 평가하고, 말초혈액단핵세포(PBMC)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측정해 에너지 대사 변화를 확인한다. 지방조직 유래 세포외소포(sEV)에 담긴 열 생산 관련 단백질과 아디포카인 발현량도 함께 분석한다.
이번 연구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될 경우, 비베그론은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감소를 늦추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급여 문턱 넘은 '베오바정' "부작용 적고 복용 간편"
제일약품 비베그론은 앞서 말한 β3 수용체를 겨냥해 만든 과민성방광 치료제다. β3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자극해 방광을 이완시키고 용적을 늘리는 방식으로 빈뇨와 요절박, 절박성 요실금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과민성 방광염을 치료하는 약물은 항무스카린제와 β3 작용제로 나뉘는데, 두 계열 효과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4월 제일약품 '베오바정 50mg'에 대해 평가금액 이하 가격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베오바는 제일약품이 국내 판권을 확보해 지난 2022년 10월 허가를 받고 이듬해 시장에 나왔다. 허가에 앞서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20개 기관에서 과민성방광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가교 임상 3상을 진행해 위약 대비 요절박과 절박성 요실금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후 3년 가까이 급여 없이 처방돼 왔다.
비베그론은 MSD가 개발한 성분으로, 일본 교린제약이 라이선스를 도입해 2018년 11월 '베오바정'이라는 제품명으로 일본에 먼저 출시했다. 제일약품은 이후 교린제약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개발·제조·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제일약품은 도입 당시 기존 항콜린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복용이 간편해 환자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베오바의 강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