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올해 글로벌 신약시장에서 주목받은 유망 치료제들이 상반기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잇따라 품목허가를 획득하거나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데이터·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현지시간 7월 8일 공개한 '2026 주목할 의약품 상반기 중간점검'과 본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 개발사 공식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다. 클래리베이트가 연초 주목할 치료제로 선정한 품목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상반기 품목허가, 임상 3상 성공, 보험청구 코드 확보 등 개발과 상용화의 주요 이정표를 통과했다.
특히 경구용 비만 치료제와 인터루킨-23(IL-23) 수용체 표적 경구 펩타이드, 난치성 암 치료제, 다발성경화증 및 IgA 신병증 치료제의 진전이 두드러졌다. 일부 품목은 예상보다 빠르게 허가를 획득한 반면, FDA로부터 완전보완요구서(Complete Response Letter, CRL)를 받고 다른 국가나 적응증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치료제도 있어 품목별 명암은 엇갈렸다.
이번 중간점검은 연초에 제시한 전망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망 치료제들이 실제 처방시장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클래리베이트가 자료를 공개한 이후에도 추가 허가가 이어지면서 일부 품목의 개발 지위는 불과 며칠 사이 다시 달라졌다.
글로벌 기대 신약 10종 상반기 성적표
자료: 클래리베이트 및 주요 규제기관·개발사 공식자료 / 헬스코리아뉴스 재구성
치료제·개발사
적응증
상반기 주요 성과
현재 단계
레브토르픽(Revtorpyk)·셀큐이티
유방암
7월 14일 FDA 승인
승인
아이코타이드(Icotyde)·J&J
판상 건선
3월 FDA 승인
승인
리피올리(Lifyorli)·코셉트
난소암
3월 FDA 승인
승인
센리프키(Cenrifki)·사노피
다발성경화증
유럽연합·호주 승인
지역 확대
파운다요(Foundayo)·릴리
비만
4월 FDA 승인
판매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릴리
비만·제2형 당뇨병
임상 3상 체중감량 결과
임상 3상
엑스덴서(Exdensur)·GSK
중증 천식 등
일본·유럽연합·중국 승인
지역 확대
보이잭트(Voyxact)·오츠카제약
IgA 신병증
임상 3상 신기능 중간분석
승인 후 확증
메지그도마이드(mezigdomide)·BMS
다발골수종
임상 3상 성공
허가심사
인렉조(Inlexzo)·J&J
방광암
미국 J코드 확보
접근성 확대
게다톨리십, 보고서 공개 엿새 만에 FDA 승인
대표적인 사례는 셀큐이티(Celcuity)의 유방암 치료제 '레브토르픽(Revtorpyk, 성분명: 게다톨리십·gedatolisib)'이다.
클래리베이트가 중간점검 자료를 발표할 당시 게다톨리십은 FDA 우선심사를 받고 있었으나, FDA는 현지시간 7월 14일 이 약을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이면서 PIK3CA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승인했다.
허가된 요법은 게다톨리십과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 또는 여기에 CDK4/6 억제제 팔보시클립을 추가한 3제 병용요법이다. 전이성 질환 단계에서 한 차례 이상의 내분비치료 후 암이 진행한 성인 환자가 대상이다. 게다톨리십은 PI3K의 클래스 I 동형과 mTORC1·mTORC2를 함께 억제해 PI3K·AKT·mTOR 신호전달 경로를 폭넓게 차단하도록 설계된 치료제다.
허가 근거가 된 임상 3상 '빅토리아-1(VIKTORIA-1)'에서 게다톨리십 기반 병용요법은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보다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연장했다. 클래리베이트가 주목한 임상 단계 후보물질이 중간점검 발표 엿새 만에 승인 의약품으로 전환되면서, 이번 분석을 발표 시점 이후까지 업데이트해야 하는 대표 사례가 됐다.
존슨앤드존슨(J&J)의 '아이코타이드(Icotyde, 성분명: 아이코트로킨라·icotrokinra)'도 올해 상반기 FDA 허가를 받으며 처방시장에 진입했다.
