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 '온투즈리',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 [사진=SK바이오팜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신약을 허가 절차도 생략한 채 긴급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장기화된 중동 분쟁으로 보건의료 체계가 마비된 상황에서, 난치성 질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는 최근 '엑스코프리'를 공공조달하기 위해 '세노바메이트'를 공공조달 입찰 품목으로 전격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이 멈춘 의료 시계 … 미허가 신약 찾는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은 2012년 유엔 총회 결의로 비회원 옵서버 국가(Observer State) 지위를 취득하고 2026년 4월 현재 유엔 회원국 중 약 75%가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장기간의 분쟁은 현지 의약품 조달 시장마저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대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자사 제품의 품목 허가 신청을 꺼리는 등 '의료 사각지대'로 전락된지 오래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자국 내 허가도 받지 않은 '엑스코프리'를 공공조달 입찰 품목으로 지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보건부는 '세노바메이트' 50mg 고정 용량 제형과 12.5mg·25mg 조절 용량 제형을 입찰 리스트에 올렸다. 이는 복잡한 행정 절차보다 환자의 생존권을 우선시한 '인도적 특례 도입'으로 풀이된다.
#'세노바메이트'의 효능 … 지정학적 리스크도 뚫었다
'세노바메이트'는 나트륨 채널 차단과 감마 아미노뷰트릭산(GABAA) 활성화라는 이중 기전을 통해,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환자의 경련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지난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를 시작으로, 2021년 3월 유럽 집행위원회(EC), 2025년 11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연이어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현재 이 약물의 중동·북아프리카(MENA) 16개국 판권은 영국 '히크마(Hikma Pharmaceuticals)'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2023년 8월 계약 당시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한 사업 여건 등을 이유로 판권 지역에서 제외된 바 있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정부가 '세노바메이트' 수입을 강행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임상 데이터 때문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 발표된 후향적 관찰분석 연구에 따르면,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던 불응성 환자에게 '세노바메이트'를 투약했을 때 경련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반응률이 55%에 달했다. 의료 인프라가 파괴되어 정교한 수술이나 처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력한 약물 치료 옵션이 절실했던 셈이다.
#보건 안보 위기 속 'K-바이오'의 인도적 가치 확인
전문가들은 이번 조달 시도가 단순한 의약품 구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한다.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에서 뇌전증 환자들은 약물 공급 중단으로 인한 상태 악화와 사망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의 이번 결단은 붕괴된 의료 시스템 속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평가된다. 다만, 팔레스타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약물 조달을 추진하는 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판권 외 지역이자 미허가 상태임에도 국가 기관이 직접 특정 신약을 지목해 조달에 나선 것은 '세노바메이트'의 효능이 국경과 정치적 상황을 초월해 약물의 인도적 가치를 확인시켜 준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