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빠른 환자 모집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을 앞세워 글로벌 신약개발의 주요 임상시험 무대로 부상한 중국이 잇단 피험자 사망 사건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최근 수개월 사이 중국 연구자주도 임상시험(Investigator-Initiated Trial, IIT)에서 발생한 유전자편집 치료 관련 소아 사망 2건과 in vivo(생체 내) CAR-T 치료 관련 성인 사망 1건이 잇따라 외부에 알려졌다.
사망 자체도 문제지만, 일부 사건은 발생 후 1년 이상 지나서야 공개됐거나 임상시험 등록정보가 뒤늦게 수정됐다. 중국 IIT의 안전성 관리뿐 아니라 중대한 이상반응을 외부에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는 이유다.
논란은 미국으로도 번졌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르 위원장과 벤 클라인 의원은 지난 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서한을 보내 중국에서 생성된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두 의원은 중국에서 발생한 3건의 사망사례를 직접 거론하면서, 최근 12개월 이내 FDA가 현지 실사를 하지 않은 중국 임상시험기관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미국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약허가신청(NDA),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빠른 환자 모집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을 앞세워 글로벌 신약개발의 주요 임상시험 무대로 부상한 중국이 잇단 피험자 사망 사건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첫 번째 사망 … 출발점은 6세 여아 사망사건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중국에서 실험적 유전자편집 치료를 받은 6세 여아의 사망사건이었다.
희귀 신경발달질환인 스나이더스-블록-캄포 증후군(Snijders Blok-Campeau syndrome)을 앓던 이 여아는 지난해 상하이교통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신화병원에서 CHD3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기 위한 실험적 치료를 받았다.
해당 연구는 단 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초기 임상시험(NCT06860672)이었다. 연구진은 두 개의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벡터에 베이스에디팅 시스템을 나눠 탑재한 뒤 척수강내로 한 차례 투여해 CHD3 R1025W 변이를 직접 교정하려 했다.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연구는 2025년 2월 19일 시작됐다. 그러나 환자는 같은 해 3월 31일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hrombotic microangiopathy, TMA)으로 사망했다.
임상시험 등록정보에는 이 사망이 시험치료와 '명확하게 관련된(definitely related)'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평가됐다고 적혀 있다. 환자가 한 명뿐이었던 만큼 연구도 즉시 종료됐다.
문제는 이 사실이 즉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ClinicalTrials.gov의 사망 및 시험중단 정보는 올해 7월 30일에야 업데이트됐다. 사망 이후 약 1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 7월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추적 보도했다. 이후 상하이교통대학교 의과대학은 사건에 대한 전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Science 보도에 따르면 환자 가족은 치료 전 원숭이 시험에서 심각한 장기 손상이 관찰됐다는 자료 등도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하나의 개별 임상사고로 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또 다른 유전자편집 치료와 in vivo CAR-T IIT에서 사망사례가 잇달아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6세 여아 사건을 계기로 제기된 의문이 중국 IIT의 안전성 관리와 정보공개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Science의 6세 여아 유전자편집 사망 사건 보도 및 후속기사 화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해 중국에서 실험적 유전자편집 치료를 받은 6세 여아의 사망사건을 보도한 뒤 관련 조사와 후속 사망사례를 잇달아 다뤘다. [Science 홈페이지 갈무리]두 번째 사망 … DMD 유전자편집 고용량 투여 후 ARDS
두 번째로 알려진 사건은 상하이 후이다진 테라퓨틱스(HuidaGene Therapeutics)의 뒤센근이영양증(DMD) 유전자편집 치료제 'HG302' 연구에서 발생했다.
HG302는 AAV 벡터를 이용해 CRISPR/hfCas12Max 유전자편집 시스템을 근육세포에 전달하고 DMD 유전자의 엑손 51 스플라이스 부위를 교정하도록 설계된 치료제다.
임상시험(NCT06594094)은 만 4~8세 DMD 남아를 대상으로 하는 초기 1상 IIT로, 저용량과 고용량 단계에서 HG302를 한 차례 정맥 투여하는 방식이다. 실제 등록 환자는 4명이었다.
후이다진은 지난 5일 공식 발표를 통해 2025년 8월 고용량군에 참여한 환자 1명이 HG302 투여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 환자는 고용량 AAV 벡터를 전신 투여받은 뒤 심한 보체 및 사이토카인 활성화를 동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발생했다. 회사는 실험실 검사와 면역학·병리학 분석, 부검 등을 포함한 조사를 진행했고 전체 결과를 올해 1월 학술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명의 환자에서는 같은 중증 임상증후군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현재 장기 추적관찰 중이다.
후이다진은 사망사건을 병원의 윤리 및 연구감독 절차에 따라 정해진 기간 안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약 1년이 지나서야 회사가 이를 공개하면서 정보공개의 적시성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유전자편집 기술 자체의 위험성뿐 아니라 편집 시스템을 몸 전체에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고용량 AAV 벡터의 안전성 문제도 다시 부각시켰다.
