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에 대한 3세대 EGFR TKI 표적 치료 후 발생하는 C797S 내성 겨냥 4세대 EGFR TKI 개발 경쟁이 초기 종양반응 확인을 넘어 치료 효과의 지속성을 입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AI 생성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를 거친 폐암 환자에게 발생하는 C797S 내성을 겨냥한 4세대 EGFR TKI 개발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앞서 초기 후보들이 C797S가 나타난 환자에서 다시 종양을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 확보에 집중해 왔다면 최근에는 일부 선두 후보가 무진행 생존기간(PFS) 데이터까지 내놓기 시작하면서 경쟁의 기준이 자연스럽게 효과의 지속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C797S를 직접 겨냥한 마땅한 EGFR TKI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C797S 변이 치료 공백 메우기 경쟁…4세대 EGFR TKI 개발 활발
EGFR에 특정 변이가 생긴 폐암에서는 암세포가 계속 자라도록 하는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는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신호 전달을 차단해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표적치료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osimertinib)'와 유한양행의 '렉라자(Lazcluze, 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 등이 대표적인 3세대 EGFR TKI다.
3세대 EGFR TKI는 EGFR 단백질의 797번 위치에 있는 시스테인과 결합해 EGFR의 활성을 억제한다. 문제는 치료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 결합 부위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797번 위치의 시스테인이 세린으로 바뀌는 C797S 변이가 생기면 3세대 TKI가 기존 방식으로 EGFR에 결합하기 어려워지면서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암세포가 약물이 붙는 자리를 바꿔 치료를 피하는 셈이다.
실제 타그리소 1차 치료를 평가한 FLAURA 연구의 내성 분석에서는 질병 진행 또는 치료 중단 시 MET 증폭이 16%, C797S가 6%에서 확인됐다.
C797S는 특정 제품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3세대 EGFR TKI 치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후천성 내성 기전이다.
이를 다시 공략하기 위해 C797S 변이가 발생한 EGFR도 억제할 수 있도록 설계한 차세대 후보들이 개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후보를 통상 '4세대 EGFR TKI'로 부른다.
C797S를 직접 겨냥한 승인 EGFR TKI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먼저 충분한 임상 근거를 확보한 후보가 새로운 치료 영역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종양반응 확인은 기본,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이 관건
4세대 EGFR TKI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 반응률 자체보다 치료 효과의 지속성이다. 이 기준선을 먼저 끌어올린 후보 가운데 하나가 중국 한소제약(Hansoh Pharma)의 'HS-10504'다.
HS-10504는 올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C797S 변이를 가진 평가 가능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2상 권장 용량 400mg에서 객관적반응률(ORR) 52.9%를 기록했다. 중앙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9.6개월이었다.
초기 임상에서 ORR은 후보물질이 C797S 내성을 다시 억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지표다. HS-10504는 여기에 PFS를 더하면서 경쟁자들에게 한 단계 높은 질문을 던졌다. 종양을 줄일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 5월 EGFR TKI 치료 실패 후 C797S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HS-10504를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
C797S 변이는 기존 EGFR TKI에 대한 내성이 발생한 뒤 나타나는 만큼, 종양이 다시 줄어드는지뿐 아니라 그 반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가 환자의 추가 치료 선택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후 디잘제약(Dizal Pharma)의 'DZD6008'도 지속성 데이터를 내놨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C797X 변이 환자 가운데 60mg 투여군의 객관적반응률은 60%였고, 중앙 PFS는 아직 도달하지 않은 가운데 9개월 PFS율은 64.8%로 나타났다.
이는 뒤따르는 후보들에게도 새로운 기준이 된다. 초기 반응을 더 많은 환자에서 재현하고, 시간이 지나도 질병 진행을 억제한다는 PFS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실제로 후발 주자들도 같은 검증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국내 기업인 보로노이의 'VRN110755(VRN11)'는 올해 공개된 임상 자료에서 C797S 변이가 확인된 환자 7명 가운데 6명이 부분반응을 보여 확인된 객관적반응률 85.7%를 기록했다. 초기 반응률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남은 과제는 환자 수가 늘어난 뒤에도 같은 반응이 재현되는지, 치료 효과가 장기 추적에서도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보로노이는 오는 1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2026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VRN11의 업데이트된 임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블로섬힐 테라퓨틱스의 'BH-30643' 등 다른 후보들도 후속 데이터를 쌓고 있어 앞으로 4세대 EGFR TKI의 경쟁 구도는 초기 ORR보다 지속성 자료를 얼마나 빠르게 축적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