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의 구조 및 구성요소별 역할 [출처: Fu et al.,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22.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항체에 한 종류의 세포독성 항암제만 실어 보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 두 개를 동시에 탑재하는 이중 페이로드가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항체는 외부 항원의 자극에 의해 면역계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특정 항원과 결합하는 표적 특이성이 매우 높다. 항체 치료제는 이러한 표적 특이성을 활용해 기존 저분자 화합물로는 공략하기 어려웠던 질병 타깃을 공격하며 치료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단일 타깃만을 표적하는 방식은 암처럼 병리적 구조가 복잡한 질환의 치료에 한계를 보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ADC다. ADC는 항체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링커(Linker)로 연결해, 정상 세포는 보호하면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한다. 이를 통해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율를 높였다.
◇종양 이질성, 단일 약물 앞길 막아
문제는 단일 약물을 탑재한 기존 ADC의 경우 반응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암세포가 특정 약물에 내성을 갖거나, 한 환자의 종양 안에서 서로 다른 유전적 변이를 보이는 '종양 이질성'이 발생할 경우 치료 효과는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등 종양 이질성이 강해 치료 난이도가 높은 암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체의 표적 능력을 높인 다중 표적 기술에 주목해왔으나, 최근에는 실어 보내는 약물(항암제) 자체를 다변화하는 이중 페이로드 기술에서 해법을 찾는 모양새다.
◇기전 다른 두 약물로 '회피 경로' 원천 차단
이중 페이로드 기술이 부상하는 이유는 ADC의 낮은 치료 반응이 항체의 표적 능력보다는, 약물이 전달된 이후 암세포가 보여주는 회피 기전에서 비롯된다는 분석 때문이다.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더라도, 단일 약물 공격만으로는 암세포의 방어막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살상 기전을 가진 약물을 동시에 투여해 암세포가 빠져나갈 길을 차단하는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이중 페이로드를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행보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미국 크로스브릿지 바이오(CrossBridge Bio)의 이중 페이로드 ADC 후보물질인 'CBB-120'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4일(현지 시간) 최대 3억 달러(한화 약 4400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 절차에 착수했다.
'CBB-120'은 유방암 세포 표면의 TROP2 단백질을 항체로 찾아낸 뒤, 세포독성 항암제인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Topoisomerase Inhibitor)'와 'ATR 억제제(ATR Inhibitor)'를 종양 부위에 직접 전달하는 기전이다.
학계의 관심도 뜨겁다. 올해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발표된 이중 페이로드 ADC 관련 초록은 무려 40건을 넘었다. 이는 이중 페이로드가 차세대 항암제 시장의 핵심 줄기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