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린과 어센디스 파마가 연골무형성증 치료제와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 벌여온 특허분쟁을 종결하고 라이선스·로열티 합의에 들어갔다.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연골무형성증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해온 미국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BioMarin Pharmaceutical)과 덴마크 어센디스 파마(Ascendis Pharma)가 세계 각국에서 벌여온 특허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어센디스는 경쟁사인 바이오마린의 C형 나트륨이뇨펩타이드(CNP) 관련 특허를 사용하는 대신 자사 신약 '유비웰(YUVIWEL, 성분명 나베페그리타이드·navepegritide)'의 한국 순매출 18%를 바이오마린에 로열티로 지급한다. 미국에서는 20%다.
두 회사의 갈등은 바이오마린이 먼저 상용화한 연골무형성증 치료제 '복스조고(VOXZOGO, 성분명 보소리타이드·vosoritide)'와 어센디스가 뒤이어 개발한 유비웰이 같은 C형 나트륨이뇨펩타이드(CNP) 경로를 이용하면서 시작됐다.
연골무형성증은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3(FGFR3)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뼈 성장이 억제되는 유전질환이다. 바이오마린의 복스조고는 CNP 유사체를 이용해 이 신호를 낮추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1년 처음 승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성장판이 열려 있는 연골무형성증 소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어센디스의 유비웰도 같은 CNP 경로를 표적하지만 별개의 신약이다. CNP의 전구약물인 나베페그리타이드를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방출하도록 설계해 주 1회 투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FDA는 올해 2월 성장판이 열려 있는 2세 이상 연골무형성증 소아 환자의 선형 성장을 증가시키는 치료제로 유비웰을 가속승인했다.
따라서 이번 분쟁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사이에서 벌어진 일반적인 특허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같은 질환과 생물학적 경로를 겨냥하지만 서로 다른 신약을 개발한 두 회사가 관련 CNP 기술의 특허 권리를 놓고 충돌한 사건이다.
바이오마린 "특허 침해"…어센디스 "특허 자체가 무효"
바이오마린은 어센디스의 나베페그리타이드 기술이 자사가 보유한 장기지속형 CNP 관련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여러 국가에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바이오마린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 어센디스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고, 미국에서는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관련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제소했다. 어센디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서 이에 맞서는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오마린은 규제 절차를 통한 견제에도 나섰다. 2025년 6월 FDA에 시민청원을 제출해 복스조고의 희귀의약품 독점권이 종료될 때까지 사람 CNP 유사체를 연골무형성증 치료제로 승인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FDA는 올해 2월 이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같은 달 유비웰을 승인했다.
어센디스는 바이오마린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련 특허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고 맞섰다. 유럽특허청(EPO) 기술항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바이오마린의 유럽 특허 EP3175863을 전부 취소했고, 이에 따라 UPC의 관련 특허침해 소송도 같은 해 12월 기각됐다.
특허전은 한국으로도 번졌다. 어센디스는 지난해 10월 21일 한국 특허심판원에 바이오마린의 한국 특허 KR2033680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브라질에서도 올해 3월 바이오마린 특허의 무효와 유비웰의 비침해 확인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경쟁약 판매 허용하고 로열티 받기로
세계 여러 국가로 번진 분쟁은 결국 특허 라이선스와 로열티 지급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바이오마린과 어센디스는 지난달 30일 모든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합의 조건(binding term sheet)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마린은 어센디스에 관련 특허에 대한 전 세계 비독점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라이선스를 확보한 어센디스는 유비웰과 나베페그리타이드 관련 제품을 계속 연구·개발·제조·판매할 수 있게 됐다. 범위는 현재 적응증인 연골무형성증뿐 아니라 저연골형성증(hypochondroplasia) 등 향후 적응증과 다른 의약품과의 병용요법까지 포함한다. 바이오마린은 합의 대상 지식재산권을 근거로 어센디스를 추가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어센디스는 유비웰 등 라이선스 대상 제품 순매출의 일정 비율을 바이오마린에 지급한다. 미국은 20%, 유럽연합(EU)·한국·브라질은 18%다. 로열티는 각 국가에서 최초 상업 판매가 이뤄진 시점부터 2030년 5월까지 적용하며, 이미 판매가 시작된 지역은 최초 판매 시점까지 소급한다.
양사는 미국 ITC와 연방법원을 비롯해 한국·브라질 등에서 진행 중인 관련 소송과 특허절차도 모두 종결하기로 했다. 바이오마린 역시 일부 규제상 권리와 독점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바이오마린이 경쟁 신약인 유비웰의 시장 진입과 자사가 보유한 특허 사용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 기간 유비웰 매출의 상당 부분을 로열티로 확보하는 구조다. 어센디스는 장기간 이어진 글로벌 특허분쟁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유비웰의 글로벌 상업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도 이번 합의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다. 한국에서 바이오마린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제기한 어센디스는 향후 유비웰이 한국에서 상업 판매될 경우 순매출의 18%를 바이오마린 측에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로열티 지급 기간은 2030년 5월까지다.
유비웰은 아직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경쟁약물인 '복스조고'는 삼오제약이 수입, 2024년 12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4개월 이상 소아의 FGFR3 변이 양성 연골무형성증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