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일양약품의 효자 품목이자 국산 신약 14호인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이 새로운 적응증 확보를 위한 막바지 스퍼트에 돌입했다. 비미란성 식도염(NERD) 임상 실패라는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소염진통제(NSAIDs) 병용 시장이라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일양약품은 최근 놀텍의 'NSAIDs 투여와 관련된 소화성 궤양 예방' 적응증 확보를 위한 3상 임상시험의 피험자 모집을 완료했다. 지난 2024년 7월 피험자 선정을 본격화한 뒤 약 2년여 만의 성과다. 약물 투여 기간이 6개월인 것을 고려할 때, 최종 피험자 투약이 끝나는 올해 4분기에는 시험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임상은 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 국내 18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했다. 총 41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놀텍 10mg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대조군으로는 기존 표준 치료제인 '란스톤(성분명: 란소프라졸)' 15mg을 사용했다.
이번 임상시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놀텍의 생존 전략 때문이다. 일양약품은 지난 2021년, 무려 9년 공을 들였던 NERD 적응증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임상시험 등에 들인 비용 약 19억 원을 손상 처리하며 입은 타격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 이상이었다.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NERD 시장 진입이 무산되자 시장에서는 놀텍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일양약품은 놀텍의 적응증 추가 전략을 'NSAIDs 유발 궤양 예방'으로 즉각 선회하며 설욕에 나섰다. 주관적 증상 보고가 중요한 NERD와 달리, 궤양 예방 임상은 내시경을 통한 객관적 확인이 가능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NSAIDs 유발 궤양 예방' 적응증 임상시험의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약물 투여 후 24주 시점까지의 소화성 궤양 발생 비율'이다. 놀텍이 소염진통제 장기 복용 환자의 위점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호하는지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센 P-CAB 돌풍 … 피할 수 없는 '정면승부'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의 한계를 기술력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산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들 역시 'NSAIDs 유발 궤양 예방' 적응증 추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는 이미 해당 적응증 확보에 성공한 상태이고,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놀텍보다 앞선 지난해 말 3상 임상시험을 종료한 바 있다.
P-CAB 제제가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돌파하며 기존 PPI 제제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가운데, 일양약품은 놀텍의 'NSAIDs 유발 궤양 예방' 효과가 P-CAB 제제들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놀텍이 가진 약리학적 차별점은 일양약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놀텍은 기존 PPI와 달리 간 대사 효소인 CYP2C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환자의 유전형에 관계없이 일정한 효과를 낸다. 이는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고령 환자들에게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 등과의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낮다는 점은 놀텍이 'NSAIDs 유발 궤양 예방' 적응증 추가 시 정형외과와 통증의학과로 처방 외연을 넓히는 확실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 토막 난 영업이익 … 실적 견인할 '캐시카우' 절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이번 임상시험의 성공은 절실하다. 지난해 일양약품의 영업이익은 약 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신제품 마케팅과 R&D 비용이 증가한 탓인데, 놀텍의 적응증 확대는 이를 만회할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과거 놀텍은 미란성 식도염(GERD) 적응증 추가 당시 매출이 300% 이상 폭증한 기록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놀텍이 이번 'NSAIDs 유발 궤양 예방' 적응증 추가에 성공하면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양약품은 2026년을 "위기를 넘어 신뢰로 다시 도약하는 해"로 선포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놀텍이 있다. 놀텍이 잃어버린 9년의 NERD 적응증 추가 실패 잔혹사를 끊어내고, 소염진통제 병용 시장에서 새로운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일양약품은 단일제인 놀텍의 한계를 넘기 위해 복합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놀텍 플러스'는 제산제를 결합해 PPI의 단점인 느린 약효 발현을 개선했다. 이는 P-CAB의 빠른 효과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에 올해 발매 예정인 '놀텍 플러스 미니정'은 복용 편의성까지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여 장기 처방 시장에서 점유율을 굳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