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활용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2제 요법이 기존 4제 요법을 대체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다제내성균 확산으로 기존 치료법의 한계가 뚜렷해진 가운데, 효능은 대등하게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미니멀리즘' 요법이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2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중국 난징 제1병원, 난퉁 제2인민병원 등 장쑤성 일대 7개 종합병원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400명의 헬리코박터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수행해 케이캡 기반 2제 요법이 케이캡 기반 4제 요법과 비교해 비열등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환자들을 케이캡 50mg과 고용량 아목시실린 1000mg을 투여한 2제 요법군(TA)과 케이캡에 비스무트, 아목시실린, 푸라졸리돈을 더한 4제 요법군(TBQ)으로 무작위 배정해 14일간 치료를 진행했다.
의도치료(ITT) 분석 결과 케이캡 2제 요법군의 제균율은 87.5%로, 4제 요법군(89.5%)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프로토콜 순응(PP) 분석에서도 2제 요법군은 90.6%의 제균율로 4제 요법군(94.7%)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비열등성 p=0.012).
제균 효과는 2제 요법과 4제 요법이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부작용 발생률은 2제 요법이 압도적으로 낮아서 2제 요법의 효용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제 요법군의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8.2%로, 4제 요법군 20.1%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4제 요법군에서는 오심, 구토, 원인 미상의 발열 등 환자의 복약 의지를 꺾는 부작용이 빈발했으나, 2제 요법군에서는 경미한 복부 팽만감 정도만 보고됐다.
연이어 쏟아지는 해외 연구 데이터 … 케이캡 2제 요법 강점 '부각'
이러한 케이캡 2제 요법의 압도적인 내약성은 다국적 연구진이 진행한 글로벌 네트워크 메타분석(NMA)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미국, 인도, 영국, 파키스탄, 대만 등의 다국가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큐리어스(Cureus)를 통해 케이캡 2제 요법, 비스무트 4제 요법, 케이캡 기반 4제 요법을 동시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일 분석 프레임워크 내에서 세 가지 요법을 종합 평가한 결과, 헬리코박터 제균 효능 면에서는 세 그룹 간 통계적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안전성 지표에서는 케이캡 2제 요법이 기존 비스무트 4제 요법 대비 모든 등급의 부작용 발생 위험을 58%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각 치료법이 가장 우수한 요법이 될 확률을 수치화한 누적 랭킹 확률(SUCRA) 분석에서도 케이캡 2제 요법은 부작용 최소화 부문에서 100%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중국 푸젠 의과대학 부속 병원, 푸젠성 병원, 푸저우대 부속 병원, 핑탄 종합 실험 지역 병원 공동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서도 케이캡과 아목시실린 조합의 2제 요법은 우수한 제균율과 안전성을 나타냈다.
연구진이 3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 무작위 배정, 다기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임상 지침을 끝까지 준수한 환자 기준으로 케이캡 2제 요법의 제균율은 기존 PPI 기반 4제 요법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약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약을 먹은 뒤 불편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의 비율은 케이캡 2제 요법이 기존 4제 요법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높았으며, 치료 중 나타난 부작용 비율은 케이캡 2제 요법이 기존 4제 요법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외 진료 지침도 P-CAB '2제 요법' 힘 실어
케이캡 2제 요법이 탁월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잇달아 증명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임상 진료 지침의 패러다임 변화도 이러한 2제 요법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가 개정해 발표한 2025년 가이드라인은 내성률이 급증한 클래리트로마이신을 포함한 경험적 3제 요법을 1차 표준 요법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시켰다.
대신 유전자 검사(PCR) 기반의 맞춤형 치료와 더불어, 케이캡을 포함한 P-CAB 제제를 1차 치료 및 4제 요법의 핵심 대체 옵션으로 공식 편입하는 이원화 전략을 채택했다.
미국소화기학회(ACG) 역시 지난 2024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감수성을 알 수 없는 초치료 환자에게 P-CAB과 아목시실린을 결합한 2제 요법을 1차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조건부 권고한 바 있다.
국내외 소화기 학계가 무분별한 다제내성을 막기 위해 항생제 오남용의 억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특정 단일 항생제 1종만을 투여하는 케이캡 2제 요법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압도적 실적에 제균 시장 '날개' … 글로벌 블록버스터 도약 청신호
이러한 학술적 성과와 가이드라인의 우호적 변화는 케이캡의 시장 파급력을 극대화할 무기가 될 전망이다.
케이캡은 지난해 국내에서 2179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올해 4월에는 월간 원외처방액 208억 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단일 품목 기준으로 전체 처방 의약품 중 원외처방 실적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 암 검진 사업과 연계된 방대한 규모의 헬리코박터 제균 시장까지 2제 요법을 앞세워 잠식할 경우,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해외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남미나 아시아 등 신흥 제약 시장의 경우 열악한 보건 인프라와 극심한 내성률로 인해 복잡한 4제 요법을 적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단일 항생제와 케이캡 단 두 알만으로 제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제 요법은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는 케이캡이 헬리코박터 제균 시장의 표준까지 재편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서 진용을 완성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