FDA는 현지시간 3월 17일 '아이코타이드'를 전신요법 또는 광선치료 대상인 12세 이상, 체중 40kg 이상의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 환자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 약은 IL-23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경구용 펩타이드 치료제로, 주사형 생물학적 제제가 주도해온 IL-23 치료 분야에 먹는 약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임상 3상 '아이코닉 어드밴스-1·2(ICONIC-ADVANCE 1·2)'에서는 치료 24주부터 52주 사이 완전한 피부 병변 소실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이코닉 리드(ICONIC-LEAD)'에서는 52주째 57%가 PASI 100에 도달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규제 차질 딛고 다른 적응증·지역서 돌파구
코셉트 테라퓨틱스(Corcept Therapeutics)의 '리피올리(Lifyorli, 성분명: 렐라코릴란트·relacorilant)'는 한 적응증의 규제 차질을 딛고 난소암에서 허가에 성공한 사례다.
렐라코릴란트는 지난해 말 고코르티솔혈증에 따른 고혈압 치료제로 FDA 허가를 신청했으나, 유효성을 뒷받침할 추가 근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CRL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1월 백금저항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로셀라(ROSELLA)'에서 전체생존기간 개선 결과를 확보하면서 항암제 개발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FDA는 현지시간 3월 25일 '리피올리'를 냅-파클리탁셀과 병용해 백금저항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을 치료하는 요법으로 승인했다. 베바시주맙을 포함해 1~3개의 전신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가 대상이다.
381명이 참여한 '로셀라'에서 리피올리 병용군은 냅-파클리탁셀 단독군과 비교해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을 모두 개선했다. 클래리베이트는 '리피올리'를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선택적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로 평가했다.
사노피(Sanofi)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센리프키(Cenrifki, 성분명: 톨레브루티닙·tolebrutinib)'는 미국에서는 규제 장벽에 부딪혔지만 유럽에서 먼저 품목허가를 확보했다.
'센리프키'는 최근 2년간 재발이 없었던 이차진행성 다발성경화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뇌에 침투하는 경구용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Bruton's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로, 장애 축적과 연관된 만성 신경염증을 표적으로 한다. 유럽의약품위원회(CHMP)는 지난 4월 허가 권고 의견을 채택했고, 유럽연합 허가가 뒤따랐다.
미국에서는 비재발성 이차진행성 및 원발진행성 다발성경화증 적응증에서 CRL을 받았지만, 유럽과 호주에서는 승인을 확보했다. 동일한 후보물질도 국가별 심사자료와 유익성·위해성 평가에 따라 상용화 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MA는 센리프키의 장애 진행 지연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간 손상을 주요 안전성 우려로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기사를 통해 효능뿐 아니라 투여 전후 간기능 검사와 안전성 관리 필요성도 함께 짚어줄 필요가 있다.
비만 치료시장, 경구제와 삼중작용제로 분화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 분야 중 하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다.
릴리의 '파운다요(Foundayo, 성분명: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는 현지시간 4월 1일 FDA 승인을 받으며 주사제가 주도해온 비만 치료시장에 경구용 GLP-1 치료제로 진입했다.
파운다요와 레타트루타이드 비교표
자료: 릴리 공식자료·클래리베이트 / 헬스코리아뉴스 재구성
구분
파운다요(Foundayo)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
성분명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
개발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일라이 릴리(Eli Lilly)
제형·투여법
1일 1회 경구제
주 1회 피하주사
작용 기전
GLP-1 수용체 단일작용제
GIP·GLP-1·글루카곤 수용체 삼중작용제
개발 단계
FDA 승인
임상 3상
주요 임상
ATTAIN 임상 프로그램
TRIUMPH-1 임상 3상
주요 성과
72주 평균 체중감량률 최대 12.4%
80주 평균 체중감량률 최대 28.3%
차별점
음식·물 섭취 시간 제한 없는 경구제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인 삼중작용제
핵심 과제
시장 침투·보험 접근성
내약성·장기 안전성·허가심사
현재 상태
미국 처방시장 진입
허가 전 임상시험 단계
'파운다요'는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1일 1회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음식이나 물 섭취 시간에 맞춰 복용할 필요가 없으며, 비만 또는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의 체중 감량과 장기 체중 유지에 사용한다.
임상 3상 '어테인-1(ATTAIN-1)'에서 최고용량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큰 체중 감소를 보였다. 경구제의 투약 편의성과 생산·유통 측면의 확장성을 앞세운 '파운다요'가 주사형 GLP-1 치료제와 시장을 어떻게 나눌지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다.
같은 회사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아직 허가 전 후보물질이지만 임상 3상에서 기존 치료제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GIP, GLP-1,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주 1회 삼중작용제다. 임상 3상 '트라이엄프-1(TRIUMPH-1)'에서 치료를 계획대로 지속했다고 가정한 유효성 추정 분석 결과, 12mg 투여군의 80주 평균 체중감량률은 28.3%였다. 같은 군의 45.3%는 체중을 30% 이상 감량했다.
