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페이스북][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문위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유방암 신약 '에트카마(Etcamah, 성분명 카미제스트란트·camizestrant)'를 가속승인했다.
영상검사에서 암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기 전 혈액 속 순환종양DNA(ctDNA)를 통해 약물 내성 변이를 찾아 치료제를 바꾸는 방식으로 허가된 첫 항암제다.
FDA는 4일(현지시간) 에트카마와 CDK4/6 억제제 병용요법을 호르몬수용체(HR) 양성·HER2 음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가속승인했다.
대상은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CDK4/6 억제제로 치료하던 중 FDA가 허가한 검사를 통해 ESR1 변이가 확인된 환자다.
FDA는 에트카마 치료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동반진단기기로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의 '가던트360 CDx(Guardant360 CDx)'도 함께 허가했다.
ESR1 변이는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종양이 아로마타제 억제제에 저항성을 갖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후천적 내성 변이다.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을 처음 진단받을 당시에는 환자의 5% 미만에서 발견되지만, 아로마타제 억제제 치료 후 암이 진행하면 약 40%에서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 6대 3 반대에도 승인 강행…"의료혁신·새 치료 선택지 제공"
이번 승인은 일반적인 FDA 허가 과정과 달리 자문위원회의 부정적 판단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FDA 종양약물자문위원회(ODAC)는 지난 4월 30일 에트카마 병용요법의 유익성·위험성에 대해 찬성 3표, 반대 6표로 승인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자문위원들이 문제 삼은 것은 약 자체의 항암 효과보다 치료 개입 시점이었다.
에트카마의 3상 임상시험은 영상검사에서 실제 종양 진행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혈액검사를 통해 ESR1 내성 변이가 나타난 시점에 기존 치료제를 에트카마로 변경하는 전략을 평가했다.
FDA 자문위는 당시 이런 조기 치료 전환이 종양이 실제로 진행된 뒤 치료를 바꾸는 것보다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더 큰 이득을 주는지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FDA 역시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자문위원회를 소집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후 추가 데이터를 FDA에 제출했고, FDA는 이를 검토하기 위해 당초 허가 심사기한도 연장했다.
FDA는 최종적으로 에트카마의 조기 치료 전환 전략에 가속승인을 허용했다.
FDA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의료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FDA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FDA가 자문위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다.
FDA는 ESR1 변이가 혈액에서 확인된 시점에 치료를 변경하는 것이 영상검사를 통해 암 진행이 확인된 뒤 치료를 변경하는 것보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득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에 임상적 유익성을 검증하고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확증시험을 요구했다.
FDA 종양학센터(OCE)의 안젤로 드 클라로(Angelo de Claro) 소장은 "이번 허가는 영상검사에서 질병 진행이 나타나기 전에 ctDNA에서 내성 변이를 찾아 치료를 결정하도록 한 첫 항암제 승인"이라며 "다만 임상적 유익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근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상서 진행·사망 위험 56% 감소…임상적 이득 확증시험서 재검증
승인의 근거가 된 'SERENA-6' 3상 임상시험에는 HR 양성·HER2 음성 진행성 유방암 환자 315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1차 치료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CDK4/6 억제제를 투여받던 중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ESR1 변이가 확인됐지만, 영상검사에서는 아직 암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은 이들을 에트카마와 기존 CDK4/6 억제제를 병용하는 군과 기존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CDK4/6 억제제를 계속 투여하는 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에트카마 병용군은 기존 치료 지속군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56% 낮았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에트카마 병용군 16.0개월, 기존 치료군 9.2개월이었다. 24개월 동안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 비율도 각각 29.7%와 5.4%로 차이를 보였다.
후속 분석에서는 두 번째 질병 진행 또는 사망까지의 기간(PFS2)도 에트카마군이 25.7개월로 기존 치료군의 19.1개월보다 길었다.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분석에서는 에트카마군에 유리한 경향이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에트카마는 차세대 경구용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이자 완전 에스트로겐 수용체 길항제다.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차단하고 분해하도록 설계됐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같은 적응증으로 에트카마를 승인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앞서 허가를 받았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특정 약물과 에트카마를 함께 사용할 경우 부정맥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미국 제품설명서에 박스경고(Boxed Warning)가 포함됐다.
서맥과 태아 위해 가능성에 대한 경고 및 주의사항도 명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