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국내 의약품 산업이 내수 중심 제조업에서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33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의약품 수출 규모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전체 의약품 수출의 약 73%를 차지하며 국내 제약산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2일 식약처가 발표한 '2025년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의약품 생산액은 33조 8466억 원으로, 199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32조 8629억 원)과 비교해서도 3.0% 증가한 규모다.
의약품 수출실적 역시 104억 3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1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전년(92억 8987만 달러) 대비 증가율은 12.4%에 달했다.
[자료=식약처]내 의약품 생산 33조 시대…완제·전문의약품 성장세 뚜렷
국내 의약품 생산 증가를 이끈 중심에는 완제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이 있다. 2025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29조 50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며, 전체 의약품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2%에 달했다.
전문의약품 생산실적 역시 25조 52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이 단순 원료 생산을 넘어 고부가가치 완제의약품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5년간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연평균 7.3%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6%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약산업이 제조업 내 성장 분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 생산 3조 돌파…대형 제약사 중심 경쟁력 강화
기업별 생산 규모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5년 생산실적 1조 원 이상 업체는 4곳으로 늘었다. 해당 기업들의 생산실적 합계는 6조 7906억 원으로 전체 생산실적의 20.1%를 차지했다.
생산실적 1위는 셀트리온으로, 전년 2조 5267억 원에서 27.6% 증가한 3조 2254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단일 기업 생산 규모가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며 국내 의약품 생산 경쟁력을 이끌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이 다수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7조 원 돌파…성장 속도는 전체 의약품 앞서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이오의약품 분야다. 2025년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은 7조 214억 원으로 전년 6조 3125억 원 대비 11.2%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바이오의약품 생산액은 연평균 10.3% 성장하며 전체 의약품 산업 성장률을 웃돌았다. 제제별로는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생산이 4조 189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생산 증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와 연결된다.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생산액은 2024년 1조 7871억 원에서 2025년 2조 5650억 원으로 43.5%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가 이어지면서 바이오시밀러 수요가 확대되고, 국내 기업들의 생산 경쟁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식약처]바이오의약품 수출 76억 달러…전체 의약품 수출 73% 차지
바이오의약품은 수출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2025년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76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의약품 수출액 104억 3800만 달러의 약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의약품 수출 성장의 중심축이 화학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증가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 확대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자료=식약처]미국·유럽 중심 글로벌 공급망 진입…CDMO 경쟁력 부각
국가별 바이오의약품 수출을 보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과 연결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2025년 바이오의약품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17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스위스 11억 9000만 달러, 헝가리 9억 1000만 달러, 네덜란드 6억 4000만 달러 순이었다.
특히 스위스와 네덜란드 수출 증가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위탁개발생산 계약 확대, 현지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파트너 역할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만치료제 열풍도 반영…세마글루티드 수입 급증
한편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열풍도 통계에 반영됐다.
2025년 바이오의약품 수입액은 28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7% 증가했다. 특히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비만치료제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수입액은 2024년 8734만 달러에서 2025년 5억 5084만 달러로 무려 530.7% 폭증했다.
이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가 국내 의약품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K-제약, 생산 강국 넘어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나
2025년 국내 의약품 생산·수출 지표는 국내 제약산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과거 국내 제약산업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와 CDMO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의약품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은 앞으로 K-제약산업의 성장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산 규모 확대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참여, 고부가가치 바이오의약품 경쟁력 확보가 향후 국내 제약산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