치료 중단 여부 등을 포함한 치료방침 추정 분석에서는 12mg 투여군의 평균 체중감량률이 25%로 나타났다. 이상반응에 따른 치료 중단률이 용량 증가에 따라 높아진 만큼, 향후 허가심사에서는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내약성 및 장기 안전성이 주요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레타트루타이드는 현재 어느 국가에서도 허가되지 않은 임상시험 단계 후보물질이다.
레타트루타이드의 용량별 체중감량 효과와 보이잭트의 12개월 eGFR 변화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그래픽: 헬스코리아뉴스]희귀·면역질환에서도 허가와 임상 진전
GSK의 '엑스덴서(Exdensur, 성분명: 데페모키맙·depemokimab)'는 일본과 유럽, 중국에서 잇따라 허가를 획득하며 적용 지역을 넓혔다.
'엑스덴서'는 인터루킨-5(IL-5)를 표적으로 하는 초장기 지속형 생물학적 제제로, 6개월 간격 투여를 특징으로 한다. 일본에서는 중증 천식과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유럽에서는 두 적응증, 중국에서는 호산구성 표현형의 중증 천식 치료제로 각각 승인됐다. 연 2회 투여라는 차별화된 투약 주기가 장기간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해야 하는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오츠카제약의 IgA 신병증 치료제 '보이잭트(Voyxact, 성분명: 시베프렌리맙-szsi·sibeprenlimab-szsi)'는 임상 3상에서 단백뇨 감소에 이어 신기능 보존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츠카가 지난 6월 공개한 임상 3상 '비저너리(VISIONARY)' 중간분석 결과, 12개월간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변화는 보이잭트 투여군에서 0.7mL/min/1.73㎡ 증가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4.8mL/min/1.73㎡ 감소했다. 두 군 간 치료 효과 차이는 5.5mL/min/1.73㎡였다. 회사는 안전성도 위약과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오츠카는 현지시간 7월 1일 VISIONARY 임상 3상의 24개월 최종 톱라인 결과를 추가로 공개했다. 회사 측은 보이잭트가 2년간 신기능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안정화하고 신부전 진행 위험을 낮췄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24개월 수치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장기적인 신기능 보호 효과와 임상적 의미는 향후 공개될 24개월 세부 데이터와 규제기관의 평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BMS의 재발성·불응성 다발골수종 후보물질 '메지그도마이드(mezigdomide)'도 임상 3상 '석세서-2(SUCCESSOR-2)'에서 유의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메지그도마이드·카르필조밉·덱사메타손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8개월로, 카르필조밉·덱사메타손 병용군의 8.3개월보다 길었다. FDA는 이 결과를 근거로 메지그도마이드 신약허가신청을 접수해 심사하고 있다.
허가 이후에는 보험청구·환자 접근성이 승부처
상반기 성과는 품목허가와 임상시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J&J의 비근침윤성 방광암 치료제 '인렉조(Inlexzo, 성분명: 젬시타빈 방광 내 전달시스템·gemcitabine intravesical system)'는 미국에서 별도 보험청구 코드를 확보하며 실제 사용 기반을 넓혔다.
CMS는 '인렉조'에 영구적인 의료행위공통코딩체계(Healthcare Common Procedure Coding System, HCPCS) J코드 'J9183'을 부여하고 현지시간 4월 1일부터 적용했다. J코드는 의료기관이 투여 의약품을 정부와 민간 보험자에게 청구할 때 사용하는 표준 코드다.
별도 코드 부여는 의료기관의 청구 절차를 명확하게 만들어 제품 도입과 환자 접근성 확대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J코드가 부여됐다고 모든 보험자가 자동으로 비용을 보상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급여 범위와 지급 조건은 보험자별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기대 신약들의 움직임은 신약 경쟁의 기준이 더 이상 품목허가 획득 하나에 머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가 시점과 국가별 적응증, 투약 편의성, 임상적 차별성에 더해 보험청구와 실제 처방 접근성까지 확보해야 상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리베이트는 하반기 예정된 추가 허가 결정과 임상시험 결과가 이들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내 위치를 더욱 분명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래리베이트 자료와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일부 품목은 중간점검 당시의 허가심사 단계에서 이미 승인 단계로 넘어갔고, 다른 후보물질들은 허가 신청과 후속 임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연초 기대주들이 실제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