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의약산업 정보채널 '의약의 미카타'가 한국 바이오산업을 조명한 기사 화면 일부.[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글로벌 의약산업 정보기업 Citeline과 Evaluate가 운영하는 일본어 의약산업 정보채널 '의약의 미카타(医薬のミカタ)'가 최근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을 일본 제약기업이 더 이상 놓칠 수 없는 신약 기술도입 및 협력 시장으로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의약의 미카타'는 글로벌 의약산업 정보기업 Citeline과 Evaluate가 운영하는 일본어 정보채널이다. 이 채널은 지난달 27일 '현지 기자가 해설하는 한국 바이오의 대약진'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와 자금조달, 연구개발, 규제정책 등을 분석했다.
해당 글은 지난 5월 28일 열린 '한국 바이오의 대약진―신약 개발 동향, 제휴 흐름과 정부 지원을 현지 기자가 해설' 웨비나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웨비나에는 Citeline 산하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매체 Scrip의 서울지국 편집자 신정원(Jung-Won Shin)과 아시아·태평양 편집 책임자인 이언 헤이독(Ian Haydock)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분석에 활용된 자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KPBMA 데이터북 2025'를 비롯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유진투자증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이 공개한 통계와 자료다.
한국 바이오, '세 번째 성장단계' 진입
'의약의 미카타'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약 30년에 걸쳐 세 차례의 성장단계를 거쳤다고 분석했다.
2015년을 전후한 두 번째 단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을 확대하고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했으며, 한미약품의 대형 기술수출과 함께 리가켐바이오, 알테오젠, ABL바이오 등 바이오벤처가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바이오테크의 시대'로 표현되는 세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가 시작되고 바이오벤처의 기술수출이 늘어난 데다, 후기 임상단계 후보물질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기업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029년을 전후해서는 복수의 한국 신약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미국에서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네 번째 성장단계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의약품 시장은 2024년 기준 31조 7000억 원 규모로 세계 13위이며, 아시아에서는 중국·일본·인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으로 소개됐다. 의약품 수출 규모는 미국·인도·일본·독일에 이어 세계 5위,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2025년 매출 상위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이 거론됐다.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은 2018년 573개에서 2024년 1701개로 약 3배 증가했으며, 증가분의 58.6% 이상을 바이오벤처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알테오젠·ABL바이오 등 대형 기술수출 주목
한국 바이오벤처의 자금조달 시장에 대해서는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름테라퓨틱, 인투셀, 지투지바이오, 알지노믹스 등이 2025년 기업공개에 성공했으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 투자는 전년 대비 29.1% 증가했다. 후기 개발단계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5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총 20조 원에 달했다는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대표 사례로는 알테오젠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최대 14억 달러 규모의 '하이브로자임(Hybrozyme)' 플랫폼 계약과 ABL바이오가 GSK와 맺은 최대 27억 달러 규모의 '그랩바디-B(Grabody-B)' 플랫폼 계약이 제시됐다.
올릭스와 일라이 릴리의 최대 6억 3000만 달러 규모 RNA간섭(RNAi) 치료제 계약, 아델과 사노피의 최대 10억 4000만 달러 규모 항타우 항체 계약도 한국 바이오기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다.
매체는 한국 기업들이 초기 개발단계부터 글로벌 제약기업의 우선 연구영역을 고려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조기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혁신 신약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유한양행과 삼성 계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과 미국 관세·공급망 위험에 대비한 현지 생산시설 확보 움직임도 주요 변화로 소개했다.
한미약품·동아에스티·일동제약,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
한국 기업들이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로는 비만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제(TPD)가 제시됐다.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는 한미약품이 국내 개발 경쟁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소개됐다. 장기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의 국내 임상 3상 진행 상황과 상업화 계획이 주요 사례로 다뤄졌다.
이 분야에 진출한 국내 기업으로는 디앤디파마텍,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프로젠도 함께 거론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 치료제 기업 인수와 후보물질 확보 경쟁이 한국 기업의 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DC 분야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대표 기업으로 소개됐다. 셀트리온은 2028년까지 최대 16건의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하고, 이 가운데 10건을 ADC 후보물질로 구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혁신 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며, 넥틴-4(Nectin-4) 표적 ADC 후보물질 'SBE-303'의 미국 임상 진입 움직임을 소개했다.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는 셀비온과 퓨쳐켐이 전립선암 치료제를 중심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SK바이오팜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개발 로드맵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표적단백질분해제 분야에서는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오름테라퓨틱, 유빅스테라퓨틱스의 연구개발 움직임이 주목할 사례로 제시됐다.
정부, '글로벌 바이오 5강' 목표로 지원 확대
한국 정부의 제약·바이오 육성정책도 주요 분석 대상으로 다뤄졌다.
매체는 한국 정부가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의약품 수출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3개를 상업화하며, 임상시험 수행 국가 순위를 세계 3위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바이오벤처 지원정책,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민관 협력,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 등도 산업 성장의 기반으로 소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허가심사 기간을 295일로 단축하고 향후 240일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심사지원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 제약사, 한국 자산 도입과 거래구조 검토해야"
'의약의 미카타'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혁신 신약 전환, 바이오벤처 기업공개 시장의 회복, 차세대 치료기술 중심의 파이프라인 재편, 정부의 규제·자금 지원이라는 네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변곡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일본 제약기업에는 한국 신약 후보물질의 도입 기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구조로 거래를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한 경영과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 어떤 기업과 파이프라인이 존재하는지, 사업성이 충분한지, 어느 기업·후보물질과 협력해야 하는지, 계약금과 임상·허가 단계별 마일스톤 및 로열티를 어떤 수준으로 설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사업개발과 경영기획, 라이선싱, 임상개발 관계자에게 한국은 더 이상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제약업계 전체의 공식적인 평가로 확대해석할 수는 없지만, 일본 기업을 주요 독자로 하는 의약산업 정보채널이 한국 기업을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의 잠재적 도입·협력 대상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