후이다진 테라퓨틱스가 지난 5일 뒤센근이영양증(DMD) 유전자편집 치료제 'HG302'의 초기 임상에서 발생한 환자 사망사건을 공개한 자료. 회사는 고용량 AAV 벡터를 전신 투여받은 환자에게 심한 보체·사이토카인 활성화와 함께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후이다진 홈페이지 갈무리]세 번째 사망 … 美 진출 직전 드러난 in vivo CAR-T 사고
세 번째 사례는 상하이 리복스 테라퓨틱스(RiboX Therapeutics)가 개발하는 in vivo CAR-T 치료제 'RXIM002'의 자가면역질환 IIT에서 발생했다.
RXIM002는 CD19 표적 키메라항원수용체(CAR)를 암호화한 원형 RNA(circular RNA)를 표적 지질나노입자(tLNP)에 담아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제다.
환자의 T세포를 체외로 꺼내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하는 기존 CAR-T와 달리, 원형 RNA를 환자의 T세포에 직접 전달해 몸 안에서 CAR-T 세포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리복스가 지난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RXIM002는 미국 IND 제출에 앞서 중국에서 두 건의 자가면역질환 IIT로 평가됐다. 회사는 전체 IIT 안전성·초기 유효성 자료를 FDA IND 패키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Endpoints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을 앓던 50대 남성 환자 1명이 올해 3월 RXIM002를 투여받은 뒤 사망했다.
리복스 측도 해당 환자의 사망을 확인했다. 다만 환자가 중증 전신경화증과 여러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으며, 사망과 RXIM002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공개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사망사건을 중국의 관련 윤리·규제기관과 미국 FDA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시점 때문이다.
리복스는 지난 8일 RXIM002가 자가면역성 혈구감소증 치료를 위한 미국 FDA IND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중국 IIT 환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약 5개월 뒤였다. FDA IND 승인 발표 당시 회사 자료에는 사망사례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건은 중국의 임상시험 안전성 논란을 넘어 중국 IIT에서 만들어진 초기 데이터가 미국 신약개발과 허가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검증돼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확산됐다.
리복스 테라퓨틱스가 지난 9일 공개한 'RXIM002' 연구자주도 임상(IIT) 업데이트. 회사는 두 번째 연구기관에서 전신경화증 환자 1명에게 사망으로 이어진 중대한 이상반응(SAE)이 발생했으며, 관련 자료를 규제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리복스 테라퓨틱스 홈페이지 갈무리]미 의회 "FDA 실사 없는 중국 임상데이터 받지 말아야"
미 의회가 FDA에 보낸 서한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21일 "최근 중국 IIT에서 발생한 3건의 사망사례 가운데 2명이 어린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 임상데이터에 대한 FDA의 감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미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된 임상자료를 미국 신약개발 자료에 활용하거나, 중국 기업이 현지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한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최근 12개월 이내 FDA의 현장 실사를 받지 않은 중국 임상기관에서 생성된 자료는 IND·NDA·BLA 심사에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유전자편집과 같은 고위험 치료법을 중심으로 미국 신약개발과 허가가 중국 IIT나 정식 임상시험(CTA) 데이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할 것도 요청했다.
다만 미국 의원들의 요구는 아직 FDA 정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생성된 임상데이터를 실제로 제한할지 여부와 적용 범위는 FDA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중국도 규제 강화 … 올해 5월 새 제도 시행
중국 정부 역시 첨단 생명의학 기술의 임상연구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생물의학 신기술 임상연구 및 임상전환 응용 관리조례'를 제818호령으로 제정해 올해 5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는 중국에서 아직 임상에 적용되지 않은 세포·분자 수준의 생명의학 신기술 연구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전 과정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규정한다. 연구대상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존엄성과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기존 제도 아래에서 진행되던 생명의학 신기술 임상연구 역시 새 제도 시행 후 일정 기간 안에 신고하도록 했다. 조례 시행 이전에 진행된 연구는 기존 계획대로 계속할 수 있지만 시행일부터 1개월 이내에 새 규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6세 여아와 HG302 환자의 사망은 모두 새 조례가 시행되기 전에 발생했다. RXIM002 사망은 시행 직전인 올해 3월 발생했다.
따라서 중국이 새 규제를 마련했다는 사실과 별개로, 강화된 제도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의 신속한 보고와 공개, 독립적인 안전성 감시를 얼마나 개선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이번 사건들이 중국에서 진행되는 유전자·세포치료 임상 전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전자편집과 AAV 유전자치료, in vivo CAR-T 같은 첨단치료법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예상하기 어려운 중증 면역반응과 독성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일부 임상기관과 기업이 사망사건 공개를 장기간 지연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