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국내 중소기업들이 전반적인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 업종은 판매 부진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305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4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모든 업종이 경영 애로사항 1순위로 '매출 부진'(49.0%)을 꼽았다. 중소기업 2곳 중 1곳이 매출 하락을 고심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37.9%), '업체 간 경쟁 심화'(31.7%), '인건비 상승'(30.3%), '환율 변동성 증가'(20.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판매 걱정보다 무서운 '원가·환율' 압박
반면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업종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매출 부진' 응답 비중은 26.3%에 불과했고 '원자재 가격 상승'(57.6%)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이는 원자재 비중이 높은 화학 업종(64.8%)이나 식료품 업종(59.2%)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중소 의약품 업체가 원가 부담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의미다.
'환율 변동성 증가'(51.8%)도 의약품 관련 기업들에게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전 업종 평균(20.3%) 대비 2배가 넘는 수치로, 환율에 민감한 전자·통신장비(31.7%)나 식료품(31.1%) 등 타 업종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원료의약품(API)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들에게 최근의 고환율 기조가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반기 약가 제도 개편 겹치며 '사면초가' ... 정부 지원 절실
업계 전문가들은 중소 제약사들이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개편안을 확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이 기존 20번째에서 13번째 품목으로 강화되면서, 후발 주자인 중소 제약사들의 수익성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소 제약사인 H사 관계자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입 원료 가격은 치솟는데 정부는 제네릭 중심의 산업 구조를 신약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약가를 죄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부터 약가 산정률까지 인하되면 공장 가동을 위한 고정비와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체적으로 공정 효율화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원가 급등과 약가 인하라는 거대한 거시적 변수를 개별 기업이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매일 비상 대책 회의를 열어도 결국은 신규 설비 투자 보류나 R&D 예산 삭감 같은 고육지책만 논의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